‘업홀스터리’ 전문가 김종수씨가 말하는 앤티크 의자의 매력

  • 입력 2005년 1월 13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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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이 15세 스타일의 붉은색 암체어(arm chair)
프랑스 루이 15세 스타일의 붉은색 암체어(arm chair)
《큰 맘 먹고 산 앤티크 의자. 몇 년이 지나면 쿠션이 꺼지고 패브릭이 해진다.

그렇다고 비싼 앤티크 의자를 버리는 사람은 없다.

프레임(뼈대)만 남긴 뒤 쿠션과 패브릭을 교체하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

‘업홀스터리(upholstery)’는 이런 작업을 말한다. 원래는 가구류나 실내장식품을 의미하는 영어.

국내에 정말 드문 업홀스터리 전문가인 김종수 씨(56)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그의 쇼룸 ‘보빈느 앤티크’에서 만났다.

그에게 앤티크 의자의 매력과 업홀스터리의 즐거움을 들어봤다.》

○ 옛 것에 새 생명을

그는 중견 제조업체 사장이었다. 한 평생 머리 쓰는 일을 했으니 나이가 들면서는 육체적인 노동을 하고 싶었다. 회사는 초창기 멤버들에게 맡기고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우연히 영국 인테리어 잡지에서 업홀스터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알게 됐다.

2002년 가을, 영국 웨스트 서섹스에 있는 웨스트 딘 칼리지에서 1주일간 교육을 받았다. 스승은 영국 최고의 업홀스터리 전문가로 꼽히는 리처드 리카르도 씨. 앤티크 의자에 푹 빠진 그는 다음해 다시 가서 6개월 동안 리카르도 씨의 견습생을 하며 개인지도를 받았다.

업홀스터리에는 전통적인 방법과 현대적인 방법이 있다. 전통적인 방법은 의자의 쿠션은 말총이나 밀짚 등으로 채우며 ‘택(tack·길이가 짧은 못)’을 일일이 손으로 박아 수선하는 것. 현대적인 방법은 쿠션에 스펀지를 사용하며 못 대신 스테이플러와 비슷한 기구로 철심을 박아 고정시킨다. 작업은 몇 시간이면 끝난다.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김 씨는 의자 하나에 보통 열흘 이상, 소파 하나에 한 달 동안의 작업시간을 쏟아 붓는다. 앤티크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기쁨에 밤을 꼬박 지새우기 일쑤다.

지금 살고 있는 경기 이천의 전원주택 옆에 앤티크 전시관을 만들고 그곳에서 앤티크 강의를 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 장인정신 느껴지는 ‘따뜻함’의 매력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호두나무 의자

의자 하나에 수백만 원인 앤티크 가구 수집은 흔히 사치스러운 취미라고 여겨진다. 김 씨가 업홀스터리를 할 때 쓰는 패브릭만 해도 모두 수입품으로 m당 수십만 원짜리다.

알고 보면 만들어진 시대와 그 상태에 따라 앤티크의 가격은 천양지차다. 특히 의자는 패브릭을 갈면 언제나 새로운 분위기로 만들 수 있어 하나를 사도 활용도가 높다.

김 씨보다 먼저 앤티크의 매력에 사로잡혔다는 부인 오영실 씨(퀼트작가)는 “의자를 사서 10년이 넘게 쓰는 집은 거의 없는데 앤티크 의자는 대를 물려 쓸 수 있으며 좋은 나무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이니 그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앤티크 의자의 매력. 일단 선이 예쁘고 섬세하다. 손때가 묻은 나무의 색깔을 보면 깊이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일일이 손으로 작업한 것이라 나뭇결에서 역사와 장인의 정성이 느껴진다. 한 번 앉아봤더니 ‘공주가 된 느낌’이다.

최대의 매력은 바로 ‘따뜻함’. 현대적인 인테리어는 멋있지만 너무 차갑다. 앤티크 의자나 소품 하나만 놓아도 분위기가 훨씬 따뜻해진다.

○ 장식품 아닌 생활용품

최근에는 이탈리아와 중국 앤티크도 많지만 영국과 프랑스 것이 아직 주류.

프랑스 것은 루이 15세와 16세 시대 스타일이 대표적이다. 의자만 보면 루이 15세 스타일은 다리에 우아한 곡선미가 있으며 16세 스타일은 다리가 곧고 디자인이 더 단순한 것이 특징이다.

영국 것은 빅토리아 시대(19세기)와 에드워드 시대(20세기)에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 그 이전의 것은 거의 찾기 힘들다. 빅토리아 시대의 것은 마호가니와 월넛을 많이 사용했으며 에드워드 시대에는 흑단이나 장미목을 많이 썼고 프레임에 다른 색깔의 나무나 상아 등으로 무늬를 새겨 넣는 상감기법을 이용한 작품이 많다.

초보자는 이런 것을 구분하기 어렵다. 그만큼 속기도 쉽다.

그래서 앤티크를 살 때 ‘이게 과연 진짜일까‘하며 고민하게 된다. 구입 전에 책이나 강의를 통해 공부를 먼저 하는 것이 좋다. 또 맘에 든다고 덥석 사지 말고 많이 다녀보고 믿을 만한 가게에서 사야 한다. 앤티크 숍은 서울 이태원이나 신사동 논현동 등과 경기 성남시, 분당에 많다. 진품이 아니고 스타일만 흉내 낸 ‘리프로덕션’ 제품을 사보는 것도 괜찮다.

김 씨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앤티크 의자를 산 뒤 장식품처럼 덩그러니 놔두지 말고 자주 앉으며 사용하라는 것. 앤티크는 사용해서 손때가 묻을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김종수 씨가 조언하는 앤티크 의자 고르는 법▼

1. 프레임을 잘 살펴 나무에 균열이 없는 것을 고른다. 패브릭은 갈면 되지만 프레임에 손상이 간 것은 가치가 떨어진다.

2. 업홀스터리까지 해주는 곳이 아니라면 그냥 패브릭이 헤진 상태로 조금 더 싸게 사서 나중에 업홀스터리를 제대로 하는 게 낫다.

3. 뒤집어서 쿠션 안쪽을 보고 스테이플러로 박은 자국이 있다면 전통적으로 수선한 것이 아니다.

4. 의자를 흔들어보고 이음새가 튼튼한지 살펴본다.

5. 의자 프레임을 자세히 살펴봤을 때 색깔이 붕 뜨는 느낌이 드는 것은 프레임에 상처가 많아 전체적으로 덧칠한 것이다.

6. 파는 사람에게 의자가 언제 만들어진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나무를 썼는지, 용도는 무엇인지 자세히 물어본다.

글=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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