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2년반만에 다시 문연 뉴욕현대미술관 MoMa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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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을 마치고 20일(현지시간) 재개관한 뉴욕 현대미술관의 야경. 미술관 인근 거리에서도 유리창을 통해 3층 디자인 전시실의 1946년형 빨간 스포츠카가 보여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래 1층은 로댕의 발자크 상 등이 전시된 조각공원. -사진제공 뉴욕타임스
리모델링을 마치고 20일(현지시간) 재개관한 뉴욕 현대미술관의 야경. 미술관 인근 거리에서도 유리창을 통해 3층 디자인 전시실의 1946년형 빨간 스포츠카가 보여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래 1층은 로댕의 발자크 상 등이 전시된 조각공원. -사진제공 뉴욕타임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20일(현지시간) 리모델링 2년반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부슬비 속에서 맨해튼 53가의 박물관 블록을 한 바퀴 감아 돈 300m 행렬 속 수천명의 관람객은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다. 미술관이 뉴욕 퀸즈의 임시 거처에서 고향 맨해튼으로 돌아온 첫날 구경인데다 무료였으니….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면서 ‘도심 한복판 미술관이 어떻게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6층짜리 새 건물의 자랑거리인 아트리움에 우선 눈길이 간다. 로널드 로더 MoMA 회장이 “새 전시공간의 자연광 아래서 감상하면 작품들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로 그 부분이다. 첫날은 해가 나지 않아 실감하지 못했지만 햇살 가득한 전시장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일본인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67)의 설계로 총공사비 8억5800만달러를 들여 전시공간을 50% 늘린 새 MoMA가 ‘천천히’를 콘셉트로 잡았다는 말 그대로다. 종전 하루 평균입장객이 6000명이었는데 지금은 동시 수용 가능인원만 6000명이다.

2층에선 1층 로비에서도 보이던 바넷 뉴만의 대형 브론즈 ‘깨진 오벨리스크’를 한 바퀴 돌아보고 그 뒤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발견하고 달려가게 된다. 한쪽에선 팝 아트의 창시자 앤디 워홀의 1960년대 작품들이 관객을 맞고 있다.

첫날 관람객들은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 등에 몰렸다. 1880∼1940년대 미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5층 전시장 중 특히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대미술 전시장인 6층 벽의 한 면을 가득 메운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F111'은 뚫린 천장을 통해 보이는 뉴욕의 하늘과 잘 어울린다. 벽을 마루에서 1인치 띄워놓아 마치 스크린처럼 처리한 것이 기발하다.

새 MoMA의 또 다른 명물인 1층의 조각공원에는 피카소의 ‘염소’,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 등 6점의 조각이 미국 유럽 중국에서 들여온 나무나 연못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이 조각공원은 도시와 자연을 함께 느끼게 해 준다.

75년 만에 6번째로 이번에 새로 단장된 MoMA의 또 하나 특징은 교육기능을 강화한 것. 8층짜리 교육 및 연구동의 건축이 마무리되면 도서관 자료실 강의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새 MoMA의 입장료는 종전 12달러에서 껑충 뛴 20달러. 노인은 16달러, 학생은 12달러로 할인된다. 매주 금요일 오후 4∼8시는 무료. “너무 비싸다”는 항의가 만만치 않다. 깔끔한 식당에 대해서도 “비싸다”는 불만이 나왔다. 재개관 첫날 미술관 입구 건너편에서는 학생 4명이 “부자들만을 위한 MoMA가 됐다”며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글렌 로리 관장은 “특별전시회에 추가입장료를 받지 않으며 학생들을 무료로 초청하는 것을 감안하면 비싼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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