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오하요"…日드라마 내년 한국 안방극장 첫인사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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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SBS드라마 플러스에서 방영될 예정인 일본 NTV 드라마 '고쿠센'의 여주인공 나카마 유키에. -사진제공 SBS드라마플러스
내년 초 SBS드라마 플러스에서 방영될 예정인 일본 NTV 드라마 '고쿠센'의 여주인공 나카마 유키에. -사진제공 SBS드라마플러스
부자 남자가 아니면 사랑하지 않겠다는 여자가 우연히 만난 가난뱅이 남자를 부자로 착각하고 사랑하는 이야기(야마토 나데시코), 조폭 집안의 여자가 교사가 되는 이야기(고쿠센). 선을 볼 때마다 실패하는 한심한 중년남자가 100번째 선을 본 여자에게 또 한 번 프로포즈하는 이야기(‘101번째의 프로포즈’). 이런 만화 같은 이야기들이 모두 일본 드라마들의 내용이다. 새해부터는 이같은 일본 드라마들을 우리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된다. 과연 일본 드라마는 국내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할 것인가. 몇 가지 특징을 중심으로 그 해답을 짐작해볼 수 있다.

먼저 형식에서의 특징. 일본의 민간 TV 방송은 일 년에 네 번, 13주마다 개편을 한다. 12주는 정규 방송을, 나머지 한 주는 특집방송을 내보낸다. 드라마 역시 이런 개편 주기에 맞추어 12부작(때로는 11부작)으로 제작돼 매주 한 번 방영된다.

일본 드라마는 방영되기 전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사전 전작제(全作制)로 제작된다. 우리처럼 촬영장에서 대본을 받아가며 허둥지둥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다. 또한 시청률이 높다고 고무줄처럼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므로, 전반적으로 템포가 빠른 드라마들이 많다.

이처럼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일본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사전 전작제가 만능은 아니다. 시청률이 낮아도 중간에 막을 내리거나 궤도를 수정해 내용을 바꾸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 드라마는 좋건 싫건 12부면 끝이 난다. ‘대장금’이나 ‘무인시대’처럼 50부, 100부작으로 기획돼 장기간 인기를 누리는 대작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점은 한국의 안방을 점령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또 일본의 드라마는 대부분 ‘F1’을 겨냥해서 만든다. F1은 20세에서 35세 사이의 여성을 지칭하는 광고업계의 용어다.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광고의 ‘약발’이 잘 먹히고, 독신 회사원이 많아 가처분 소득이 높은 ‘영양가’ 있는 시청자층이다.

일본의 민간 방송은 광고 스폰서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F1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 중 대표적인 장르가 드라마다. 일본 드라마는 대부분 F1의 취향과 감성에 맞추어져 있다. 최근 ‘GTO’ ‘쇼무니’처럼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가 늘고 있는 것도 현재의 F1이 만화에 익숙한 세대라는 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성적 취향과 만화적 감성을 앞세운 일본 드라마는 국내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겠지만, ‘야인시대’나 ‘올인’처럼 선 굵은 드라마를 선호하는 남성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가전제품업계의 키워드 중 하나는 ‘개전(個電)’이다. 마케팅의 중심이 거실에 놓이는 가정용 전자제품 ‘가전(家電)’에서, 개인의 방에 놓이는 개인용 전자제품으로 옮겨간 것이다. TV 역시 ‘가전’에서 ‘개전’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제작자들도 가족이 아니라, 독신자용 원룸이나 자기 방에서 혼자 TV를 보는 시청자를 상정하고 드라마를 만든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본 드라마에는 살인, 불륜, 성폭행 등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시청하기에 민망하거나 거북한 소재의 드라마들이 많다.

가족들이 함께 드라마를 보는 것이 보편적인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 드라마가 프라임 타임대에 지상파로 방영될 일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이나 케이블 채널에 머물거나, 향후 지상파 방송에서 허용되어도 심야 시간대에 방영될 가능성이 크다. 매체나 시간대가 대중성을 확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일본 드라마는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한 마니아 시청자와 인터넷 공간에 이른바 ‘폐인’을 만들어낼지 모르겠지만, 모든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대중적 드라마로 자리 잡기는 힘들 것 같다. 즉 우리의 안방을 잠식할 정도의 파괴력은 없을 것이다.

김지룡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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