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과학의 良心…1901년 하이젠베르크 출생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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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탄의 존재 자체는 불행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원자탄이 불행한 까닭은 그것이 장래에 강대국을 소수로 한정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약소국가들은 제한된 독립성 밖에는 갖지 못할 것입니다.”

양자역학의 창시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제2차 세계대전 중 베를린의 카이저 빌헬름 물리연구소 소장으로 히틀러의 우라늄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그는 회고록 ‘부분과 전체’에서 이렇게 반문한다. “선(善)을 위해서는 원자탄을 만들어야 하고 악(惡)을 위해서는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그런데 대체 누가 선악을 결정한다는 거지?”

나치스트는 아니었으나 애국자였던 하이젠베르크. 그의 전쟁 중 역할과 행적은 두고두고 과학사의 논란이 된다. 그는 왜 그토록 위험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는가. 그것은 정말 독일의 핵개발을 방해하기 위함이었는가.

그리고 독일의 연구결과는 왜 그렇게 보잘것없었는가. 원폭 개발의 시발점이 된 핵분열은 독일의 발견이었는데 말이다. 그들은 핵개발은 물론 연쇄반응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왜?

종전 후 연합군에 체포된 하이젠베르크가 감금돼 있는 동안 동료 과학자 카를 바이츠제커와 나눈 대화는 독일 핵개발 논쟁에 대한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하이젠베르크=(서둘러 원폭을 개발하려면) 12만명의 인력이 필요했어. 그러나 그걸 건의할 수는 없었지. 과학자의 양심이 말이야.

바이츠제커=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해도 미국이 해낸 것처럼 할 수 없었을 거야. 확신해.

하이젠베르크=꼭 그런 건 아니지. 핵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어. 그러나 폭탄을 만드는 것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지. 내 가슴 깊은 곳에선 그것이 엔진이 되는 것은 정말 기뻤지만 폭탄은 아니었어.

바이츠제커=발견은 하지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게 독일인이야. 그런데 미국인들은 그걸 사용하고 말았어. 설마 그렇게 무모하게 사용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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