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길준, 日남작작위 거부했다…1910년 반환허가 문서

  • 입력 2003년 12월 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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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견문(西遊見聞)’의 저자이자 12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개화운동가 구당 유길준(矩堂 兪吉濬·1856∼1914·사진)이 일본 정부의 남작 작위 수여 제의를 거부한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가 공개됐다.

고려대 박물관은 유길준의 증손자인 유석재(兪奭在·54) 천록건물개발㈜ 사장으로부터 유길준의 유품 5000여점을 기증받아 1일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에 기증된 문서에는 1910년 일제의 작위 수여를 알리는 공문, 유길준의 작위 거부를 만류하며 조속히 작위를 받을 것을 명하는 문서, 그리고 계속되는 유길준의 거부에 일제가 남작 반환을 허가하는 문서가 포함돼 있다.

일제는 ‘조선귀족령’에 따라 구 왕족과 합방에 공이 있던 대한제국의 고위관료 등에게 작위를 수여했는데 후작 6명, 백작 3명, 자작 21명, 남작 45명 등 80여명이 작위를 받았다.

일제의 작위 수여를 완강히 거부하는 유길준에게 총독부에서 보낸 ‘남작 작위 반환 허가’ 문서. 유길준이 작위 수여를 거부했음을 입증해 주는 문서다. 사진제공 고려대 박물관

기증품 가운데 1908년에서 1910년 사이 집필된 것으로 보이는 교과서 ‘보통학수신서(普通學修身書)’에는 일제 통감부의 검열 흔적이 남아 있어 통감부의 교육정책을 확인할 수 있다. 통감부는 아국(我國)과 본국(本國)을 조선으로, 일본을 내지(內地)로, 본조(本朝)를 이조(李朝)로 수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밖에도 △유길준이 갑오개혁 당시 일본의 관제를 참고해 관제개혁을 했음을 증명하는 문서 △개화파 인사들과의 미공개 서신 △개화파 인물 중 일대기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김홍집(金弘集)에 관한 기록 등이 기증돼 갑오개혁과 개화파 인물 연구에 큰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박물관은 2일 오전 9시반 박물관 3층 특별전시실에서 기증식을 갖고 16일까지 특별전을 열어 자료를 일반에 공개한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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