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글짓기 시간'…아이 눈에 비친 칠레 ‘암흑의 시대’

  • 입력 2003년 4월 8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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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시간/안토니오 스카르메타 글 알폰소 루아노 그림 서애경 옮김/36쪽 7500원 아이세움(초등 저학년)

저자는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를 쓴 소설가.

여기서는 칠레 군부 독재 정권 아래 놓인 시대적 상황을 초등 3학년 ‘페드로’의 눈을 통해 그리고 있다.

친구들과 축구시합을 하며 진짜 가죽축구공을 갖고 말겠다는 꿈을 가진 페드로. 친구 다니엘의 아버지가 군인들에게 잡혀가는 것을 보고 엄마 아빠가 저녁마다 ‘독재 타도’란 말이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목격한다.

어느날 로모 대장이 교실에 들어와 금메달과 영예를 준다며 글짓기를 시킨다.

제목은 ‘우리 식구가 밤마다 하는 일’. 페드로는 친구 후안에게 “금메달을 타면 팔아서 진짜 가죽 축구공을 다섯개 살 거야”라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나 금메달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고 페드로는 사탕을 받는다. 집에 돌아와 엄마 아빠에게 읽어주는 페드로의 글은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알림: 만약 내가 상을 타게 되면, 나는 고무 축구공이 아니라 가죽 축구공을 받고 싶습니다.’

어수선한 정황을 절제된 분위기로 승화시킨 그림이 인상적. 2003년 유네스코 아동문학상 수상작.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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