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4관왕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씨 '꿈을 만드는 남자'

  • 입력 2003년 4월 6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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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KBS2 TV ‘폭소클럽’에 출연하는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22). 그는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고는 한시도 못 배긴다. 일어나자마자 거울 앞으로 달려간다. 손가락 끝에 무스와 젤을 발라 머리칼을 배배 꼬며 ‘뾰족산’ 23개를 만든다.(자신의 삐죽삐죽한 머리를 그는 ‘자유의 여신상’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런 손재주 때문일까. 지난해 3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국제 SA 마술대회’에서 그는 ‘매니퓰레이션(손동작을 이용한 마술)’ 부분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마술대회에서도 1위를 거머쥐며 국제대회 4관왕에 올랐다. ‘마술의 대중화’를 추구한다는 이은결을 4일 만났다.》

-돈은 얼마나 버나.

“내 또래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80%는 마술 도구비로 재투자된다.”

-남을 ‘속이면서’ 사는 게 피곤하지 않나.

“그렇게 따지자면 배우의 연기도 ‘속이는’ 것 아닌가. 지금도 다수의 부부들이 서로를 ‘속이며’ 살고 있고…. 마술은 분명 눈속임이지만 그것을 통해 꿈과 환상이 생산된다. 그래서 예술이다.”

#“마술은 욕구불만 탈출구”

-마술 비법을 자꾸 알리면 마술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줄지 않을까.

“‘차가 너무 막힌다’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공중부양 마술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다. 사람들이 현실에 대해 욕구 불만과 불평을 갖는 한 마술은 영원하다.”

-몸통을 자르고 찌르는 마술도 있다. 가학적인 것도 대리만족인가….

“그래서 난 그런 거 잘 안 한다. 누군가를 자르고 찌르며 괴롭히는 설정 자체가 싫다. 거기엔 꿈이 없다. 불꽃과 연기를 내가 애용하는 것도 ‘꿈’ 때문이다. 대신 나는 사람을 허공에 띄운다. 두둥실.”

#“테크닉이 아닌 종합예술”

기다란 손가락(중지 9.8㎝)과 큰 키(187㎝)를 이용한 과장된 동작으로 이은결이 보여주고자 하는 마술은 ‘테크닉’이기보단 ‘종합예술’이다. 조명과 음악, 무대장치 등을 직접 감독하는 그는 치밀하게 계산된 마술이 주는 팽팽한 긴장을 낭만적인 화술로 이완시킨다. 그의 출현 이후 사람들은 마술사를 ‘스타’로 마술을 ‘쇼’로 생각하게 됐다. 지난해 그가 국내 최초로 가진 마술콘서트는 전회(4회) 매진됐다. 마술책 출간에 이어 최근에는 ‘이은결의 매직 아카데미’라는 비디오도 내놨다.

-마술사를 바라보는 대중의 심리는 뭘까.

“하나는 ‘저 마술사는 어떤 방식으로 속이고 있나’하고 의심하는 것, 다른 하나는 ‘언제 마술사가 실수하나’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요즘엔 그러나 마술 자체를 소비하고 즐기는 문화가 생겼다.”

-당신의 실수를 관객은 즐거워하는데….

“마술 도중 물건을 툭 떨어뜨리는 진짜 실수를 했다고 해보자. ‘아이고’하면서 머리 긁으면 바보다. 오히려 ‘아아, 이것 보세요. 결국 이렇게 된다니까요. 쯧쯧…’하고 웃으면 관객들은 일부러 한 줄 알고 더 흥미진진해 한다. 마술사는 진짜 실수도 의도된 실수인 것처럼 ‘창조’해 낸다.”

어려서부터 소극적이었던 이은결은 중3 때 아버지의 권유로 마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재학 중인 동아방송대도 마술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성격 고치려면 웅변학원도 있었는데….

“웅변은 시끄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술은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마술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2명만 모이면 보여줄 수 있다. 난 인기를 끄는 게 좋다. 주목받는다는 생각이 내 인생에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평생 마술하며 살 건가”는 질문에 그는 “마술사는 최고 직종”이라며, 그 이유로 △정년이 없다 △온라인 마술도구 판매, 마술 콘서트 출연, TV출연, 책 또는 비디오 출시 등 수익모델이 다양하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마술사의 세대차이는 있어도 관객들의 세대차이는 없기 때문에 모든 지구인이 잠재 고객이다 등을 들었다.

그는 “앞으론 마술을 통해 역사적 지식을 던져주는 마술을 하겠다. 위인전을 각색해서 마술로 옮기거나 역사적 사건을 재연하면서 마술을 보여주는 ‘똑똑한’ 마술…”이라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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