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규 교수의 웃음의 인생학]돈에 울고 돈에 웃고…

  • 입력 2002년 12월 4일 18시 18분


‘사랑에 속았소. 돈에 울었소’.

심 수일이 아니라도 가슴이 미어질 대중가요의 한 구절이다. 젊어서는 사랑에 울고 웃고 하다가는 중년 들면 돈에 울고 웃는다. 그러다가 어느 새엔가 삶을 놓친다. 그런 걸 가로되, 인생이라고 했던가?.

고려 시대에 사람들은 돈을 ‘공방’(孔方)이라 불렀다. 엽전 한 가운데 네모 난 구멍이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엽전의 윤곽은 원이다. 그러기에 가운데 뚫린 네모와 함께 엽전은 그 모양이 ‘원방’(圓方)이 된다. 동그라미 속에 네모가 난 모양을 엽전은 갖추고 있다.

엽전의 원방은 바로 천원지방(天圓地方), 이를테면 하늘 둥글고 땅이 모난 것을 본 딴 것이다. 돈은 그렇게 당당한 것이 되어 마땅하다는 생각을 옛 어른들은 품고 있었던 것이다. 한데 엽전의 원방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네 모는 방정(方正), 곧 바르고 곧음이다. 원은 원융(圓融), 곧 둥글둥글함이다. 하니까 원과 방이 합치면 결국, 돈은 바르고 곧게 세상을 돌고 돌아야 하는 것이다.

‘정의롭게 세상을 돌고 도는 것’, 그게 바로 돈이라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 그들 마음은 오죽 푸르고 높았을까. 문득 오늘의 우리들이 부끄러워진다.

그러기에 워낙 돈은 귀하고 고상한 그 무엇이어야 했다. 적어도 이상으로는 그래야만 한다고 옛날 어진 이들은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새엔가 더러운 것, 추한 것이라는 생각들을 사람들은 품게 되었다.

그래서 생긴 이야기인데 옛날 교만한 부자가 청빈한 말단 관원을 비웃었다. “깨끗한 척 하지 말든지, 상관이 남긴 술잔을 핥지 말든지!” 그러면서 엽전 한 잎을 던졌다. “가난뱅이야, 이걸로 술 사 먹어! 어때 돈 냄새 좋지?” 그러자, 선비가 받아 넘겼다. “상관 마시다 만 술잔을 핥을지언정, 돈 냄새는 맡지 않겠다.”

원전에서는 돈 냄새를 전취(錢臭)라고 했다. 취(臭)는 워낙 악취의 취다. 돈이 그만 어쩌다가 뒷간 냄새로 찌든 걸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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