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350만달러 수출" 한국영화 칸서 떴다

  • 입력 2002년 5월 28일 18시 40분


영화 '일단 뛰어'
영화 '일단 뛰어'
“그동안 한국 영화가 이룬 양적, 질적 성장에 비해 이번 칸의 성과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한국보다 영화 시장과 인프라가 열악한 대만 이란 그리스 등이 이미 칸을 거머쥔 것이 그렇다. 임권택 감독의 수상은 한국 영화계에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서울예대 강한섭 교수)

영화계는 임 감독의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이 ‘쉬리’(1999년) 이후 이뤄진 한국 영화의 질적 성장을 세계 시장에서 공인받은 계기로 보고 있다. 시상식과 별도로 진행된 칸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도 한국 영화는 ‘취화선’(14만달러) ‘일단 뛰어’(10만달러) 등 35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올려 해외 필름 마켓 사상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번 영화제에 참석했던 CJ엔터테인먼트의 최평호 상무는 “외국 배급사들이 경쟁 부문에 오른 ‘취화선’의 영향을 받아 필름 마켓에 나온 ‘공공의 적’ ‘생활의 발견’ 등 한국 영화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취화선’의 감독상 수상은 지난해 약 4900억원의 입장 수입을 기록한 세계 7위 규모의 한국 영화 시장과 영화의 품질에 대한 세계의 시선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1993년 이마무라 쇼헤이의 ‘나라야마 부시코’가 칸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일본 영화가 국제적 주목을 받았으며 이듬해 첸 카이거의 ‘패왕별희’가 같은 상을 받은 이래 중국 영화가 활황세를 타는 등 칸의 수상은 해당국 영화계에 직간접적인 호기(好機)로 작용해왔다. ‘패왕별희’ 이후 ‘집으로 가는 길’의 장이머우 감독 등이 칸의 후광에 힘입어 다시 아시아 예술 영화의 대안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임 감독의 수상은 그동안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오던 ‘작가주의’ 또는 ‘예술 영화’에 보다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명대 조희문 교수는 “임 감독의 수상은 수십년 간 한국 영화계의 ‘칸 콤플렉스’를 떨쳐내고 다양한 비상업주의 영화들이 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형 예술 영화’가 무조건 칸에서 통하리라는 판단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김혜준 정책연구실장은 “임 감독이 추구했던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지닌 독립 영화의 제작을 위해 지원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화계 일각에서는 일본 대만 이란 중국 등이 거쳐간 칸 영화제가 임 감독을 시작으로 몇차례 더 한국 영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영화평론가는 “이란과 중국 이후 주목받을만한 영화와 스타 감독을 찾지 못한 칸이 최근 규모 면에서 급신장한 한국 영화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93년 ‘서편제’부터 칸을 노크한 임권택이란 거장을 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칸은 한국을 거쳐 논지 니미부트르 등 스타 감독을 내놓고 있는 태국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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