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보는 세상]향기의 추억, 뇌는 알고 있다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된장찌개의 구수한 냄새를 맡으면 고향의 어머니가 떠오른다. 애틋한 그리움과 함께.

냄새와 관련된 기억은 뇌에서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가 아니라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 영역에서 관장한다는 연구결과가 지난달 발표됐다. 향기에 대한 기억에 느낌이 동반되는 이유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추측일 뿐이다. 뇌가 냄새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뇌 연구는 아직도 냄새 인식 과정의 첫 단계인 코의 후각수용체에 머물러 있다. 냄새를 내는 화학물질이 호흡과 함께 코 안 점막에 접촉하면 그 물질만을 알아보는 후각수용체가 감지한다. 이 정보가 뇌로 전달돼 냄새를 인식하는 것이다.

후각수용체가 화학물질의 어떤 특성을 파악해 냄새 정보를 구별하는 걸까. 뇌과학자들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한편에선 화학물질의 구조를, 다른 한편에선 고유의 진동을 통해 구별한다고 주장한다.

자연계에서 서로 다른 향을 내는 화학물질은 구조가 다른 경우가 많다. 배와 바나나가 대표적인 예다. 배의 향기 성분(노말 프로필 아세테이트)보다 바나나 향기 성분(이소아밀 아세테이트)에 탄소(C)가 두 개 더 많다. 이 작은 차이 때문에 후각수용체가 배와 바나나의 향을 서로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성 향료에선 이 이론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96년 영국 런던대 루카 투린 박사는 특정 화학물질에서 수소 하나를 동위원소인 중수소로 바꾸면 구조는 같지만 같은 시간 동안 진동하는 횟수가 바뀌어 냄새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세’는 구조이론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구조이론을 지지하는 미국 컬럼비아대 리처드 액설 교수와 프레드허친슨 암센터 린다 벅 박사의 2004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도 이런 경향에 한몫을 했다. 하지만 비슷한 구조의 화학물질을 진동수만 바꿔 다른 인공향료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진동이론도 여전히 뇌과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과학자가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뇌가 냄새를 인식하는 전체 메커니즘을 밝힌다면 연간 12조∼15조 달러로 추정되는 세계 향기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원천기술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일 경북대 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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