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광주 북구 각화동농산물시장 과일 판매장에 사과와 배 등 각종 선물과 차례상용 과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skyblue@donga.com
“명절은 중고 거래로 선물 세트를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예요.”
주부 김지현 씨(32)는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설 명절 선물 세트를 여러 개 구매했다. 명절을 맞아 선물로 들어온 햄이나 참치통조림 세트를 ‘미개봉 새 상품’이라며 저렴하게 내놓는 판매자가 많기 때문이다. 김 씨는 “원하는 품목의 키워드 알림을 설정해 두면 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매해 집에 쟁여놓을 수 있어서 경제적이다”라고 말했다.
● 정가 절반 수준에 ‘득템’… 중고 시장은 명절 대목
이처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선물 세트 중고 거래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자는 취향에 맞지 않거나 남는 선물 세트를 처분해 현금을 확보하고, 구매자는 필요한 물품을 정가의 반값 수준으로 얻는 ‘중고 거래 대목’이 명절을 계기로 형성된 것이다.
실제로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한과나 곶감, 식용유, 김 세트 등이 5분도 채 되지 않는 간격으로 쉼 없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판매자는 포털 사이트의 최저가 화면을 캡처해 함께 게시하며 “정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라는 점을 강조해 빠른 판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특히 유통기한이 길어 보관이 쉬운 가공식품 세트의 인기가 높았다.
● “혼자 사긴 부담돼요”… 이웃과 나누는 ‘소분 모임’ 활기
중고 거래뿐만 아니라 대용량 상품을 함께 구매한 뒤 나누는 ‘소분 모임’도 활발하다. 회사원 진모 씨(30)는 설을 앞두고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내 동네 커뮤니티를 통해 이웃과 식재료를 공동 구매했다. 창고형 대형마트 회원권을 가진 주민과 동행해 소고기나 대용량 과일 등을 대량으로 산 뒤, 현장에서 즉시 배분하는 방식이다.
진 씨는 “명절 전이라 고기나 생선, 디저트류를 같이 나누자는 글이 부쩍 늘었다”며 “혼자 사기엔 부담스러운 양과 가격을 이웃과 나누니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천정부지 물가… ‘무소비’ 선언까지 등장
이 같은 실속형 소비 경향은 설 명절을 앞두고 치솟은 물가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국산 소고기는 3.7%, 쌀은 18.3%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차례상 비용이나 선물 비용이 예년에 비해 크게 뛰면서 소비자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극심한 고물가에 아예 소비를 차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1인 가구인 대학생 김예은 씨(26)는 “고물가 시대에 소분 모임 참여조차 지출이 부담스러워 이번 명절은 아예 지갑을 닫는 ‘무소비’를 실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체면을 중시했다면, 최근 젊은 층은 실리 중심의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며 “당분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 같은 ‘설테크’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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