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땐 대권 경쟁, 지금은 감정싸움”…野 계파 갈등 잔혹사

  • 동아일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왼쪽),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왼쪽),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뉴스1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간 갈등은 선의의 경쟁이었는데 친장(친장동혁)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갈등은 감정싸움 수준을 못 벗어나는 거 같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지역 당협위원장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이계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박계는 대권을 위한 비전 경쟁을 벌였는데 현재의 계파 갈등은 비전 경쟁이 아닌 감정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으로 당권파이자 주류인 친장계와 비주류가 된 친한계 간 갈등이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파 갈등이 정권 창출 및 선거 승리를 위한 선의의 경쟁이 돼야 하는데도 당에서 몰아내는 싸움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당에서 계파 갈등은 필연적이지만 지금처럼 당에서 일방적으로 쫓아내는 경우는 없었다”며 “지금은 건강한 비전 경쟁, 노선 경쟁으로 보기에는 지나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정당의 계파 갈등은 계속돼 왔지만 이번 갈등은 과거보다 더 심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

2007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선 경선 국면부터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지지로 나뉜 친이계와 친박계는 격렬하게 대립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됐고, 2008년 18대 총선은 이른바 ‘친박 학살’ 공천이라는 반발이 나오기까지 했다.

이후 2011년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등으로 당이 위기에 빠지자 박 전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2012년 19대 총선을 지휘했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원내 1당이 됐고, 박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친박계가 19대 총선 공천을 주도했지만 과거 친이계 핵심이었던 이재오(은평을), 정두언 전 의원(서대문을) 등은 공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20대 총선 때는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공천 논란이 일었고, 친박과 비박(비박근혜)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일명 ‘옥새 파동’까지 일어났다. 결국 야권 분열에도 새누리당은 원내 1당직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이어 국정농단 사태까지 터지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은 폭발했고,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바른정당 분당 사태까지 겪었다. 보수가 분열되면서 결국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맨 앞)와 송언석 원내대표(장 대표 바로 뒤)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중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설맞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맨 앞)와 송언석 원내대표(장 대표 바로 뒤)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중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설맞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대통합을 기치로 미래통합당이 출범했으나, 총선 참패를 피하지는 못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때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면서, 계파 갈등은 일시적으로 잦아들었다. 소수 야당이었고,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계파 수장급 인사들도 실종됐기 때문이다.

2021년 대선 국면이 찾아오자, 계파는 다시 형성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시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르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친윤, 찐윤(진짜 친윤석열) 등이 당내 주류로 급부상했다. 친윤계는 이준석 대표도 몰아내면서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과 2024년 7월 전당대회에서 당선돼 대표를 맡으면서 친한계가 형성됐고, 친윤과 친한 간 대립이 이어졌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윤 전 대통령이 탈당까지 하자 친윤은 분화됐고, 장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때는 일부 친윤과 강성 지지층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 대표가 당권을 잡은 후 시작된 친장과 친한 간 갈등은 한 전 대표 제명 등으로 다시 심화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친장과 친한 간 갈등의 본질은 “친윤과 친한,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 등을 둘러싼 갈등이 일단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이른과 친장과 친한계 인사들은 우리 당에서 정치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보다는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대선 이후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며 “결국은 친윤과 친한 간 갈등이 친장과 친한 간 갈등으로 이름만 바뀐 것이고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 차로 계속 싸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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