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0명 중 6명 “우리 사회 신뢰 못해”…결혼 안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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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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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6)는 설 연휴에 본가 방문을 망설였다. 30세를 넘긴 뒤부터 명절마다 이어진 부모님의 결혼 잔소리 때문이다.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 이 씨는 “명절마다 언제 결혼해서 손자를 안겨줄 거냐는 말을 들으니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나 하나 책임지기도 힘든데 결혼해 자식을 기르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혼 남녀의 과반이 우리 사회를 신뢰할 수 없고 나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뢰와 안전, 미래 전망 등의 사회적 가치가 미혼 남녀의 결혼·출산 의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29세 남녀 1만43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가족과 출산 조사’를 분석한 결과 미혼 남성의 58.5%, 미혼 여성의 61.4%는 우리 사회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10년 후 자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혼 남성의 64.5%, 여성의 66.8%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미혼 남성의 30.6%, 여성의 43.0%는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했다.

이 같은 사회 인식은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에 대한 신뢰, 사회가 안전하다는 믿음, 미래 전망에 대한 긍정이 있을 때 결혼 및 출산 의향이 높아졌다. 특히 미혼 남성은 사회에 대한 신뢰와 미래 전망 인식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여성은 결혼 의향에는 안전 인식이, 출산에는 신뢰와 안전 인식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에 대한 불신이 청년층의 삶의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과 상식, 규범을 벗어나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사회에 대한 신뢰가 낮다보니 개인들이 자신의 미래 역시 불확실하고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신경아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녀 간 응답 차이에 대해 “결혼과 출산의 조건으로 남성은 경제적 기반을, 여성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성은 디지털 성범죄 등에 노출될 수 있는 폭력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결혼과 출산 결정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가치 체계가 정책의 효과를 제약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결혼과 출산이 부담스럽지 않고 제약이 되지 않는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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