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박수의 박자통일' 아시나요…美물리학자 분석

  • 입력 2000년 4월 3일 19시 22분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은 박수를 친다. 간혹 수천 명이나 되는 관객이 똑같은 리듬에 맞춰 짝 짝 짝 박수를 쳐나가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박수의 ‘박자 통일’이다. 무질서한 것으로만 보이던 박수에 질서가 생겨나는 현상이다. 이런 일은 왜 생길까?

최근 루마니아 출신 미국 물리학자인 앨버트 라즐로 바라바시는 과학잡지 ‘네이처’에 박수의 박자통일이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 기고했다. 뉴욕타임스지도 이 흥미로운 논문의 내용을 요약 게재했다.

바라바시는 관객 개인이 두가지 형태의 박수를 친다고 말한다. 공연이 끝난 직후에는 폭발적인 빠른 박수가 일어나지만, 갈채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느린 박자로 박수의 형태를 바꾼다. 빠른 박수는 개인마다 쳐 나가는 속도나 주기(週期)가 다르지만, 느린 박수의 경우에는 사람마다 선택하는 빠르기가 비슷하다는 것.

사람들 대부분이 빠른 박수에서 느린 박수로 ‘박수모드’를 바꾼 뒤에는 주변의 비슷한 박수 주기를 의식하는 박수의 공명(共鳴)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공명이 증폭되어 박수의 ‘박자통일’이 일어난다고 바라바시는 분석했다. 카오스가 질서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런 박자통일 박수는 수 초가 지난 뒤 깨어지게 된다. 바라바시는 이 현상에 대해서도 이유를 설명했다. 박자통일 박수가 계속되다 보면 공연 내용에 열렬히 감동한 사람들이 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어지며, 더 빠른 박수로 박수의 ‘공명’을 깨기 때문에 질서가 부여되지 않은, 파도소리 같은 박수로 다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바라바시는 관객이 예절바를수록, 그러나 그다지 열정적이지는 않을수록 ‘박자통일’은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권마다 박자통일 현상이 다른데도 주목했다. 미국의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지만 유럽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고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구권에서는 특히 빈번히 나타난다. 바라바시는 ‘동구권 관객들은 박자통일 박수에 대한 게임의 룰을 알고 은근히 기대하는 반면, 미국 관객들은 이런 게임의 룰에 낯설기 때문에 박자통일이 일어나는 법이 적다’고 주장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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