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

  • 입력 1998년 11월 23일 19시 19분


솔직하다. 당당하다. 후련하다.

자신감이란 이런 것인가. 야망과 출세의 꿈을 접고, ‘재미’에서 인생의 성공을 느끼는 삶이란 이런가. 이리도 홀가분한가. 상큼한가.

‘문화경제평론가’를 자처하는 김지룡씨(34)의 신세대 문화론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명진출판).

신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눈뜨는 세상살이는 그야말로 경쾌함의 질주(疾走)다. 신세대의 속내와 사고방식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랩 댄스’ 같은 글들. 그것은 어쩌면 ‘정말 내 맘대로 한번 살아보고 싶어, 그렇게 살고 있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발 디딜 곳 없는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시절, 우연히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반대 방향에 눈길을 준 적이 없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반대편은 텅텅 비어 있었다. 누워서 가도 될 정도였다. 불현듯 그 지하철을 타고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신세대가 누군가. 매일 가던 곳에 있는 ‘나’를 버리고, 그 반대편의 또 다른 ‘나’를 찾아나선 젊은이들. 있던 그 자리의 ‘끈적이는’ 사회적 관계와 구속을 털어버리고, 본래의 ‘나’를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들.

저자가 예찬하는 신세대들을 만나보자.

서울대생 전한해원씨. ‘고등학교를 시시하게 만드는’ 교육 운동가를 자처하며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자퇴(自退) 교과서’를 쓰고 있다. “3년 내내 대학 가는 기술만 배우다가 떨어진 사람들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나. 이제 ‘학교는 꼭 다녀야 하는 곳’이라는 주술적인 속박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그래야 교육개혁도 가능하다. 학교라는 독과점 체제는 무너져야 한다….”

스물 세살의 패션모델 전승룡씨. 승려생활 7년만에 ‘여자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절간을 뛰쳐나왔다. “컴퓨터 게임에는 ‘리셋(reset)’이라는 기능이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는 거다. 지금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새로워지는 이 때, ‘리셋 정신’으로 승부하라….”

시인 박노해의 말대로 ‘진보(進步)’가 아니라 ‘진화(進化)’된 신세대들.그들이 좋아하는 만화가 박흥용의 책 제목은 ‘그르믈 버서난 달처럼’(구름을 벗어난 달처럼)이다. 맞춤법조차도 삶을 옭아매는 구속으로 느끼는 신세대의 정서를 드러낸다. 신세대 문화에서 미래의 희망과 좌표를 읽는 저자. 그는 누누이 강조한다. 벼슬길을 여는 것보다,세상을 바꾸는 것보다,‘나’ 자신에 숨어있는 자유를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누구나 진정 꿈꾸어야 하는 것 아닐까, 라고.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인생은 그리 긴 여행이 아닐 지 모른다….”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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