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씨등 평단「代父」,「문학과 사회」여름호에 評文기고

  • 입력 1997년 5월 8일 09시 01분


한국문학 각 계파 좌장들의 평문이 한자리에 모인다. 「창작과 비평」의 백낙청, 「세계의 문학」의 유종호, 범(凡)본격문학의 김윤식, 「문학과 사회」의 김병익씨. 모두 이번에 나오는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서 평문으로 만난다. 이들은 현재 일선에 간여하고 있지는 않으나 각 문예지를 태동시켰으며 한세대 가까이 후배 문인들을 발굴, 육성해와 명실공히 각 계파의 원로로 자리잡고 있는 현대문학의 산 증인들이다. 그러나 문학관의 차이로 인해 상대 문예지에 글을 실을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 백낙청 유종호씨의 경우 30여년 문학 이력을 통해 「문학과 사회」와 이의 전신인 「문학과 지성」에 단 한차례도 본격 평문을 실어본 적이 없다. 이로 인해 문학계에서는 이번의 좌장 평문집결을 두고 「90년대 최대의 평문 회동」 「총체적인 문단조망의 본격적 시작」이라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평문집결은 「한국문학―걸어온 길, 나아갈 길」이란 제목으로 마련됐다. 제목에 걸맞은 위격과 시야를 갖춘 글들이 자리잡고 있다. 유종호씨는 평문 「20세기의 막바지에서」를 통해 우리 문학, 지성계의 위기를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혁명의 신화, 성장의 신화가 주저앉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혼돈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묘사, 모색하는 것이 문학인의 소임이다」 「문학과 통속을 가르는 기준은 문체. 이는 형식의 문제가 아니며 대상을 포착하는 방법과 관련돼 있다」. 백낙청씨는 평문 「비평과 비평가에 관한 단상」에서 「창작과 비평」의 문학관에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나는 문지 창비 두 묶음의 작가들이 유사한 비중을 갖는다고 생각지 않는다」 「문지 창비의 작가 편향을 함께 비판하는 것은 세계관의 문제를 간과했다는 인상이며 손쉬운 양비론으로 흘러버리기 쉽다」. 김병익씨는 거대자본과 과학기술의 인간소외 극대화라는 점에 주목한 글을, 김윤식씨는 후배 비평가들에게 주는 고언을 싣고 있다. 「문학과 사회」에서 이 기획을 마련한 이유는 현재 문학의 지속되는 위기 때문. 민족민중문학의 해체 이후 대안으로 신세대 문학이 부상했지만 아직 성과가 적다. 신세대문학은 우리 문학의 엄숙주의 허물기에 주력했지만 경량화가 지나치다는 비판이다. 유종호씨가 이번 평문에서 문학에 만연한 「개그적 발상」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기획을 마련한 젊은 비평가 김동식씨는 『지금 문학을 어른들에게 물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원로 소장 각 계파가 함께 하는 「소통적 개방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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