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무역-홍콩시위 거론… 트럼프, 유엔서 中에 집중포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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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 무역협상 앞두고 기싸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무대에서 불공정 무역과 홍콩 민주화 시위까지 들먹이며 중국을 집중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합의(bad deal)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10월 고위급 무역협상에 나설 중국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제74차 유엔 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약속한 개혁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거대한 시장 진입장벽, 막대한 국가 보조금, 환율 조작, 상품 덤핑, 기술 강제 이전, 방대한 규모의 지식재산권 절취에 의존하는 경제 모델을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정부 소유 기업이 87억 달러(약 10조4000억 원) 가치의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디자인을 훔쳤다는 사례까지 제시했다.

이번 연설에는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홍콩 민주화 시위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홍콩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영국과 맺은 구속력 있는 조약을 존중하고 홍콩의 자유와 법체계, 민주적 삶의 방식에 대한 보호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몇 달간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홍콩 발언은) 특히 놀라웠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양국(미중) 모두에 호혜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중국과 고위급 무역협상이 2주 뒤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래는 글로벌리스트(세계화주의자)가 아니라 애국자(patriot)의 것”이라며 “세계화주의가 지난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국익을 무시하게 했다. 미국에 있어서는 이런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외교 노선의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유엔 무대를 활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그는 “수년째 중국의 이러한 (무역) 남용(abuses)이 용인되거나 무시되거나 심지어 장려됐다”며 WTO가 수년째 지속된 중국의 무역관행을 제대로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미국의 오해가 양국 간의 건강한 관계에 핵심 방해물”이라고 지적했다.

왕 위원은 6·25전쟁까지 언급하며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라고 미국에 촉구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위원은 “미국 합참의장을 지낸 오마 브래들리가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을 잘못된 시간과 장소에서, 잘못된 상대와 벌인 잘못된 전쟁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7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또다시 상대를 잘못 선택해 잘못된 대항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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