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글e글]“급발진이라더니”…팰리세이드 전복 사고 ‘여론역전’ 돼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월 22일 14시 14분


코멘트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에 20일 방송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사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차주는 소셜미디어(SNS)에 “아가와 둘이 급발진 사고를 당해 죽을 뻔했다”고 주장해 여론의 안타까움을 샀지만 이후 “급발진이 아닐뿐더러 차주의 부주의가 더 크다” 지적이 쏟아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여기에 차주가 자동차 회사에 억대 배상액과 직원 3명 해고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사고 차주인 4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 12월 26일 아들과 함께 전라북도 익산에서 산길을 내려가다가 전복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당시 머물렀던 장소에서 차를 출발시키는 과정에서 한 차례 후진했고, 이후 산비탈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출발과 동시에 ‘쿵’하는 충격음이 들렸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에 따르면, A 씨는 “어? 무슨 소리야? 부딪혔어?”라고 아들에게 물어보고는 그대로 산비탈 아래로 주행했다. 중간에 누군가와 이야기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 한차례 섰지만 다시 출발했고, 얼마 후 차는 점점 속도가 붙어 결국 통제되지 않은 채 전복되고 말았다.


A 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폭로 글을 올리고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현대자동차를 향해 급발진하겠다. 아가랑 둘이 급발진에 전복 죽을 뻔. 그날 생각함 눈물만이. 현대자동차는 분명히 알아두길. 소비자 생명 우습게 다루지 말길. 현대에서는 저의 실수 찾느라 분석이 늦어지네용. 분석 안해도 급발진 맞는뎅ㅉㅉ”라고 주장했다.

누리꾼들은 A 씨와 어린 아들을 걱정하며 현대자동차에 분노를 표했다.



하지만 제조사 측은 차량 결함은 아니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고 원인에 대해 “후진 기어를 넣고 후진한 뒤, 전진 기어가 아닌 후진 기어를 한 번 더 넣고 진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후진기어 상태에서 경사로로 인해 차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설정대로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게 됐고.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계속 밟다 보니 압력이 높아져 더 이상 제동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 것. 급발진이 아닌 차주 실수라는 설명이다.

20일 방송된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에서도 제조사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제작팀은 자동차 명장 박병일 씨를 대동해 현장을 찾아가 같은 조건으로 실험을 해봤다. 실험 결과는 자동차 회사의 설명대로였다.

후진기어 상태로 비탈길을 내려오다 보니 시동이 꺼졌고, 처음엔 브레이크가 작동 했으나 중간에 잠시 멈추면서 압력이 모두 끝나 그 이후에는 더 이상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

박 명장은 “쿵 소리가 바로 시동 꺼지는 소리다. 그럼 핸들도 움직이고 계기판도 켜져 있기 때문에 운전자는 시동 꺼졌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계기판에는 시동이 꺼져있는 상황이 표시됐다. A 씨는 SBS 실험 후 인스타그램에 “산 비탈길 이기 때문에 평소운전습관대로 계기판을 보진 않았고, 차가 잘 가니까 그 상태로 내려오다가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에 여론이 변하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어떻게 쿵 소리까지 났는데 운전하는 사람이 계기판을 보는 주의력도 없냐”는 지적을 쏟아냈다.

현재 유튜브에 게재된 SBS 영상과 A 씨 인스타그램, 인터넷커뮤니티 등에는 “급발진은 무슨~”,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으면 일단 세우고 봐야할 일 아닌가”, “평소운전 습관이 계기판 안보기?”, “다른 사람 안 다친 게 다행이다. 면허증 반납하시라”, “이상하다 싶으면 계기판 보고, 어 엔진 안돌아가네? 시동 다시걸어볼까? 그러고 시동을 얼른 켰으면 됐을 일인데”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게다가 A 씨가 온라인에 썼다는 요구사항 글이 확산되면서 비난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해당 글에는 “저 1억 아기 2억(너무 약한거 같긴 한데 ㅋㅋ) 받고, 제네시스 GV8로 바꿔주고, 군산 서비스센터 담당자 1명, 새로운 담당자 1명, 엔지니어 1명 자르는 조건이 저의 합의 내용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를 두고 ‘손님 갑질’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A 씨는 이 글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군산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그 분이 팰리세이드 동호회에 해당 글을 쓴 것으로 안다”면서 “글만 썼을 뿐, 실제로는 그런 합의나 요청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사고난 자동차 부품을 분석한 곳이 군산서비스센터라서 그런 글을 쓴 것 같다”며 “자동차 분석 결과 차량 결함이 아니라는 것을 잘 설명드렸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