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지상군 투입 전쟁 판도 바꿀 카드… 사상자 급증땐 미국내 역풍 가능성
극단 무장단체 난립 야기할수도
초등교 공습에 국제사회 비판 커져
미국 백악관이 2일(현지 시간) ‘X’에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 작전,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제거 과정 등을 지켜보는 사진을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날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큰 파도(big wave)는 아직 치지도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CNN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겠다며 “더 큰 것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이란 공습을 시작하며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까지 제거한 그가 더 강하고 확실한 공격을 감행할 뜻을 비친 것이다. 그는 같은 날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필요시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상군 투입은 이번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외친 ‘이란 핵·미사일 불능화’를 위한 미군의 작전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사상자 발생 위험이 커져 미국의 부담 또한 대폭 늘어난다.
앞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각각 2001년과 2003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수년간 전쟁을 치렀지만 기대했던 친(親)미국 정권은 들어서지 않았다. 또 중동 정세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못 받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해외 전쟁 개입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만큼 소규모 병력을 투입하더라도 인명 피해가 크다면 미국이 상상 초월의 부담을 짊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소규모 병력 투입―거점 장악 가능성
현재까지 미국은 이란을 겨냥해 공습을 통한 원거리 타격에만 집중하고 있다. 직접적인 교전을 피하는 방식으로, 미군의 인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신속한 보복 작전도 전개할 수 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이날 추가 병력이 중동 지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추가 방공 자산’을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공습은 이란이 작정하고 특정 표적을 은폐할 경우 효과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대규모 민간인 희생도 뒤따른다. 지난달 28일 이란 남부 여자 초등학교에 대한 공습으로 약 170명의 학생이 희생된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상당하다.
지상군 투입 시 현실적으로 유력한 시나리오는 특수부대를 투입해 목표물을 제거하거나 소규모 지상 작전을 펼치는 방안이다. 대규모 병력을 직접 투입하는 전통적 의미의 지상전은 아니다. 다만 미군과 민간인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이란의 주요 시설과 요인을 제거할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 작전이 실패하거나 이란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더라도 발을 빼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이란 핵·미사일 위협 완전 제거’란 미션을 깨끗하게 해결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제한된 병력을 투입해 지상 작전을 펼치는 방안도 있다. 해·공군의 공습 지원을 받으며 1만∼2만 명 수준의 병력만 이란 주요 지역에 투입해 이란 내 핵시설, 미사일 기지 등을 장악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특수부대 작전보단 더 넓은 지역을 커버해 ‘제한적 점령’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면서 병참 지원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애매한 수의 병력만 참전하면 소기의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장기전에 휘말릴 수 있다. 관련 비용 또한 급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사상자 급증 시 美 국내외 역풍 우려
이란을 군사적으로 확실하게 통제하고 친미 정권 수립, 정권 교체 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는 ‘전면 침공’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작전이 전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군 사상자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비용 부담 또한 엄청나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지상전이 중동 내 반(反)미 감정을 고조시키고 극단 무장단체의 난립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인구가 9200만여 명에 달하고 험준한 산악 지역이 대다수인 이란에 지상군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의 육군 전력이 1980년대 이라크와의 전쟁, 2014∼2017년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경험하며 상당히 높은 수준이란 평가도 많다. 역시 미국이 대규모 지상전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보수 케이블 방송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는 ‘지상군 투입’을 두고 “내 생각엔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또한 이번 전쟁이 이란의 “정권 교체를 위한 전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란은 이라크가 아니다”라며 이번 전쟁이 이라크전, 아프간전처럼 장기화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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