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복공격 시달리는 걸프국 “왜 우리가 최전선 서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4일 21시 08분


이란, 사우디 아람코에 재차 드론 공격
호르무즈 봉쇄로 걸프국 식량 수입도 위기
카타르 “계속되는 공격, 레드라인 넘었다”

밴터의 위성사진에 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 정유시설이 드론 공습 여파로 파손돼 있다. 라스타누라=AP 뉴시스]
밴터의 위성사진에 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 정유시설이 드론 공습 여파로 파손돼 있다. 라스타누라=AP 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인 아람코의 라스타누라 정유 시설이 또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인 아람코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주변국을 난타하는 가운데, 걸프 지역 국가들에서는 “이란이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분노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4일 사우디 최대 규모인 라스타누라 정유 시설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라스타누라 정유 시설은 사우디 동부 걸프 연안에 위치한 정유 시설로, 사우디 에너지 산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다만 사우디 에너지부는 이번 드론 공격으로 라스타누라 정유 시설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의 아람코 정유공장이 2일(현지시간) 이란의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다. (출처=엑스)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의 아람코 정유공장이 2일(현지시간) 이란의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다. (출처=엑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벌어진 지난달 28일 이후 사우디의 라스타누라 정유 시설이 이란의 공격을 받은 건 두 번째다. 앞서 이달 2일 라스타누라 정유 시설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뉴시스
여기에 더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걸프 국가들의 식량 안보에도 문제가 생겼다. 이 해협은 걸프 지역 국가의 ‘식량 수입 생명선’으로 불린다.

미국 CNN에 따르면 걸프 지역 국가인 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은 식량의 약 8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곡물로 한정하면 수입 의존도는 90% 이상으로 높아진다. 걸프 지역 국가 중 식량 자급률이 가장 높은 오만도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다.

이란 국회는 22일 미국의 핵시설을 공습한데 대응해 세계 석유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결의안 가결이 즉각적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뜻하지는 않으며 방어적 차원에서 옵션을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이란 국회는 22일 미국의 핵시설을 공습한데 대응해 세계 석유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결의안 가결이 즉각적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뜻하지는 않으며 방어적 차원에서 옵션을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NYT는 4일까지 긴장이 완화되는 징후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10대의 드론과 2개의 순항 미사일을 요격하고 파괴했다는 사우디 국방부의 발표를 속보로 전했다.

다른 걸프 지역 국가인 UAE, 카타르, 쿠웨이트도 4일 새로운 이란 공격이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NYT에 따르면 UAE 방위부는 121대의 드론과 3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8대의 드론이 자국 영토에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카타르도 10대의 드론과 2대의 순항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군도 미사일, 드론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푸자이라=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요격된 이란 드론 잔해가 푸자이라 석유 시설에 떨어진 뒤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03.04.
[푸자이라=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요격된 이란 드론 잔해가 푸자이라 석유 시설에 떨어진 뒤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03.04.
영국 BBC는 걸프 지역 국가들이 이란의 공습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걸프 지역 국가들이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전쟁의 최전선에 서게 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이란의 공격은) 걸프 지역이 여행, 관광 및 금융의 중심지라는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이란은 석유 및 가스 산업의 핵심을 뒤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마제드 알 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3일 기자회견에서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미 모든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복 가능성에 대한 모든 선택지는 지도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면서도 “공격에 대해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람코#이란 드론 공격#걸프 지역#중동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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