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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단독]檢, 코인 발행업체 2곳 시세조종 혐의 첫 수사

입력 2022-12-01 03:00업데이트 2022-12-0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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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한국산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 상장시킨 뒤 해당 코인을 직접 사고팔며 시세를 띄운 발행사 2곳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국내 코인 발행사의 ‘자전거래’(직접 매매를 통한 시세 조종)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30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3월 한국산 L코인과 M코인을 각각 만들어 상장시킨 발행사 2곳을 수사하고 있다.

이들 발행사는 거래소에 법인 명의 계좌를 여러 개 만든 뒤 해당 코인들을 직접 사고파는 수법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L코인의 경우 상장 이후 1년간 이뤄진 거래량의 80%가 발행사가 직접 매매한 거래로 확인됐다. 특히 검찰은 해당 코인들이 상장된 대형 거래소 ‘고팍스’와 발행사 2곳이 상장이나 매매 과정에서 결탁했는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가상자산 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발행사와 관련된 시세 조종 세력이 다른 코인의 불법 거래에도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코인 발행사가 직접 사고팔며 시세 띄워… “거래소 결탁여부 수사”


檢, 코인 업체 2곳 수사
1500원짜리 한달만에 6990원 폭등
발행사 물량 털어낸 뒤엔 60원대로
거래소서도 못 걸러내 투자자 불안
업계 “다른 코인도 시세조종 의혹”



올 들어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 등이 연이어 불거진 가운데 이들 발행사의 시세 조종까지 사실로 확인되면 ‘김치코인’(한국산 가상자산)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발행사가 직접 코인을 사고팔아 시세를 조종한 ‘자전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L코인과 M코인은 국내 5대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에만 상장됐다. 30일 현재 고팍스에서 L코인은 68원에 거래되고 있다.

‘데이터 탈중앙화’를 내세우며 발행된 L코인은 지난해 3월 상장 이후 1년 동안 94만 건이 거래됐다. 하지만 이 중 75만 건이 발행사가 법인 명의 계좌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한 거래로 확인됐다. 특히 발행사의 직접 매매는 상장 초기에 집중됐다. 이 여파로 1500원에 상장된 L코인은 한 달여 만에 400% 가까이 폭등한 6990원에 거래되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M코인 역시 지난해 3월 상장 이후 1년간 거래된 100만 건 가운데 64만 건이 발행사가 직접 사고판 거래였다. M코인도 상장 초반 10원에서 50원까지 급등한 뒤 30일 현재 1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검사 과정에서 이 같은 자전거래 의심 행위를 확인하고 9월 말 국내 거래소를 대상으로 ‘자전거래 유의’ 공문을 보냈다.

가상자산 업계 안팎에선 L코인과 M코인의 자전거래에 관여한 세력들이 다른 거래소에서 다른 코인들의 시세 조종에도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들이 카카오톡 비공개 채팅방 등을 통해 회사 내부 정보를 알려준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뒤 시세를 띄우고 빠져나오는 작업을 반복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도 이들 세력의 위법 행위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자전거래가 발생한 고팍스는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좌를 통해 코인 거래가 이뤄지는 5대 거래소 중 한 곳이다. 대형 거래소마저 발행사의 자전거래를 걸러내지 못한 셈이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치코인의 자전거래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월 말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638개(중복 제외) 가운데 61%(391개)가 국내에서 발행된 김치코인이다. 그동안 대다수 김치코인에서 상장 직후 별다른 이유 없이 가격이 수백∼수천 %씩 급등하는 ‘상장빔’ 사례가 많았다.

최근 국회와 정부가 불공정거래 처벌과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규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어 무법지대로 여겨졌던 코인 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내 법안이 마련되면 코인 시세 조종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와 검사, 검찰 고발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면 지금 거래되는 김치코인 상당수가 검증대에 올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에 적발된 자전거래는 국내 코인 시장 불공정거래의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해외 주요국에 비해 규제 공백이 큰 만큼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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