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공백속…신규확진 결국 2000명 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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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변이 검출 한달새 20배… 예방효과 높은 모더나는 ‘가뭄’
오늘 확진자 2100명 안팎 될듯… 코로나 발생 568일만에 최다 기록
거리두기 강화에도 확산세 안 꺾여, 전문가 “하루 4000명도 배제 못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2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도입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환자 수가 감소세로 전환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1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11일 0시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1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0일 오후 9시까지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568일 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다.

국내 확진자 중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최근 1주일(8월 1∼7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델타 변이 검출률은 73.1%에 달했다. 한 주 전(7월 25∼31일) 61.5%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국내에서 델타 변이 환자가 나오던 초기 6월 말(3.3%)과 비교하면 한 달 남짓 만에 20배 이상 급증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4차 유행은 ‘정점’ 없이 악화되고 있다. 1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1540명으로, 한 주 전보다 338명 증가했다. 주말을 포함한 8∼10일에는 국내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 요일 기준 가장 많은 환자가 쏟아졌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도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 감염’ 추정 사례는 5일 기준 1540건이었다.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 ‘2000명 이상’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거리 두기 지침은 델타 변이 발생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한 번 2000명을 넘어서면 하루 4000명, 6000명 확진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이 델타 변이 확산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이 5만1000명을 연구한 결과 모더나 백신의 델타 변이 예방 효과는 75%로 화이자(42%)보다 높았다. 하지만 8월 모더나 국내 공급 예정 물량은 당초 예정된 850만 회분에서 295만 회분까지 줄었다. 델타 변이에 맞설 ‘무기’가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단체가 계획하는 광복절 집회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광복절 위법 집회를 강행하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에 효과 좋은 모더나 공백속… 위중증환자 4차유행 이후 최다
신규 확진 첫 2000명대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 앞 줄선 시민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한 달 넘게 1000명 넘게 이어지던 일평균 확진자 수는 10일 오후 9시 2000명을 넘어섰다. 뉴시스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 앞 줄선 시민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한 달 넘게 1000명 넘게 이어지던 일평균 확진자 수는 10일 오후 9시 2000명을 넘어섰다. 뉴시스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 진입 후 가장 위험한 신호들이 여럿 쏟아졌다. 10일 오후 9시까지 역대 최다인 2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 역시 유행 시작 이후 최고치였다. 정부는 뒤늦게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핫라인’을 설치하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방역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우려가 이미 나오고 있다. 정부는 8월 예정된 백신 공급량을 절반 이상 줄이겠다고 한 미국 모더나사에 대표단을 보낼 계획이지만 상황이 나아질지는 미지수다.

○ 2000명 넘어선 4차 유행 당분간 지속
전문가들은 당분간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감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곳곳으로 스며들면서 거리 두기 효과가 반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대유행을 꺾기 위해선 유럽에서 시행됐던 야간 통행금지, 도시 봉쇄 수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체 확진자 중 델타 변이 비중이 매주 10%씩 늘어 70%를 넘어섰는데, 이 비율이 100%에 가까워질 때까진 확산세가 계속된다고 봐야 한다”며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 등의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 4단계를 국민들이 1.5단계 정도로 느끼는 상황”이라며 “TV 프로그램 안에서도 패널들을 ‘줌’으로 출연하게 하는 등 충격적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인공호흡기, 에크모(ECMO·인공심폐장치) 등의 치료가 필요한 위중증 환자 수는 10일 379명까지 늘어났다. 전날(367명)보다 12명 늘어난 수치로 4차 유행 시작 이후 가장 많다. 4차 유행 이전인 3, 4월 100명 안팎에 그쳤던 국내 위중증 환자 수가 3, 4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위중증 환자는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50대가 131명(34.6%)으로 가장 많고 60대(94명), 40대(54명) 등에서 나왔다. 사망자도 9명 발생해 4차 유행 이후 최다였다. 5일 기준 국내 돌파감염 추정 사례도 총 1540명으로 집계됐다.

○ “응급실 포화도 낮추자” 신속 PCR 확대

방역 당국은 뒤늦게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증가와 응급실 및 병상 부족을 타개하는 대책을 내놨다. 먼저 응급실에서 1시간 안에 코로나19 확진이 가능한 응급(신속) PCR 검사를 늘린다. 기존에 응급실을 찾아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PCR 검사는 6시간 이상 걸렸다. 응급실에 사람들이 대기하는 과정에서 추가 확산 위험도 있었다. 정부는 신속 PCR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응급실 포화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중증 응급환자가 병상을 찾기 어려운 환경을 개선하는 환자 이송 핫라인도 운영한다.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전원(轉院)시킬 때만 이용하던 ‘핫라인’을 구급상황관리센터에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내놓은 이 같은 대책들은 확진자 수 감소의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4차 유행과 델타 변이 전파세를 잡지 않는 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모더나 부족에 델타 추가 확산 우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에 효과적이라고 평가되는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델타 변이에 모더나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모더나 확보전’이 더 가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에서 모더나 백신 연구를 주도한 벵키 순다라라잔 박사는 “화이자와 모더나 중 어떤 백신을 접종했건 간에 ‘부스터샷’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곧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절반 이상 줄어든 모더나 수급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추석 전 1차 접종 3600만 명 달성만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보건복지부 방미단이) 모더나뿐 아니라 다른 백신 회사도 가능한 범위에서 만나 백신 수급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신규확진 2000명#델타변이#최다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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