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4억 청년에도 월50만원 구직수당…‘현금뿌리기’ 비판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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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정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청년-소상공인에 재정지원 집중
취업경험 상관없이 구직수당 지급
카드 사용액 최대 30만원 환급도

다음 달부터 가구당 재산이 4억 원 이하인 청년들은 취업 경험과 무관하게 6개월간 월 5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을 받는다. 8월부터 신용카드를 2분기(4∼6월)보다 일정액 더 쓰면 최대 30만 원을 ‘캐시백(신용카드 사용액 일부를 환급)’으로 돌려받는다.

정부는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으로 인한 경제 회복 효과가 전 계층에 퍼지도록 청년과 소상공인 등에게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 구직을 돕기 위해 월 5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주는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은 가구당 재산이 3억 원 이하이고 2년 내 취업 경험이 100일(또는 800시간) 미만인 청년만 수당을 받는다. 여기에서 재산 기준이 4억 원 이하로 확대되고 취업 경험 요건이 폐지된다. 재산은 주민등록상 가구 단위로 산정된다. 청년 1인 가구 재산이 4억 원이어도(중위소득 120% 이하) 월 5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저소득 청년 저축액의 일정 비율을 월 10만 원 한도로 지원하고 시중 이자에 우대금리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소비 활성화 대책도 마련된다.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 대비 3% 이상 증가한 사용액의 10%는 캐시백으로 환급된다. 이 제도는 3개월간 1인당 30만 원 한도로 운영한 뒤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스포츠와 영화, 철도 버스 등 코로나 피해가 컸던 분야의 소비 쿠폰도 나온다.

정부는 노인과 저소득층, 백신 관련 일자리를 15만 개 이상 늘리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 1만6000명 이상을 채용하는 등 일자리 대책도 시행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 4.2%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봤다. 이는 한국은행의 전망치(4.0%)보다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코로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가장 큰 타격을 줬다. 정부 지원도 가장 어려운 이들에게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月10만원 저축 청년에 10만원 지원… “자산격차 근본해법 못돼”
하반기 경제정책 청년 챙기기 집중


정부가 28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청년 대책을 비중 있게 발표한 건 최근 20, 30대 청년의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엔 구직 비용, 자산 형성 대책은 물론 ‘이대남(20대 남성)’의 마음을 잡는 군 장병 적금까지 총망라됐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청년만을 위한 별도의 정책 패키지를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

하지만 취업난과 주거난의 본질적 원인에 대한 처방은 외면한 채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현금 뿌리기’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청년 가상화폐 투자 대신 자산 축적 지원”


이번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부가 청년들이 자산을 모을 수 있도록 저축액을 지원하는 점이다. 정부는 청년을 소득 수준에 따라 3구간으로 나눠 지원한다. ‘소득구간Ⅰ’로 분류한 중위소득 100%(4인 가구 기준 488만 원) 이하 청년(만 19∼34세)은 월 1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10만 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3년 만기 저축상품을 계획 중인데 이 경우 가입자는 정부 지원금을 더해 720만 원을 모을 수 있다.

‘소득구간Ⅱ’에 해당하는 중위소득 150% 이하 청년의 경우 정부가 ‘청년희망적금’을 신설해 시중은행 금리에 추가로 금리를 얹어줄 방침이다. ‘소득구간Ⅲ’의 고소득 청년은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장기납입 펀드를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청년들이 자산을 늘리려 가상화폐 등에 매달리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도 포함됐다. 월세를 사는 무주택 청년에게 월 20만 원까지 무이자로 월세금을 빌려준다. 정부는 청년들이 생계 걱정 없이 취업을 준비하도록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구직촉진수당’ 요건을 완화했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이들도 이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산업 분야와 체육, 공연, 관광 등에서 2만∼3만 개의 청년 일자리도 신설한다.

기본금리 연 5%에 1%의 금리를 추가로 주고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이 있는 장병내일준비적금 등 ‘이대남’을 겨냥한 대책도 마련됐다.

○ “자산격차 해소 해법 될 수 없어” 지적

정부가 대책의 상당 부분을 청년에 할애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청년 고통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자산가격 급등으로 싸늘해진 청년 민심을 잡기 위한 정부의 조바심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가 일자리 확대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니 현금으로 청년 민심을 손쉽게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청년 구직촉진수당의 경우 재산과 취업 요건을 완화해 현금 지원 대상을 지나치게 넓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년들은 이미 기성세대와 자산격차가 벌어져 이번 자산 형성 지원책이 큰 실효성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단기간 월 10만 원씩 주는 건 청년들이 받을 때는 좋겠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어서 취업난이나 주거난, 자산격차 해소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청년들이 제대로 취업해 자산을 지속가능하게 쌓을 수 있도록 장기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정보기술(IT), 반도체 등 기술산업 방면의 일자리가 늘길 원하는데 정부는 현금 지원에 집중한다”며 “청년들이 미래 기술을 배우도록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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