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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기업 채용문 좁히면서, 구직촉진수당만 쏟아붓는 정부

입력 2021-06-29 00:00업데이트 2021-06-2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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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으로부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고받았다. 청년층의 세금 일자리를 늘리고 주거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통령은 “청년층의 어려움은 곧 부모 세대의 어려움이며 사회 전체의 아픔”이라며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신속한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인공지능(AI), 체육, 공연 등의 분야 청년 일자리 2만∼3만 개를 포함해 1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기로 했다. 본예산에 포함된 104만2000개, 3월 1차 추경 때 추가된 25만5000개를 합해 올해 총 144만7000개의 ‘세금 알바’를 재정을 써서 만든다는 것이다. 가구별 재산 3억 원 이하로 취업경험이 없는 청년이 구직활동을 할 때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주는 구직촉진수당은 취업경험 유무에 관계없이 재산 4억 원 이하 청년으로 대상을 넓혔다. 청년을 위해 대학가 등에 저렴한 전세임대주택 5000채를 제공하는 등 2030세대를 달래기 위해 정부의 정책자원을 총동원한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사회진출의 첫발도 떼지 못한 청년들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경력에 도움이 안 되는 단순 업무란 이유로 세금 일자리 상당수가 청년층의 외면을 받는 상황에서 숫자를 계속 늘리는 건 재정만 축내는 일이 될 수 있다. 구직촉진수당 등 현금지원도 원칙 없이 대상을 늘릴 경우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청년층이 정말 원하는 일자리는 대기업이 국내 투자를 늘리고,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더 뽑을 유인을 제공해야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날 반도체, 배터리, 백신 등 ‘3대 국가전략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은 미국 등 경쟁국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도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기업은 배제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하반기엔 청년 일자리를 위협할 일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다음 달 시행되는 5∼4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확대는 중소·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을 키워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양대 노총이 내년 1만 원이 넘는 최저임금을 요구하면서 자영업자들은 꼭 필요한 인력조차 채용을 꺼리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리 세금을 퍼부어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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