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신규확진 90%가 델타변이… “美서도 내달 절반 넘을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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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변이 각국 확산’

지금까지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 중 전파력이 가장 센 인도발 ‘델타 변이’가 빠르게 퍼지면서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델타 변이를 “최대 위협(greatest threat)”이라고 했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번 변이는 막아내기 정말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까지 감염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각국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2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에게서 떼어낸 배양 조직의 20.6%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델타 변이 감염률이 2주마다 약 2배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빠른 백신 접종 속도에 자신감을 얻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전면 해제하려던 영국도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최근 영국에서는 델타 변이 감염 사례가 11일마다 2배씩 늘고 있다. 델타 변이가 다시 변이를 일으킨 이른바 ‘델타 플러스’ 변이도 인도와 미국 일본 중국 등 9개국에서 200건이 넘는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델타 변이’ 급속 확산… 각국 다시 비상
더 센 ‘델타 플러스’ 9개국서 발견, 파우치 “코로나 퇴치에 최대 위협”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델타 변이는 아메리카, 유럽, 중동, 아시아, 호주 등 모든 대륙으로 퍼졌다. 영국발 ‘알파’ 변이는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원조’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70%가량 센데, 델타 변이는 알파 변이보다도 60%가량 더 강하다.

각국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대다수가 델타 변이 감염자로 드러나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돼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신 접종 모범국’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은 델타 변이 감염이 빠르게 늘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한 지 7일 만인 22일(현지 시간) 사실상 이를 철회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이날 “국민들은 다시 마스크를 써 달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일부 학교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이스라엘은 6월 한때 신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날도 있었지만 최근 다시 100명대로 늘었다. 감염자의 70%는 델타 변이 감염이었고, 그중 3분의 1은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이었다.

영국은 신규 확진자의 88%가량이 델타 변이 감염자로 나타나 ‘델타 감염’의 대규모 확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규모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올 3월만 해도 일일 확진자가 1500명 선까지 떨어졌으나 델타 변이 확산으로 22일 1만1625명을 기록하며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도 최근 신규 확진자의 60% 이상이 델타 변이에 감염돼 4차 유행 우려가 커졌다. 앞서 러시아도 수도 모스크바의 신규 확진자 중 89%가 델타 감염이라고 밝혔다.

델타 변이가 더 빠르게 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잇달아 나왔다.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전염병 연구자인 저스틴 레슬러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인의 75%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동시에 델타 변이가 퍼진다고 가정했을 때 올가을과 겨울 미국에서는 매주 3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보다 약 1000명이 많은 숫자다. 미국 유전자 연구기업 헬릭스의 윌리엄 리 부사장은 “내달 중순이면 미국 신규 확진자의 50%가 델타 감염자일 것”이라고 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헬릭스 자료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미국에서 신규 확진자 중 델타 감염자는 9.9%였는데 2주 뒤 20.6%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와의 싸움이 매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 호테즈 미 베일러의대 교수는 “우리가 지금까지 본 변이 중 전염력이 가장 높다. 이미 영국을 뒤집어놨고 미국도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진화생물학자인 톰 벤셀레이르스 벨기에 뢰번대 교수는 “이 변이는 막아내기가 정말 힘들 것이다. 전 세계를 완전히 지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델타 플러스 변이도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22일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마하라슈트라주 등 3곳에서 델타 플러스 변이 감염 사례 22건이 보고됐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 인도 언론은 하루 만에 감염 사례가 40건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델타 플러스 변이는 바이러스를 약화시키는 중화항체에 내성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상황에서는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러미 카밀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바이러스 학자는 “델타 변이가 결국 미국을 장악할 테지만 백신 접종으로 그 위력이 무뎌질 순 있다”고 했다.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에 시급히 백신을 보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의 백신 접종률은 5%를 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할 경우 다른 대륙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스 알베르트센 덴마크 올보르대 생물정보학 교수는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델타가 아프리카에 퍼지면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뉴욕=유재동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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