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종석]국제사회 방관 속 희생 커지는 미얀마 사태

이종석 국제부장 입력 2021-03-12 03:00수정 2021-03-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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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죽어야…” 미얀마인 호소
각자 셈법 떠나 적극 해결 나서야
이종석 국제부장
‘만달레이 베이.’ 도박과 호텔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이런 이름의 호텔이 있다. 외관이 독특한 데다 황금빛이어서 많고 많은 호텔 중에서도 금세 눈에 띈다. 수년 전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 바다와는 거리가 한참 먼 사막 땅 호텔에 ‘베이(Bay·만·灣)’라는 이름이 붙은 게 의아해 찾아보게 됐고 만달레이는 미얀마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미얀마 지도 가운데쯤 있는 만달레이는 옛 수도 양곤에 이어 제2의 도시다. 이 나라에서 제일 큰 이라와디강 연안에 있는 만달레이는 마지막 왕조 수도이기도 했다. CNN, 로이터 등 세계 주요 매체들이 연일 만달레이 상황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로 반(反)쿠데타 시위가 가장 거센 지역 중 한 곳이 만달레이다. ‘Everything will be OK(다 잘될 거야)’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나섰던 19세 여성 찰 신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지역이다.

연일 수만 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도 네피도, 양곤 등 다른 곳곳에서도 군부에 맞선 시민 저항이 격렬하다.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많게는 하루 30명의 시위대와 시민이 사망한 다음 날에도 시민 수만 명이 맨몸으로 거리를 메우는 걸 볼 때는 경외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는 쿠데타 발생 후 9일까지 6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확인된 숫자만 그렇다는 얘기다. 1800명 넘게 체포됐고, 시민 1500명 이상이 구금돼 있다고 한다. 군경의 유혈 진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무릎 꿇고 호소하는 수녀의 등 뒤에서 총을 쏴 시민을 죽였다. 머리에 총을 맞았다. 조준해 쏜 것이다. “나를 밟고 가라(come through me)”고 한 수녀의 간절한 요청도 소용없었다. 11일에도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희생자들이 나왔다. 진압 중 발생한 죽음이 아니라 학살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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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죽을 때까지 쏴라(Shoot till they are dead).” 군부가 내린 이런 지시를 차마 따를 수 없어 총 버리고 옆 나라 인도로 달아난 경찰들도 있다. 군경의 진압 장면을 내보내기 전 “심장 약한 사람들은 보지 않는 게 좋다”는 자막을 따로 띄운 방송사가 있을 정도다.

이런데도 군부는 “인내심이 바닥나간다”며 끝을 짐작하기 힘든 협박을 하고 있다. 체포했던 시위대를 풀어주면서는 “다시 잡히면 가족이 네 시신을 보게 될 것”이라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군부 지지자들은 백색테러를 가하고 있다. 이들에게 참수(斬首)당한 걸로 보이는 시민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퍼졌다.

국제사회는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이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쿠데타 세력이 압박을 받아 마음을 고쳐먹을 정도는 못 된다. 그들이 “우리는 제재에 익숙하다”며 여유를 부리는 이유다. 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군부의 유혈 진압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지만 결의안은 내지 못했다. 성명은 결의안보다 낮은 수준의 조치로 결의안과 달리 구속력이 없다. 성명엔 ‘쿠데타’란 표현도 담기지 않았다.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요청한 정도다.

미얀마 사태를 두고 나라마다 각자 굴리는 주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희생자가 너무 많다. 이 중엔 10대도 상당수다. 그냥 두면 계속 나올 것이다. “얼마나 더 죽어야 유엔이 나설 것이냐”며 미얀마인들이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이종석 국제부장 wing@donga.com



#방관#미얀마#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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