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과 저녁, 서울의 도로는 수많은 사람의 하루를 실어 나른다. 출근길의 조급함, 아이를 등교시키는 부모의 마음, 늦은 밤 귀가하는 시민의 피로까지 교통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그 자체다. 도시의 혈관인 도로가 막히면 시민의 삶도 팍팍해지고 도시의 활력 또한 떨어진다. 원활한 소통과 안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교통정책은 시민의 눈높이보다는 행정의 관점에서 설계된 경우가 많았다. 어디에 신호를 설치할지, 어떤 구간을 단속할지 모두 ‘공급자’인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해 왔다. 책상 위 도면과 데이터만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의 흐름과 시민이 느끼는 구체적인 불편을 온전히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서울경찰이 시작한 ‘서울교통 Re-디자인 프로젝트’는 바로 이 관점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 하나다. 이제는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교통정책을 만들자는 것이다.
도로 위의 불편함, 보행 중 느끼는 위험, 생활 속 작은 불합리함을 시민 스스로 제안하고 경찰은 그 의견을 바탕으로 시설을 개선하고 단속 방식을 바꿔 나가겠다. 즉, 교통정책을 ‘위에서 아래로’ 만드는 시대에서 ‘시민과 함께 설계하는 시대’로 나아가는 것이다.
“꼬리물기 몇 대가 도심 전체를 멈춘다.”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교통정체를 겪으며 한 번쯤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 안 움직이지?” 그 원인은 멀리 있지 않다.
신호가 끝나가는데도 교차로에 억지로 진입하거나, 정체된 차로를 피해 끼어드는 몇 대의 ‘얌체운전’ 차량이 도심 전체의 흐름을 가로막는다. 이런 운전은 단순한 법규 위반이 아니라 모두의 시간을 빼앗고, 서울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이다.
서울경찰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위반 행위에 대한 계도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속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진정한 변화는 시민 스스로의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한 번만 기다려 달라. 신호가 바뀌면 당신의 차례는 반드시 온다. 그 잠깐의 여유가 누군가의 퇴근길을 지켜주고, 도심의 흐름을 살린다.
아울러 서울경찰은 시민 여러분의 제안을 기다린다. 11월 1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제안을 받는다. 위험하거나 불편한 교통 환경, 바꾸고 싶은 도로, 개선이 필요한 신호 체계 등 생활 속에서 느낀 문제를 자유롭게 제안해 주면 된다.
QR코드 등 온라인 또는 가까운 경찰서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접수된 제안은 현장 점검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즉시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신속히 개선하겠다. 시간이 걸리는 과제는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서울의 교통정책은 이제 시민의 제안으로 다시(Re) 디자인된다. 그 변화의 출발점에 여러분이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서울경찰은 단속보다는 자발적 참여와 협력의 힘을 믿는다. 질서 있는 시민이 많을수록 도시는 더 안전해지고, 교통은 더 편리해진다. ‘서울교통 Re-디자인 프로젝트’는 경찰의 정책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만드는 약속이다.
조금만 더 양보하고, 한 걸음 더 기다려 주는 서울이 됐으면 한다. 변화가 모이면 우리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교통문화를 만들 수 있다. 서울경찰은 그 길에 언제나 시민 여러분과 함께하겠다. 서울의 교통은 시민의 품격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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