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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종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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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희생에 눈감는 미국 [오늘과 내일/이종석]오늘은 미국이 32년 전 파나마를 침공한 날이다. 1989년 12월 20일 새벽 미국은 중미 국가 파나마를 공습했다. 침공 이유를 두고는 여러 얘기가 있는데 당시 미국이 주장한 건 마약밀매 혐의를 받는 군부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1934∼2017)를 체포하고 파나마에 민주정부를 다시 세우겠다는 것. 파나마 내 미국인 보호도 명분 중 하나였다. 당시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미국을 비난했었다. 미국 육군은 파나마 침공에 관한 설명을 홈페이지에 올려놨는데 ‘2만6000명에 가까운 전투 병력이 배치된, 당시로선 베트남전쟁 이후 가장 크고 복잡한 작전이었다’고 돼 있다. 파나마는 국토 면적이 미국의 130분의 1 정도로 한반도의 남한보다 작은 나라다. 침공 2주 만인 이듬해 1월 3일 노리에가가 항복했고 한 달도 안 된 1월 12일 작전을 종료하면서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는 내용도 있다. 파나마인 사상자를 최소화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미국의 침공으로 희생된 파나마 민간인은 신원이 확인된 경우만 2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소 400명의 파나마인이 사망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있었고, 인권단체들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이 사상자의 많고 적은 기준을 어디다 뒀는지는 몰라도 적다고 볼 수 없다. 미군이 2년 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본거지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50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했는데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보도했다. 민간인 피해를 숨기기 위해 미군은 공습 현장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고 한다. 사건 조사에 참여한 미군 법무관들이 이 공습을 ‘잠재적 전쟁범죄’로 규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일 것이다. 지난주 미국 국방부는 8월 어린이 7명을 포함해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10명의 희생자를 낸 드론 오폭과 관련해 ‘누구도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실수였다’며 오폭은 인정했지만 미국 언론들의 보도로 오폭 정황이 이미 굳어진 뒤였다. 국방부는 IS를 타깃으로 한 ‘정당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하다가 20일 가까이 지나 오폭이었다고 밝혔다. 어제는 미군이 중동 지역에서 저지른 항공 오폭으로 사망한 민간인 숫자가 2014년 이후로만 1300명이 넘는다는 내용의 국방부 비밀 문건이 뉴욕타임스 보도로 공개됐다. 오폭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징계나 처벌 사례는 없는 걸로 돼 있다. 파나마에선 오늘 ‘블랙마치(Black March)’가 있을 것이다. 파나마인들은 미국의 침공 당시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기 위해 12월 20일이면 검은 옷을 입고 행진을 한다. 지금까지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실종자 가족 중엔 차마 블랙마치에는 나서지 못하고 이날 하루 사진첩만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파나마 침공 당시 미군 작전명은 ‘오퍼레이션 저스트 코즈(Operation Just Cause)’였다. ‘오로지 대의(大義)를 위해 벌이는 작전’ 정도의 의미인데, ‘정당한 침공’이라는 걸 강조하려 했을 것이다. 미군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공습에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언론 보도로 계속 드러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피해는 더 많을 수 있다. 미국의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인권을 강조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에 대해선 별말이 없다.이종석 국제부장 wing@donga.com}2021-12-20 03:00
[오늘과 내일/이종석]50년 前 중국, 지금의 중국이틀 전 헨리 키신저가 CNN 방송에 나와 중국 얘기를 했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시절인 1971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던 그는 비밀리에 중국을 찾아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이듬해 닉슨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과 정상회담을 했다. 방송에서 키신저는 50년 전을 떠올리면서 “내가 처음 중국에 갔을 때 중국은 가난하고 약한 나라였는데 지금은 꽤 부유하고 아주 강한 국가”라며 중국의 위상 변화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면서도 상황을 대참사로 몰고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도전 과제라고도 했다. 미중 데탕트로 이어진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은 이때까지 열쇠구멍으로 세상을 보던 중국이 문고리를 열어젖히고 죽의 장막 너머로 고개를 내밀게 한 계기가 됐다. ‘자고 있는 중국을 깨우지 마라. 깨어나는 순간 세상이 흔들리게 된다.’ 한참 앞서 살다 간 나폴레옹이 중국을 사자에 빗대 이런 말을 했다고는 하지만 당시 닉슨이나 키신저는 50년쯤 뒤 중국이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유일한 라이벌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닉슨이 “우리가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건 아닌지 두렵다”며 중국에 문을 열어준 걸 후회하듯 말하기 시작한 건 한참이 지나서였고 이때 이미 사자는 잠에서 깨 있었다. 이제 중국은 미국과 이마를 맞대고 싸우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세계 2강이다. 경제 규모뿐 아니라 군사, 정보, 우주기술 등 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약 70%까지 쫓아왔다. 일본이 미국의 25% 정도다. 극초음속미사일 분야에선 중국이 이미 앞질러 오히려 미국 우주사령관이 “빨리 따라잡지 않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수도 있을까. 그럴 수 있다는 견해가 없지는 않지만 아직은 힘들 것으로 보는 쪽이 많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강 패권국이 되기는 쉽지 않을 걸로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킨들버거 함정’이 그중 하나다. 새로 부상한 패권국이 기존 패권국이 갖고 있던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맞게 되는 위기를 말하는데, 중국이 그럴 거라는 얘기다. 경제, 군사 분야 등에서 막강의 힘을 갖춰, 말 그대로 ‘부강한’ 나라가 돼도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역할과 기여를 안 하거나, 못 하거나 하는 경우다. 중국 당국의 신장, 티베트 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탄압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를 떠올리면 된다. 또 중국에선 정부가 못마땅해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쓴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져 행방이 묘연해지는 일이 잦은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이 아무리 ‘다궈펑판(大國風範)’을 외쳐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대국의 품격’ 정도 되는 말인데 며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화상 정상회담이 끝나자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 표현이 많이 올랐다. 회담을 통해 시 주석이 대국의 품격을 세계에 보여줬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방송에서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은 중국의 모습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중국은 독단적인 국가였는데 여전히, 상당히 독단적”이라는 것이다. 이종석 국제부장 wing@donga.com}2021-11-24 03:00
[오늘과 내일/이종석]‘더디지만 확실하게’… 독일의 과거사 반성‘제2차 세계대전 후로 독일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국기를 흔든 건 2006년 독일 월드컵 때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출간된 한 책에 이런 취지의 설명이 나온다. 정말로 그랬을까 싶은데, 저자는 로이터통신과 BBC, 파이낸셜타임스 등에서 독일 특파원으로 일하며 독일에서 30년가량을 지낸 싱가포르 태생 영국인이다.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戰犯) 국가 독일이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 학살) 과거사를 반성하면서 줄곧 숨죽이고 살아왔다는 얘기를 강조하려 한 표현으로 짐작된다. 2006년이면 2차대전이 끝나고 60년도 더 지난 시간인데 그 사이 국민들이 길에서 국기 한번 흔든 일이 없기야 했겠나. 올해가 독일 건국 150주년이다. 작년은 독일 통일 30주년이었다. 2년 전인 2019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년 되는 해였다. 뭐라도 했을 법한데 독일은 눈에 띌 만한 대규모 행사 없이 모두 차분하게 넘겼다. 저자는 독일의 이런 분위기를 강조하려 했을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사흘간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16년간의 재임을 마치고 곧 퇴임하는 메르켈은 7월부터 영국을 시작으로 모두 14개국 정상을 만나는 ‘고별 투어’를 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을 빼놓지 않았다. 양국 간에 딱히 현안이 있어 이스라엘을 찾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메르켈 총리는 가는 곳마다 고개를 숙였다.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리는 예루살렘의 야드바솀 박물관을 찾았고 이스라엘 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도, 이 나라 장관들을 만났을 때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퇴임을 앞둔 그가 독일 총리로서, 마지막까지 한 번 더 과거사를 사죄하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이 재임 중 8번째 방문인데 이 중 6번을 야드바솀 박물관에 직접 들렀다고 한다. 첫 방문이던 2006년 메르켈은 박물관 방명록에 ‘과거를 알지 못하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고 썼다. 2년 뒤 이스라엘 건국 60주년이던 2008년엔 독일 총리 최초로 이스라엘 국회 연설에 나서 “독일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짊어져 왔고 이런 책임은 독일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메르켈이 ‘유럽의 도덕적 나침반’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메르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재임 기간 내내 앙숙처럼 지냈지만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에 대해서만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직접 사죄했다. 메르켈이 이스라엘에 도착하던 8일, 독일에선 2차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 수용소 경비원이었던 100세 남성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수용소에서 경비 일만 했어도 학살과 무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보다 하루 전에도 같은 이유로 100세 남성이 법정에 섰고 일주일 전엔 수용소 사령관 비서로 일했던 96세 여성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2차대전 후 주요 전범 처벌을 위한 뉘른베르크 재판이 종료된 지 7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일은 나치 부역자에 대한 단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영국인 저자 책엔 ‘Why the Germans Do It Better(독일인이 더 나은 이유)’라는 제목이 달렸고 아래에 부제(副題)로 ‘성숙한 나라의 비결’이라 쓰여 있다. ‘더디지만 확실하게(Langsam aber sicher).’ 성숙한 나라 독일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죄하는 방식이다. 메르켈의 좌우명이기도 하다.이종석 국제부장 wing@donga.com}2021-10-13 03:00
[오늘과 내일/이종석]‘우리는 이렇게 될 거라 얘기했다’는 펜타곤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끝낸 이틀 뒤인 1일(현지 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둘은 회견 내내 무겁고 침통한 얼굴이었다. 밀리 의장은 오스틴 장관이 기자 질문에 답하는 동안 잠시 눈을 감은 채로 있기도 했다.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 철군을 두고 “놀라운 성공”이라고 했던 평가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출을 원한 미국인 중 90% 이상이 아프간에서 빠져나왔다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이런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철군 막바지에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 등 최소 170명이 사망했다. 미군의 IS 공습 과정에서 어린이 8명이 포함된 일가족 10명도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이렇게 될 거라 얘기했다(We told them so).’ 펜타곤에서 이런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한다. 철군을 성급하게 밀어붙이면 아프간에서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백악관에 미리 알렸다는 것이다. ‘그러게 우리가 뭐랬어’ 정도의 말로 들린다. 철군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서둘지 말고, 철군하더라도 병력 일부는 한동안 남겼어야 했다는 얘기다. 오스틴 장관과 밀리 의장도 ‘아프간 완전 철군’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오스틴 장관은 중동지역 작전을 책임지는 중부사령관을 2013년부터 3년간 지냈다. 아프간이 중부사령관 관할이다. 미군 서열 1위 밀리 의장은 아프간전쟁에 세 차례 파병됐다. 2003년 산악사단 여단장, 2008년 공수사단 작전부사단장, 2013년엔 다국적 연합태스크 사령관으로 파병돼 작전을 지휘했다. 산악사단은 철군 막판까지 부대원 일부가 카불 공항에 남아 임무를 수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바이든의 ‘국무부 편향’과 ‘국방부 견제’가 이유 중 하나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대통령들은 집권 초기 미국의 힘을 다져 나가는 과정에서 국무부나 국방부 둘 중 한 곳에 상대적으로 많은 힘을 실어줬고 이 때문에 두 곳은 오랜 기간 라이벌 관계처럼 돼 있는데 바이든은 국무부에 너무 많이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무부 출신이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33년 경력의 정통 외교관이었다. 외교관 출신을 CIA 국장에 앉힌 대통령은 바이든이 처음이다. 주로 정치인들이 가던 주중국 대사 자리에도 바이든은 국무부 차관을 지낸 외교관 출신 니컬러스 번스를 지명했다. ‘국무부 편향’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바이든이 상원의원 시절부터 국방부를 못마땅해했다는 건 그의 자서전을 봐도 알 수 있다. 국방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부분이 꽤 나온다.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낸 바이든은 외교위원장을 세 차례 맡았다. “바이든의 외교관들에 대한 포용력과 국방부에 대한 경계심은 상원위원장 시절 굳어진(solidified)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평가도 있다. 과거 그의 머릿속에 고착화한 이미지로 인해 국무부는 무슨 얘기를 해도 그럴싸하게 들리고, 국방부는 어떤 말을 해도 귀에 안 들어온다는 얘기다. 철군 결정은 외교 전략적 차원의 판단이었다고 해도, 철군 과정에서는 실행 주체인 국방부의 전술적 판단을 좀 더 새겨들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이종석 국제부장 wing@donga.com}2021-09-06 03:00
美, 테러 보복 시작됐다…IS 겨냥 연이틀 드론 공습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최소 170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장세력에 대한 미국의 보복이 시작됐다. 미국은 28일(현지 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로 이번 테러를 감행한 IS-K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해 테러 기획자(planner)와 조력자(facilitator) 각 1명을 제거했다. 공습 완료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 극악한 공격에 관여된 자들을 끝까지 뒤쫓아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응징을 예고했다. 미국은 다음 날인 29일에도 카불에서 폭탄을 싣고 공항으로 향하던 테러범들의 차량을 공습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29일 오후 카불 국제공항 인근 민가에는 로켓포가 날아들었다. 이 민가가 IS의 비밀가옥이라는 의혹이 있으나 로켓포 공격이 이날 미군의 추가 공급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아프간 현지 매체 아스바카뉴스는 목격자를 인용해 이 로켓포 공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사상자 중에 여성과 아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에서는 여전히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테러리스트들의 공항 공격 위협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향후 24~36시간 내에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보고를 지휘관들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군이 보복 공급을 마친 뒤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 극악한 공격에 관여된 자들을 끝까지 뒤쫓아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응징을 예고했다. 이번 테러에 대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침은 백악관에 묻지 말고 ‘그냥 진행하라(just do it)’는 것이었다고 한다. 미군을 희생시킨 테러범들을 최대한 강력하고 신속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가 담긴 조치다. 미국의 보복 공습은 바이든 대통령이 26일 백악관 연설에서 IS-K를 향해 “용서하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보복을 다짐한 지 만 이틀이 안 돼 이뤄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군은 IS-K와 연관된 주요 대상들은 백악관 승인 없이도 곧바로 타격할 수 있는 전권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았다. 펜타곤 지도부는 이미 이런 권한을 갖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다시 확인하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번 아프간 사태로 취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군사적 대응에 나서 단호한 결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저녁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테러범들)이 더 이상 지구상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불 공항 인근에 추가 테러 위협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미국이 추가 보복을 벼르는 상황에서 주요 조직원을 잃은 IS-K가 재보복에 나설 경우 확전의 가능성도 있다.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은 29일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테러) 위협이 있다”며 “카불 공항 인근에 있는 모든 미국 시민은 즉시 공항을 떠나야 한다”는 내용의 경보를 다시 발령했다. 특히 사우스(에어포트 서클)게이트, 내무부 신청사, 공항 북서쪽에 있는 판즈시르 주유소 근처 게이트에 테러 위협이 제기됐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미국의 철군 시한(8월 31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인 등 민간인 탈출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27일 하루 동안 6800명이 탈출하면서 14일 이후 현재까지 11만7000명이 아프간을 빠져나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종석 기자 wing@donga.com}2021-08-29 22:57
[오늘과 내일/이종석]중국의 살계경후지난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댄 테한 호주 통상장관이 만났다. 양국 간 통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는데 이 자리에서 타이 대표는 중국이 날리는 ‘무역 펀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호주를 돕겠다고 했다. 호주를 돕기 위해 동맹국들과 힘을 합치겠다고도 했다. 중국은 최근 1, 2년 사이 호주산 소고기, 랍스터, 포도, 와인, 보리, 석탄, 목재 등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거나 높은 관세를 매겼다. 고율 관세가 부과된 호주산 와인은 올 1분기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0% 넘게 줄었다고 한다. 호주가 원래부터 중국에 이런 대접을 받던 나라는 아니다. 양국은 1970년대부터 괜찮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호주 의회를 방문했을 때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맞았다. 당시 시 주석은 호주 의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중국인들은 평화적인 발전의 길을 가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같은 길을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말도 했다. 중국이 유독 호주에 집중포화를 퍼붓고 나선 건 일종의 본보기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에 가담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똑똑히 보라는 것이다. 2년 전 호주는 정부기관이 중국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 5세대(5G)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국가 기밀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해서다. 작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국제사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호주는 4개국 협의체 ‘쿼드(Quad)’에도 미국, 일본, 인도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동맹체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에도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와 함께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화웨이 장비 사용을 막거나, 코로나19의 중국 우한 기원설을 조사해야 한다는 나라는 호주 말고도 많다. 중국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나라는 더 많다. 그렇다고 중국이 이들 모든 나라에 호주처럼 대응하지는 않는다. 작년 한 해 호주는 전체 수출액 중 42%를 중국 시장에서 기록했다. 두 번째로 많은 일본 시장(13%)의 3배가 넘는다. 선진국 중에서 대중국 수출 비중이 이렇게 높은 나라는 드물다. 중국이 살계경후(殺鷄儆후)의 시범 케이스로 호주를 골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원숭이를 겁주려고 닭을 죽인다’는 말인데 무역 제재를 가하면 타격이 가장 클 것 같은 나라를 택해 다른 나라들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편에 서면 누구든지 호주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신도 “중국이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하는 등 그동안 여러 나라에 무역 제재를 가하긴 했지만 호주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중국이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막았던 건 2010년 노벨위원회가 중국의 반체제 민주화운동가 류샤오보(1955∼2017)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 위원을 노르웨이 국회가 선정한다. 중국은 이런 이유로도 무역 제재를 가한다. 중국 국방대학전략연구소 교수 다이쉬가 지난해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중국이 미국한테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있는데도 중국 편을 드는 나라가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 뒤늦은 반성인지, 불만의 표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을 지지하는 나라가 왜 없는지는 그동안 한 일을 돌아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싶다. 이종석 국제부장 wing@donga.com}2021-07-26 03:00
[오늘과 내일/이종석]중국 우표 속 아기돼지 3마리중국 유정(郵政·한국의 우정사업본부 격)이 2015년 어미 원숭이와 새끼 원숭이 ‘2마리’가 함께 그려진 우표를 공개한 적 있다. 양 무릎 위에 앉은 새끼 둘을 어미가 안고 있다. 이듬해 발행할 신년 우표를 미리 공개한 것이다. 2016년은 원숭이해였다. 이 우표가 발행된 2016년에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포기하고 두 자녀 출산을 허용했다. 중국은 1978년부터 한 명의 자녀만 낳을 수 있게 했는데 1984년부터는 첫째가 딸인 경우엔 둘째 출산을 허용했다. 2002년엔 부모 모두 외동일 경우, 2013년엔 부모 중 한 명만 외동이라도 두 번째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줬다. 2016년에 이를 전면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2018년에도 유정은 다음 해 신년 우표를 일찌감치 미리 보여줬다. 이번엔 돼지 일가족이 등장한다. 엄마 아빠 돼지 앞에 아기 돼지 ‘3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다. 다섯 가족 모두 웃는 얼굴이다. 2019년은 돼지해다. 유정은 이 우표의 이름을 ‘우푸치쥐(五福齊聚)’라고 했다. ‘5가지 복이 모두 모인다’는 뜻인데, 아이 셋 낳는 부부는 복(福)도 많을 것이라는 의미 정도로 읽힌다. 앞서 새끼 원숭이 2마리가 두 자녀 정책으로 이어졌으니 아기 돼지 3마리는 세 자녀 출산 허용을 알리는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이 많았다. 당시 AP는 ‘중국이 산아 제한을 사실상 포기하는 신호’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9년에 세 자녀 정책을 실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부 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둘째 아이를 허락한 지 3년밖에 안 되는데 그새 다시 세 자녀로 가버리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먹혔는지 중국은 2년을 더 버틴다. 하지만 두 자녀 정책은 시행 첫해에만 신생아 수가 전년보다 늘었고 이후로 계속 줄어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세 자녀 정책을 꺼내 들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계속 줄고 있는데 더 이상 그냥 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틀 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회의를 열고 셋째 아이를 낳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 회의에는 당 총서기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참석했다. 중국은 노동인구(16∼59세)가 2011년 9억25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 작년에 8억9400만 명까지 떨어졌다. 일당 독재 사회주의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인데 반응은 어땠을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셋째를 낳을 것인지’ 물었다. 30분이 채 안 돼 3만 명 넘게 답했는데 90% 이상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CNN은 이 설문조사가 ‘조용히 사라졌다’고 했다. 또 중국 경제는 일할 사람들이 필요한데 세 자녀 정책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전하면서 ‘사는 게 이렇게 피곤하고 힘든데 어떻게 아이를 가질 수 있겠느냐’고 했다는 한 웨이보 사용자의 반응도 곁들였다. 세 자녀 정책이 나온 뒤 중국 인구학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아무리 시 주석이 있는 자리에서 결정한 정책이라 해도 출산 이후 감당해야 하는 양육, 교육, 주거비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는데 ‘이제부터 셋까지 낳아도 된다’고만 해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출산을 꺼리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낳을수록 가난해진다(越生越窮·월생월궁)’는 말이 퍼져 있다고 한다. 중국의 젊은 세대 얘기만은 아니겠지만…. 이종석 국제부장 wing@donga.com}2021-06-02 03:00
[오늘과 내일/이종석]국제사회 방관 속 희생 커지는 미얀마 사태‘만달레이 베이.’ 도박과 호텔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이런 이름의 호텔이 있다. 외관이 독특한 데다 황금빛이어서 많고 많은 호텔 중에서도 금세 눈에 띈다. 수년 전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 바다와는 거리가 한참 먼 사막 땅 호텔에 ‘베이(Bay·만·灣)’라는 이름이 붙은 게 의아해 찾아보게 됐고 만달레이는 미얀마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미얀마 지도 가운데쯤 있는 만달레이는 옛 수도 양곤에 이어 제2의 도시다. 이 나라에서 제일 큰 이라와디강 연안에 있는 만달레이는 마지막 왕조 수도이기도 했다. CNN, 로이터 등 세계 주요 매체들이 연일 만달레이 상황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로 반(反)쿠데타 시위가 가장 거센 지역 중 한 곳이 만달레이다. ‘Everything will be OK(다 잘될 거야)’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나섰던 19세 여성 찰 신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지역이다. 연일 수만 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도 네피도, 양곤 등 다른 곳곳에서도 군부에 맞선 시민 저항이 격렬하다.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많게는 하루 30명의 시위대와 시민이 사망한 다음 날에도 시민 수만 명이 맨몸으로 거리를 메우는 걸 볼 때는 경외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는 쿠데타 발생 후 9일까지 6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확인된 숫자만 그렇다는 얘기다. 1800명 넘게 체포됐고, 시민 1500명 이상이 구금돼 있다고 한다. 군경의 유혈 진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무릎 꿇고 호소하는 수녀의 등 뒤에서 총을 쏴 시민을 죽였다. 머리에 총을 맞았다. 조준해 쏜 것이다. “나를 밟고 가라(come through me)”고 한 수녀의 간절한 요청도 소용없었다. 11일에도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희생자들이 나왔다. 진압 중 발생한 죽음이 아니라 학살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위대가 죽을 때까지 쏴라(Shoot till they are dead).” 군부가 내린 이런 지시를 차마 따를 수 없어 총 버리고 옆 나라 인도로 달아난 경찰들도 있다. 군경의 진압 장면을 내보내기 전 “심장 약한 사람들은 보지 않는 게 좋다”는 자막을 따로 띄운 방송사가 있을 정도다. 이런데도 군부는 “인내심이 바닥나간다”며 끝을 짐작하기 힘든 협박을 하고 있다. 체포했던 시위대를 풀어주면서는 “다시 잡히면 가족이 네 시신을 보게 될 것”이라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군부 지지자들은 백색테러를 가하고 있다. 이들에게 참수(斬首)당한 걸로 보이는 시민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퍼졌다. 국제사회는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이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쿠데타 세력이 압박을 받아 마음을 고쳐먹을 정도는 못 된다. 그들이 “우리는 제재에 익숙하다”며 여유를 부리는 이유다. 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군부의 유혈 진압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지만 결의안은 내지 못했다. 성명은 결의안보다 낮은 수준의 조치로 결의안과 달리 구속력이 없다. 성명엔 ‘쿠데타’란 표현도 담기지 않았다.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요청한 정도다. 미얀마 사태를 두고 나라마다 각자 굴리는 주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희생자가 너무 많다. 이 중엔 10대도 상당수다. 그냥 두면 계속 나올 것이다. “얼마나 더 죽어야 유엔이 나설 것이냐”며 미얀마인들이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이종석 국제부장 wing@donga.com}2021-03-12 03:00
육아휴직 남성 많아지려면 제도만큼 사회 분위기 중요[광화문에서/이종석]야코브 할그렌 주한 스웨덴대사는 건축가 아내와의 사이에 3명의 자녀가 있다. 2주 전 그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좌담회에서 육아를 위해 휴직을 세 번 했다고 말했다. 아이마다 7개월씩 모두 21개월간이다. 할그렌 대사는 이때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했다. 첫째가 18세, 막내는 15세가 됐는데 당시 아이들과 보낸 시간과 그 친밀감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한다. 그는 세 번의 육아휴직을 쓴 뒤로도 주제네바 대사관, 외무부 안보정책국,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등에서 일했다. SIPRI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싱크탱크다. 스웨덴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건 많이 알려진 얘기다. 세계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도입(1974년)한 나라가 스웨덴이다. 한 손엔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고 가는 이른바 ‘라테파파’의 상징이 스웨덴 남자들이다. 스웨덴은 자녀 1명당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법으로 보장한다. 부모가 적절히 나눠 쓰면 되는데 이 중 90일은 아빠 몫으로 지정돼 있다. 아빠가 90일을 다 사용하지 않아도 나머지를 엄마가 쓸 수 없다. 최소 90일은 무조건 아빠가 쓴다고 보는 일종의 쿼터제다. 안 쓰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놨다. 한국은 법정 육아휴직 기간이 얼마나 될까. 만 8세 이하나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는 자녀 1명당 1년까지 쓸 수 있다. 부모를 합쳐 2년(104주·730일)으로 스웨덴보다 더 길다. 노르웨이는 최대 56주간, 캐나다는 35주다. 우리나라는 육아휴직 참여를 늘리기 위해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를 2014년 도입했다.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하면 두 번째 사용자(대개 아빠)에겐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주는 것이다. 올 2월부터는 한 자녀를 위한 부모 동시 휴직도 가능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육아휴직자는 10만5165명이다. 이 중 남성이 2만2297명(21.2%)이다. 2016년(8.5%)보다는 꽤 늘었지만 스웨덴의 반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스웨덴은 2016년에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체의 45.3%로 절반에 가깝다. 2년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임신·출산·육아휴직 차별 실태를 조사해 내놓은 적이 있다.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근로자나 배우자 800명을 조사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한 159명 중 111명(69.8%)이 부서 배치와 승진에서 차별을 당했다고 했다.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자도 113명(71.1%) 있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차별의 형태로 ‘인간적인 무시나 모욕을 당했다’는 응답이 15.4%로 여성의 1.1%에 비해 높았다. 제도가 웬만큼 잘 갖춰져 있는데도 육아휴직을 쓰기 힘든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작년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한국은 아직 육아휴직을 쓰면 출세를 포기한 남자라 할 만큼 두려움이 있다. 한국 남자들도 용감하게 휴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육아휴직 중인 스웨덴 남성들과 간담회 자리에서다.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 하지만 용감하지 못해도 휴직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이 더 절실해 보인다. 이종석 정책사회부 차장 wing@donga.com}2020-12-03 03:00
13년 지나도 달라지지 않은 특수근로종사자 산재보험료[광화문에서/이종석]직장인들이 매달 받는 급여 명세서를 보면 미리 덜어낸 돈 내역이 나온다. 소득세 등과 함께 국민연금·건강·고용·노인장기요양보험료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5대 사회보험 중 4개다.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회사)가 절반씩 낸다. 나머지 하나인 산업재해보상보험료는 명세서 공제 내역에 없다. 보험료를 회사가 다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재보험료를 사업주와 절반씩 나눠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종사자)’들이다.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는데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 산재보험 사업을 맡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은 특수종사자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별개로, 근로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 종사자는 ‘마음과 힘을 다해 일하는 사람’이란 뜻이니 둘 다 좋은 말이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고 못 받고의 엄청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특수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은 2007년 법 개정으로 특례조항이 만들어지면서 가능해졌다. 이듬해인 2008년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건설기계 자차기사까지 4개 직종이 산재보험 당연 적용 대상이 됐다. 사회보험 중 제일 먼저 도입된 산재보험 제도 시행(1964년) 44년 만이다. 2012년엔 택배 기사, 퀵서비스 기사가 추가됐다. 4년 뒤 2016년에는 대출 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 대리운전 기사가 포함됐다. 올 7월 방문강사, 방문판매원,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설치원, 화물차주까지 더해져 모두 14개 직종의 특수종사자들이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특수종사자에게 산재보험료 절반을 내게 한 건 고용된 근로자에 비해 사업주로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덜 받는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와 근로자의 중간쯤으로, 일감을 넘겨받아 알아서 처리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단서 조항을 따로 뒀다. 사용종속 관계의 정도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은 보험료를 사업주가 다 부담하게 했다. 사업주에게 종속돼 일하는 특수종사자는 사실상의 근로자로 보고 보험료를 부과하지 말라는 취지다. 법이 개정된 2007년 후 13년간 대통령이 세 번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관련 ‘대통령령’은 없다. 특수종사자들이 산재보험료 절반을 내고 있는 이유다. 그 사이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의 입법 취지를 강조하면서 사업주에 대한 특수종사자의 종속성 인정 기준을 넓히는 판결을 몇 차례 내렸다. 최근 과로사로 보이는 택배 기사의 사망 사고가 잇따랐다. 택배회사 측이 산재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으려고 기사들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대리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는 이런 문제 전반을 조사하겠다고 한다. 조사도 조사지만 특수종사자들이 내고 있는 보험료를 이번 기회에 손볼 필요가 있다. 특수종사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사라지면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 제도도 있을 이유가 없다. 설령 그냥 둔다고 해도 사문화될 게 뻔하다. 14개 직종 전부는 아니더라도 법이 규정한 대로 종속 관계가 분명한 경우라면 보험료는 사업주가 부담토록 하는 걸 고민해봐야 한다. 이종석 정책사회부 차장 wing@donga.com}2020-10-27 03:00
채용공고 여섯 번에도 뽑지 못한 역학조사관[광화문에서/이종석]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오고 열흘쯤 지난 1월 말. 한 지방자치단체가 채용공고를 냈다. 1명을 뽑는데 연봉 ‘6100만 원(하한액)’, 근무 기간은 2년이었다. 업무 실적에 따라 계약 기간을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지원자는 없었다. ‘유능한 인재의 많은 응모를 바란다’며 2월에 같은 공고를 다시 냈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4월에 2번, 5월과 6월에도 한 번씩 냈다. 역시 지원자는 없었다. 이 자치단체는 역학조사관을 뽑으려 했다. 지원 자격으로 의사면허증과 면허 취득 후 관련 분야에서 2년 이상 연구나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역학조사에 부하가 많이 걸리자 정부는 조사관을 늘리기로 했다. 감염병예방법을 고쳐 질병관리청 소속 역학조사관 정원을 100명 이상으로 늘렸다. 그 전엔 30명이었다. 인구 10만 명 이상인 시군구는 이달 5일부터 반드시 1명 이상의 역학조사관을 두도록 했다. 광역지자체는 2명 이상의 조사관을 둬야 하고 이 중 1명 이상은 반드시 의사여야 한다. 조사관을 늘려 역학 대응 역량을 강화하려는데 여의치가 않다. 경기도에서 인구 10만 명을 넘어 역학조사관을 둬야 하는 시군은 25곳이다. 이 중 의사나 간호사를 조사관으로 새로 채용한 곳은 11곳이다. 나머지는 보건소 직원이나 군 복무 대신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로 자리를 채웠다. 역학조사를 관련 분야 경험이 있는 의사가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역량이나 전문성에선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역학조사관 대부분은 임기제(계약직) 공무원이다. 연봉 수준까지 감안하면 의사들의 지원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연봉 6000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면허증을 가진 사람 기준에서 보면 많다고도 할 수 없다. 상급종합병원 전임의들이 연봉 9000만 원가량을 받는다. 그런데 의사들이 역학조사관 자리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건 꼭 보수가 적어서만은 아니라고 한다. 1월에 처음 채용공고를 낼 때 6000만 원대 연봉을 제시했던 자치단체도 6월엔 1억 원까지 연봉을 올렸었다. 정년이 보장되는 연구관이나 연구사 신분의 역학조사관으로 임용돼 20년 이상을 근무해도 일반 공무원의 지시와 감독 아래 일해야 하는 자리라 의사들이 매력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2, 3년 경력 쌓고 대학으로 갈 생각은 할지 몰라도 베테랑 조사관이 되겠다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 해당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과장급 이상 대부분이 역학조사관(EIS) 출신이다. 이런 자리는 EIS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으면 맡기 힘들다고 한다. 미국이 한다고 다 따라 할 건 아니지만 역학조사관을 일반 공무원들의 승진 체계 안으로 들이는 걸 고민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승진할 수 있고 관리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오래 일하는 역학조사관도 나온다. 그래야 국가적인 역학 대응 역량도 키울 수 있다.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함을 사명으로 하겠습니다.’ 역학조사관 선서문 1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확진자, 접촉자에게 멱살까지 잡혀 가며 일하는 요즘 같은 때엔 특히 사명감만으로 일해 주길 기대하기는 어렵다.이종석 정책사회부 차장 wing@donga.com}2020-09-17 03:00
아플 땐 쉬어도 된다는 직장 분위기 자리 잡아야[광화문에서/이종석]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한 적 있다. 응답자의 54%가 생활방역 5대 수칙 중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게 아프면 3, 4일 쉬는 거라고 했다. 거리 두기나 30초 손 씻기, 하루 두 번 환기를 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구인구직 업체가 직장인 약 1100명에게 물었더니 90% 이상이 ‘아파도 출근한 적 있다’고 했다. 이유로는 ‘회사, 상사 눈치가 보여서’라는 대답(복수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국내 기업 10곳 중 4곳가량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아플 때 쓸 수 있는 병가(病暇) 규정을 두고 있다. 근로자 100∼299명 사업장은 약 65%, 300∼999명은 70%, 1000명 이상 사업장은 80% 정도가 그렇다. 유급병가를 둔 곳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직장인들은 아파도 쉬기 어렵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 데는 병가가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엔 유급이든 무급이든 병가 규정이 없다. 병가는 법의 보호를 받는 권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공무원이라면 국가·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1년에 60일까지 유급병가를 쓸 수 있다. 근로자가 부모나 배우자, 자녀, 조부모, 장인, 장모 등 아프거나 다친 가족을 돌보기 위해 쉴 수 있는 권리는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그렇게 돼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아플 때 쉴 권리가 법으로 보장돼 있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으로 TV에서 거의 매일 볼 수 있게 된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사무관이던 1999년의 일이다. 당시 국민건강보험법 제정과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던 김 차관은 지급할 수 있는 급여 중 하나로 상병(傷病)수당을 법안에 담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시절엔 상병수당이라는 게 낯선 제도였던 듯하다. 상병수당은 ‘업무와 관련이 없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일하지 못할 때 지급하는 공적보험이다. 건강보험법엔 ‘상병수당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아직 도입되진 않았다. ‘할 수 있다’는 근거를 뒀지만 시행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업무와 연관이 있는 부상이나 질병일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 수급 근로자는 요양급여와 함께 상병수당 격인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한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이 “아프면 쉴 수 있는 상병수당의 시범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프거나 다친 근로자가 소득 감소에 대한 걱정 없이 쉴 수 있게 사회안전망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런 발표가 있자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병수당을 도입하면 적게는 연간 8000억 원, 많으면 1조7000억 원가량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재원 확보도 중요하다. 하지만 상병수당 도입을 위해 필요한 변화의 첫 번째로 ‘병가의 법적 권리 보장’을 꼽는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아직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인데 그래도 미국은 ‘가족 및 의료 휴가법’에 병가 규정이 있다. 상병수당 제도가 잘 굴러가려면 ‘아플 땐 쉬어도 된다’는 분위기가 사회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이종석 정책사회부 차장 wing@donga.com}2020-08-20 03:00
아파트 경비원 업무 범위, 현실 반영해 조정해야[광화문에서/이종석]가장 반가운 날은 비 오는 날이라고 했다. ‘공동작업’이라 부르는 풀 뽑기, 가지치기, 소독하기 같은 일이 없어서다. 비가 밤까지 내리면 외부인 차량 야간 주차 단속도 하루 건너뛸 수 있다. 퇴직 후 아파트 경비원 등으로 일하며 겪고 느낀 걸 책 ‘임계장 이야기’에 담아낸 60대 저자는 그래서 비가 오면 좋았다. 풀 뽑기를 포함해 대개 ‘공동작업’이라 부르는 것들은 원래 경비원의 업무가 아니다. 청소나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경비원의 일은 현행법상 시설 경비에 해당한다. ‘도난, 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 발생을 방지하는 업무’라고 돼 있다. 누구라도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을 시키면 처벌 대상이다.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가볍지 않다. 아파트 경비 일을 갓 시작한 분들이 업무일지에 ‘분리수거’라고 적어놓으면 관리소장이 득달같이 불러서 다시 쓰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한 건 1988년이다. 그런데 경비원들이 제도 적용 대상이 된 건 2007년부터다. 이마저도 감액이 적용돼 최저임금의 70%만 받을 수 있었다. 비율이 차츰 높아져 2015년에 100%가 됐다. 경비원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과 휴일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직종이다.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승인받는 건 어렵지 않다. 제도와 법이 이럴 수 있는 건 아파트 경비원을 ‘감시(監視)가 주 업무이고 정신·육체적 피로가 적은 일을 단속적(斷續的)으로 하는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일본 노동기준법을 참고해 우리 근로기준법을 만들었을 당시엔 그랬을 수 있다. 지금은 안 그렇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전국 15개 지역 아파트 경비원 33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작년 11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방범 업무 비중은 평균 31%다. 나머지는 분리수거, 청소, 주차 관리, 택배, 조경 업무다. 이런 방범 외 업무가 90% 가까이 되는 곳도 있다. 최근 15년 이내 들어선 아파트의 80% 이상은 기계 경비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 분리수거, 청소, 조경 등도 대개 외부 용역업체에 맡긴다. 하지만 오래된 아파트에선 아직 경비원이 한다. 이런 일을 24시간씩 2교대로 돌아가며 하는데 ‘피로가 적다’고 보긴 어렵다. 15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서 일하는 경비원만 10만 명쯤 된다. 15개 지역 경비원들은 200만 원 안팎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주 정부가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내놨다. 구체적인 설명은 없지만 고용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경비원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방범 외 업무를 인정하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돼 연장근로 시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관리비 인상으로 이어져 일자리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입주민(2124명) 대상 조사에선 15개 지역 모두 ‘관리비가 인상돼도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감원 불가피’보다 더 많았다. 경비 업무 비중이 3분의 1밖에 안 될 만큼 다른 일을 많이 하고 있다면 현실을 반영해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게 맞아 보인다. 이종석 정책사회부 차장 wing@donga.com}2020-07-14 03:00
[단독]靑 수사팀, 윤석열·이성윤에 기소 의견 동시 보고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28일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각각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동 전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 의견을 동시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2차장검사는 이 지검장에게 내달 3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동 전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이 사건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기소하자는 수사팀 의견을 전달했다. 수사를 이끌어온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검사와 울산지검 이상현 부장검사 등이 함께 배석한 이 자리는 점심시간이 다된 오전 11시 55분까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같은 시각 김성훈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은 윤 총장에게 이와 같은 내용의 수사팀 기소 의견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인사 발령 후 수사팀이 교체되면 더 이상의 수사를 진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해 이번 주 내로 기소를 강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사건이 지난해 11월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된 뒤 두 달간 확보한 진술과 증거 만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가 짙은 피의자들에 대해 기존 수사팀이 인사 발령 전에 기소하고, 나머지만 다음 수사팀에게 넘긴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주 최강욱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두고 윤 총장과 충돌했던 이 지검장이 복수의 청와대 전현직 핵심 관계자를 기소 대상으로 올려놓은 수사팀 의견을 받아들일지 주목하고 있다. 수사팀이 윤 총장과 이 지검장에게 동시에 기소의견을 보고한 만큼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이 아닌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백 전 비서관 등에 대한 기소 문제를 사무보고해 후속 조치를 얻어낼지도 관심거리다.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에 대한 기소 전에 이 지검장이 결재를 하지 않고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기소 여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경우 여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오해로 정치권 등에서 특검 도입이 거론될 수 있다. 신동진기자 shine@donga.com이종석기자 wing@donga.com이호재기자 hoho@donga.com}2020-01-28 14:33
“살아있는 권력 수사, 人事로 통제하려 하면 공수처도 소용 없어”[파워 인터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정치적 독립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55)은 검사와 수사관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구성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공수처 제도 도입이 과거 정치 권력과 손잡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수처(검사 25명, 수사관 40명 이내)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부서 3개 정도를 합친 정도의 작은 규모여서 실제로 정치적 외압에 휘둘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 설치법은 7명으로 구성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7명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과 함께 대한변협회장도 포함돼 있다. 공수처 설치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돼 있어 이르면 7월 공수처가 설치된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이 회장의 임기는 2021년 2월까지여서 초대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참여하게 된다. 3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회관 집무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구성을 어떻게 보나. “여야가 각각 원하는 2명이 포함된 전체 7명의 추천위원 중 6명이 동의해야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게 돼 있다. 외견상으로는 추천 기준이 아주 엄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다 반대하면 추천을 못하는 것 아니냐 하는 논리로, 아주 중립적인 인사가 후보로 추천될 것 같은 외형을 갖춘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정치 현실을 보면 의문이 든다. 지금 야당의 성향이 명확하지가 않다. 특히 이번에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뭐랄까, 야당 몫 2명 모두 정말 야당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생긴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회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회 지형이 어떻게 달라지든지 간에 공수처장 추천위의 구성은 누가 봐도 동의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2명의 후보를 추천하고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게 돼 있다. “대통령에게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게 되면 그중엔 반드시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이 들어가게 돼 있다. 2명을 추천하면 여당 몫과 야당 몫으로 1명씩 포함될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 입장에선 누구를 지명하겠나. 형식적인 추천 절차가 될 수밖에 없다. 그냥 구색 맞추기가 돼 버리는 거다. 복수로 추천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정말로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하고자 한다면 추천위원들이 며칠씩 밤새워 토론을 하더라도 단수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맞다. 대신 대통령에겐 거부권을 주면 된다. 대통령이 볼 때 단수로 추천된 후보가 공수처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기엔 도저히 곤란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합리적인 이유를 붙여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된다.” ―공수처법 설치법 수정안의 ‘24조 2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도 독소조항이라며 우려를 표시한 부분이다. ‘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하면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건데 정보도 일종의 권력이다. 정보가 한곳에 집중돼 통제되는 그런 구조가 국민의 권리 보장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의문이 든다. 우리 경험으로 보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검찰 권력도 그랬다. 그런 경험에 의해 공수처를 만들기로 한 건데 또다시 한곳에 정보와 권력을 집중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초기 단계에서 인지한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 정보가 공수처로 집중돼 관리되는 것에 대해선 반드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수정안을 통해 24조 2항이 추가된 것이 선한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경험상 이 부분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정돼야 한다.”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로 대상을 제한했지만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갖는다. “지금 검찰 개혁 차원에서 추진돼 온 검경 수사권 조정의 방향이 큰 틀에서 보면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자는 것이다. 검경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같은 수사 기관인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특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구조이긴 하지만 특검은 특정 사건에 대해 한시적으로만 운영된다. 상시적으로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공수처와는 사정이 다르다.” ―대한변협은 공수처 설치법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 다수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고 있지만 변호사회 안에서 보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등 다양한 이념적 성향을 가진 모임이 있다. 모두 대한변협 회원들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우리 편이 아니면 전부 적으로 간주해 편 가르기를 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어떤 사안이 생기면 정말 많은 변호사들이 개별적으로 나한테 전화를 하는데 의견이 다 다르다. 새벽 4시에 전화를 하는 변호사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문제가 대표적이다. 사퇴 촉구 성명서를 왜 발표하지 않느냐는 질타가 엄청 많았다. 그만큼 많은 변호사들이 검찰 개혁에 대해 왜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고 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를 거치면 의견이 딱 반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택해 대한변협의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기는 어렵다. 대신 문제가 있어 보이는 공수처법 조항들에 대해선 심포지엄 등을 통해 지적하고 개정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어떻게 보나. “공수처도 검경 수사권 조정도 출발점은 모두 검찰 개혁이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다. 법무부와 검찰이 수많은 검찰 개혁안을 내지만 아직도 검찰이 개혁돼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큰 틀에선 검경 수사권이 조정돼야 하는 게 맞다. 지금처럼 검찰이 모든 수사를 다 손에 쥐고 기소 여부까지 결정하는 그런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안에 보완할 부분은 없나. “변호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검경 수사권 조정 자체에 대해선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런데 경찰에 완전히 독립된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의뢰인을 변론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많이 접촉하는 변호사들이 국민의 인권과 변론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을 경찰에 전부 다 넘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수사권 조정 법안에 따르면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는 사건만 검사에게 넘기고,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은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한다) 경찰의 수사 종결로 묻혀버릴 수 있는 사건에 대한 견제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예고했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칼끝을 겨누고 메스를 대야 한다는 그런 여망 때문에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계속돼 온 거다. 그런데 정작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니까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 보복이다, 먼지떨이식이다 하면서 비난하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댄 검사들이 인사에서 보복당할 위험이 있다면 누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겠나. 살아있는 권력에 칼끝을 들이대라고 주문해 놓고 칼끝이 들어오면 인사로 그 모든 걸 원점으로 돌려놓겠다는 식이면 공수처도, 검경 수사권 조정도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이런 식으로 논란을 제기하는 건 문제다. 잘된 수사인지 잘못된 수사인지는 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인을 포함한 신년 특별사면을 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다른 범죄자보다 특혜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특정 정치인을 사면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면권을 쉽게 행사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이 다수 포함된 이번 사면은 아쉬움이 있다. 이번 사면 대상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포함됐다. 이들을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사면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더 이상 현행법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거다. 하지만 정치인 범죄자는 그렇지 않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용문고, 연세대 법학과 및 법무대학원 졸업△1998년 제40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30기)△2005년 1월∼2007년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 재무이사△2007년 2월∼2009년 2월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재무이사△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특별검사팀 특별수사관△2017년 1월∼2018년 12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2019년 2월∼현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2019년 3월∼현재 연세대 특임교수이종석 wing@donga.com·배석준 기자}2020-01-07 03:00
집행되지 않는 형벌… 사형제 존폐 고민해봐야[광화문에서/이종석]“사형 선고한 적 있습니까?” 오랜만에 통화한 판사에게 안부 인사로 뜸을 들이다 물었다. 고민한 적이 있지만 실제로 선고한 적은 없다고 했다. 20년 넘게 법관으로 일하고 있는 이분은 고민했던 이유를 몇 가지 댔는데 끄트머리에 가서는 “사실상 실효가 없어서…”라고 했다. 사형을 선고해도 집행이 되지 않으니 형벌로서 실제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일주일 전 본보는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20년간 복역하던 70대 사형수가 지병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에 2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사형제를 지지하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표현은 거칠었다. 같은 내용을 보도한 다른 매체 기사엔 “사형수가 병사(病死)할 때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법무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처벌해야 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형사소송법상 ‘사형 집행 명령권자인 법무부 장관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집행을 명령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안 지킨 지 오래됐다. 김창석 전 대법관은 2016년 재임 당시 사형이 확정되는 판결에 반대의견을 낼 때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우리나라 사형제도는 사실상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사형수 23명을 교수형에 처한 뒤로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다. 그래서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본다. 통화를 했던 판사의 말마따나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게 영향을 미친 것인지 최근엔 사형 선고 자체가 줄었다. 2015∼2017년 3년간 1심 법원에서 사형 선고가 한 번도 없었다. 2008∼2014년 7년간은 해마다 적게는 1건, 많으면 6건의 사형 선고가 있었다.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형제가 존재하는 이상 집행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선고를 피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2015년 8월 대법원 1부는 사형 판결을 확정하면서 “사형 선고의 실효성 자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사형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면서도 “현행 법제상 사형제도가 있고 합헌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상 사형이 규정돼 있는 범죄에 대해 최고형을 선고해야 할 경우에는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사형제 존폐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된 일이다. ‘있어야 한다’는 쪽이나, ‘없애야 한다’는 쪽이나 가치관에 가까워 보이는 논리를 앞세워 다투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는다. ‘있어야 한다’는 쪽은 범죄 예방을 통한 시민의 생명 보호와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앞세워 강조한다. ‘없애야 한다’는 쪽은 인권을 강조해 국가가 개인의 생명권을 박탈할 권한은 없다고 주장한다. 사형제가 범죄를 줄이는 효과가 실제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부인할 수 없는 연구결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형제 폐지 국가가 늘고 있다. 사형제를 유지하는 국가들의 집행률은 낮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형제가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집행마저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효성이 거의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형제의 존폐를 고민해 봐야 할 때가 됐다. 이종석 사회부 차장 wing@donga.com}2019-07-30 03:00
민갑룡 “수사권 조정, 권한만 갖겠다는게 아니라 경찰이 수사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의미”민갑룡 경찰청장(54·경찰대 4기)은 최근 ‘고유정의 전남편 살해사건’ 등에서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모든 사건에 위기 대응 체계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선 “경찰이 권한만 갖겠다는 게 아니라 수사 결과에 책임질 각오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23일로 취임 1년을 맞는 민 청장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조직 안팎의 현안에 대해 신중하게 의견을 밝혔다. 민 청장은 지난 1년을 돌이키며 특히 안타까웠던 일로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와 ‘고유정 전남편 살해사건’을 꼽았다. 각각 경찰이 마약의 조직적 유통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사건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는 등 수사 초기 대응에서 문제를 드러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 청장은 일선 경찰서에서 사건을 접수하면 즉시 ‘위기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당직 경찰관이 사건을 접수만 한 뒤 퇴근하면 수사에 착수하기까지 최소 이틀이 더 걸리는데 초동 대처를 충분히 한 뒤 사건을 인계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민 청장은 “사건이 발생하면 그와 관계된 시민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경찰은 ‘담당자가 정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라’고 하는 그런 시스템은 안 된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또 경찰이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선 경찰의 역사가 시민에게서 치안에 대한 책임을 위임받는 방식으로 시작됐는데 우리 경찰은 일제 치하에서 태동한 탓에 시민과 대척점에 서는 듯한 일이 많았다는 뜻이다. 민 청장은 “곤궁에 처한 시민을 봤을 때 자연스럽게 (시민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어야 경찰이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민 청장은 “수사권 조정은 현장 경찰이 사건을 1차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까지 지겠다는 뜻”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검찰 조사 때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가 법정에서 그대로 증거로 쓰이는 점에 대해선 “자백 강요 등 인권 침해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취임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를 언급하며 “(윤) 총장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수사권 조정안의 방향에 공감한다고 했으니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기 바란다”고 기대를 비치기도 했다. 잇따른 검경 갈등에 대해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울산지검이 ‘약사 면허증 위조 사건’ 수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에 배포한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수사 중인 것과 관련해 민 청장은 “피의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게 (공표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민 청장이 지난달 “함께 기준을 정하자”고 공개 제안했지만 대검찰청이 하루 만에 “공보규칙은 법무부 소관”이라며 내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민 청장은 “검찰이 수사에 나선 덕에 (피의사실 공표 기준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긴 했지만 방법이 너무 거칠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민 청장은 일선 경찰관이 끔찍한 사건이나 사고를 겪은 뒤에도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해 트라우마 치료를 꺼리는 일이 없도록 솔선수범해 공개적으로 ‘마음동행센터(트라우마 치료 센터)’를 이용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민 청장은 “이미 센터에선 상담 기록을 남기지 않고 무료로 경찰관의 트라우마를 살피고 있지만 그래도 일선 경찰관이 느낄 수 있는 망설임을 없애기 위해 저도 한 번 가야겠다”라고 말했다. 민 청장은 인터뷰 말미에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손바닥만 한 종(鐘)을 들어 보였다. 종에는 ‘국민의 경종(警鐘)이 되소서’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지금의 경찰청장)을 지낸 백범 김구 선생이 광복 후 1947년 경찰 기관지인 ‘민주경찰’ 특호에 쓴 휘호를 옮긴 것이라고 한다. 민 청장은 “심란할 때마다 종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이종석 wing@donga.com·조건희 기자}2019-07-23 06:00
[광화문에서/이종석]유착 수사, 마약 수사 결과가 왜 이렇게 다른가오래 알고 지낸 경찰한테 물어봤다. “마약범 잡기가 쉬워요?” “뭔 소리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형사과에서만 20년 넘게 일한 이 경찰은 “마약팀 형사들한테는 혹시라도 이런 거 물어보지 말라”고 했다. “돌 맞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이렇게 묻게 된 건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연관 수사의 입건자 수를 보고나서다. 손님과 직원 간의 폭행 시비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마약 투약·유통, 경찰과의 유착, 불법 촬영물 유포 등으로 번지면서 경찰이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18일까지 마약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는 83명이다. 이 중 11명이 구속됐다.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로는 8명이 입건돼 2명이 구속됐다. 불법 촬영물 유포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유착 의혹으로 입건된 경찰은 이날 2명이 추가돼 8명이 됐다. 구속자는 없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경찰도 없다. 마약 수사에 비해 유착 수사의 성과가 많이 못 미친다. 수사 인력이나 역량 부족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버닝썬 연관 수사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은 광역·지능범죄·사이버수사대 등 126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팀을 꾸렸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고 역량의 팀들이 전부 합류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 스스로 밝힌 유착 수사 부진의 이유는 이렇다. “유착 비리는 은밀하게 이뤄진다. 그래서 사안 확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영장을 신청하고 집행해야 한다. 금융계좌와 카드 사용 내용을 확인하고 통신사실 조회에 기지국 수사,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야 한다.” 한마디로 수사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내부자를 수사해야 하는 것도 부담일 수 있다. 그렇다고 쳐도 ‘우는소리’로 들린다. 마약 범죄도 은밀하게 이뤄지는 건 마찬가지다. 민 청장도 “수사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데…”라면서 마약 수사를 높이 평가했다고 들었다. 게다가 경찰은 유착 수사에 ‘다걸기’를 하지 않았나. 민 청장은 “경찰 영혼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했다. 원경환 서울청장은 “경찰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그래 놓고 이러니저러니 하면서 사정 늘어놓으면 앞의 말이 이상해진다. 경찰이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할 때가 있다. 이 자리에선 기자들이 질문도 많이 한다. 그런데 경찰의 대답에서 ‘은근한 차이’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식이다. ‘강남 클럽 마약 건은 조직적 유통 정황이 나왔나?’라고 물으면 ‘클럽과의 관련성은 아직 못 밝혔지만 그런 방향으로 조직적인 범죄를 수사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마약 관련 얘기가 등장하나?’라고 질문하면 ‘마약 단어가 안 나와도 그럴 개연성은 있으니까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앞부분은 부정이지만 뒤쪽에 가능성을 열어두는 말이 나온다. 유착 수사는 다르다. 유착 의혹에 대해 물으면 ‘짚고 간다는 마음으로 수사하는데 다만 구체적으로 나온 증거는 없다’거나 ‘아무리 많은 직원이 연루됐어도 모두 처벌하겠다. 그런데 현재로선 조직적 유착으로 보기 어렵다’는 식이다. 이런 차이가 수사 결과의 차이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이종석 사회부 차장 wing@donga.com}2019-04-19 03:00
뉴욕 ‘평화의 소녀상’ 美의사당 간다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한인회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 조각상(사진)이 다음 달 7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특별 전시된다. 뉴욕한인회는 10일(현지 시간) “2007년 7월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 이어 이번 소녀상 특별 전시가 또 하나의 역사적 진전으로 남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뉴욕한인회는 지난해 10월 뉴욕한인회관 내 이민사박물관에 위안부관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소녀상을 설치했다. 뉴욕한인회 소녀상은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의 소녀상과 동일한 김서경 김운성 씨의 작품으로 가로 180cm, 세로 160cm 크기의 화강암 바닥 위에 높이 123cm의 청동 조각상이 놓여 있는 형태다. 이 조각상은 특히 순회 전시를 염두에 두고 바닥에 고정하지 않고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한인이민사박물관 내 소녀상 건립 추진은 캐럴린 멀로니 하원의원(민주·뉴욕 12선거구)의 조언에서 시작됐다. 뉴욕한인회가 위안부관 설치 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멀로니 의원이 ‘소녀상을 박물관에 설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미국 내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과 미시간주 사우스필드 한인문화회관, 조지아주 브룩헤이븐에 이어 맨해튼이 4번째였다. 멀로니 의원은 평소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인신매매 관련 정책 등에 관심을 많이 보여 왔다. 멀로니 의원은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의 소녀상 특별 전시가 성사되는 과정에도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한인회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녀상의 국회의사당 특별 전시와 관련한 세부 계획을 알릴 예정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2018-05-12 03:00
한국 잡았던 중국, 우즈베크도 잡아줘한국과 이란 경기가 열리는 31일 오후 9시(한국 시간) 중국 우한에서는 중국-우즈베키스탄 경기가 동시 킥오프를 한다. 한국에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국과의 동반 승리다. 이날 한국이 이란에 승리하고,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꺾으면 한국은 10차전 우즈베키스탄 방문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A조 2위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간다. 30일 현재 A조 2위 한국은 승점 13이다. 3위 우즈베키스탄은 승점 12이다.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두 팀의 승점 차가 4점으로 벌어져 10차전 맞대결에서 순위가 바뀌는 일은 없다. 중국은 승점 6으로 A조 최하위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 방문경기에서 0-2로 졌다. 역대 전적에서도 4승 1무 6패로 우즈베키스탄에 다소 밀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중국(77위)은 우즈베키스탄(64위) 밑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열린 3월 최종예선 경기에서 ‘공한증(恐韓症·축구에서 중국이 한국에 느끼는 공포증)’을 앓던 한국을 상대로 7년 만에 승리했다. 최종 예선 첫 승리였다. 이에 반해 우즈베키스탄은 최종 예선 5∼8차전 4경기에서 1승 3패로 부진했다. 우즈베키스탄은 1∼4차전에서 3승 1패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30일 현재 ‘베트365’를 포함한 대부분의 베팅사이트는 중국의 배당률을 우즈베키스탄보다 낮게 책정해 놓았다. 배당률이 낮다는 것은 이길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는 의미다. 중국은 조 최하위에 처져 있지만 아직 실낱같은 희망이 살아 있어 우즈베키스탄전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최종 예선 9, 10차전을 모두 이기면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3위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A조 3위는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여기서 이기면 북중미 예선 4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리피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불가능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2017-08-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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