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종석]50년 前 중국, 지금의 중국

이종석 국제부장 입력 2021-11-24 03:00수정 2021-11-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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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고 강한 나라 됐지만 여전히 독선적
‘대국의 품격’ 외쳐도 인정 못 받는 이유
이종석 국제부장
이틀 전 헨리 키신저가 CNN 방송에 나와 중국 얘기를 했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시절인 1971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던 그는 비밀리에 중국을 찾아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이듬해 닉슨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과 정상회담을 했다.

방송에서 키신저는 50년 전을 떠올리면서 “내가 처음 중국에 갔을 때 중국은 가난하고 약한 나라였는데 지금은 꽤 부유하고 아주 강한 국가”라며 중국의 위상 변화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면서도 상황을 대참사로 몰고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도전 과제라고도 했다.

미중 데탕트로 이어진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은 이때까지 열쇠구멍으로 세상을 보던 중국이 문고리를 열어젖히고 죽의 장막 너머로 고개를 내밀게 한 계기가 됐다. ‘자고 있는 중국을 깨우지 마라. 깨어나는 순간 세상이 흔들리게 된다.’ 한참 앞서 살다 간 나폴레옹이 중국을 사자에 빗대 이런 말을 했다고는 하지만 당시 닉슨이나 키신저는 50년쯤 뒤 중국이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유일한 라이벌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닉슨이 “우리가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건 아닌지 두렵다”며 중국에 문을 열어준 걸 후회하듯 말하기 시작한 건 한참이 지나서였고 이때 이미 사자는 잠에서 깨 있었다.

이제 중국은 미국과 이마를 맞대고 싸우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세계 2강이다. 경제 규모뿐 아니라 군사, 정보, 우주기술 등 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약 70%까지 쫓아왔다. 일본이 미국의 25% 정도다. 극초음속미사일 분야에선 중국이 이미 앞질러 오히려 미국 우주사령관이 “빨리 따라잡지 않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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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 더 흐르면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수도 있을까. 그럴 수 있다는 견해가 없지는 않지만 아직은 힘들 것으로 보는 쪽이 많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강 패권국이 되기는 쉽지 않을 걸로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킨들버거 함정’이 그중 하나다. 새로 부상한 패권국이 기존 패권국이 갖고 있던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맞게 되는 위기를 말하는데, 중국이 그럴 거라는 얘기다. 경제, 군사 분야 등에서 막강의 힘을 갖춰, 말 그대로 ‘부강한’ 나라가 돼도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역할과 기여를 안 하거나, 못 하거나 하는 경우다.

중국 당국의 신장, 티베트 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탄압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를 떠올리면 된다. 또 중국에선 정부가 못마땅해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쓴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져 행방이 묘연해지는 일이 잦은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이 아무리 ‘다궈펑판(大國風範)’을 외쳐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대국의 품격’ 정도 되는 말인데 며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화상 정상회담이 끝나자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 표현이 많이 올랐다. 회담을 통해 시 주석이 대국의 품격을 세계에 보여줬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방송에서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은 중국의 모습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중국은 독단적인 국가였는데 여전히, 상당히 독단적”이라는 것이다.

이종석 국제부장 wing@donga.com
#중국#독선적#대국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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