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지나도 달라지지 않은 특수근로종사자 산재보험료[광화문에서/이종석]

이종석 정책사회부 차장 입력 2020-10-27 03:00수정 2020-10-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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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정책사회부 차장
직장인들이 매달 받는 급여 명세서를 보면 미리 덜어낸 돈 내역이 나온다. 소득세 등과 함께 국민연금·건강·고용·노인장기요양보험료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5대 사회보험 중 4개다.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회사)가 절반씩 낸다. 나머지 하나인 산업재해보상보험료는 명세서 공제 내역에 없다. 보험료를 회사가 다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재보험료를 사업주와 절반씩 나눠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종사자)’들이다.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는데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 산재보험 사업을 맡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은 특수종사자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별개로, 근로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 종사자는 ‘마음과 힘을 다해 일하는 사람’이란 뜻이니 둘 다 좋은 말이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고 못 받고의 엄청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특수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은 2007년 법 개정으로 특례조항이 만들어지면서 가능해졌다. 이듬해인 2008년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건설기계 자차기사까지 4개 직종이 산재보험 당연 적용 대상이 됐다. 사회보험 중 제일 먼저 도입된 산재보험 제도 시행(1964년) 44년 만이다. 2012년엔 택배 기사, 퀵서비스 기사가 추가됐다. 4년 뒤 2016년에는 대출 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 대리운전 기사가 포함됐다. 올 7월 방문강사, 방문판매원,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설치원, 화물차주까지 더해져 모두 14개 직종의 특수종사자들이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특수종사자에게 산재보험료 절반을 내게 한 건 고용된 근로자에 비해 사업주로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덜 받는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와 근로자의 중간쯤으로, 일감을 넘겨받아 알아서 처리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단서 조항을 따로 뒀다. 사용종속 관계의 정도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은 보험료를 사업주가 다 부담하게 했다. 사업주에게 종속돼 일하는 특수종사자는 사실상의 근로자로 보고 보험료를 부과하지 말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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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개정된 2007년 후 13년간 대통령이 세 번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관련 ‘대통령령’은 없다. 특수종사자들이 산재보험료 절반을 내고 있는 이유다. 그 사이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의 입법 취지를 강조하면서 사업주에 대한 특수종사자의 종속성 인정 기준을 넓히는 판결을 몇 차례 내렸다.

최근 과로사로 보이는 택배 기사의 사망 사고가 잇따랐다. 택배회사 측이 산재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으려고 기사들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대리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는 이런 문제 전반을 조사하겠다고 한다. 조사도 조사지만 특수종사자들이 내고 있는 보험료를 이번 기회에 손볼 필요가 있다. 특수종사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사라지면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 제도도 있을 이유가 없다. 설령 그냥 둔다고 해도 사문화될 게 뻔하다. 14개 직종 전부는 아니더라도 법이 규정한 대로 종속 관계가 분명한 경우라면 보험료는 사업주가 부담토록 하는 걸 고민해봐야 한다.

이종석 정책사회부 차장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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