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PE 컨소에 1.1조 규모 매각… 한화그룹 지배구조 정점 지분재편
장남 김동관 후계구도 더 공고화
“한화에너지 IPO 사전 작업” 분석… 확보자금 신규사업 투자 등 활용
한화그룹 오너 일가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보유 중인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등에 매각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의 그룹 후계 구도가 더욱 공고화되고 차남과 삼남이 각자 사업에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보유 중인 한화에너지 지분 5%와 15%를 매각하기로 했다. 총 매각 규모는 20%로, 거래 금액은 약 1조1000억 원에 달한다. 한투PE는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다. 한화에너지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관련 안건을 의결하고 지분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의 최대주주로,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김동관 부회장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차남 김동원 사장과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25%씩을 나눠 갖고 있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화에너지 지분 구조는 김동관 부회장 50%, 김동원 사장 20%, 김동선 부사장 10%, 재무적 투자자(FI) 20%로 재편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을 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였다. 여기에 지분 20% 매각 금액을 약 1조1000억 원으로 책정한 만큼 향후 IPO 추진 시 전체 기업 가치의 기준을 약 5조5000억 원 수준으로 설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너지가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만큼 방산, 조선, 에너지 등 한화 주요 계열사의 사업 확장이 이어질 경우 기업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에너지는 2000년대 후반 여수와 군장 열병합발전소를 기반으로 출범했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집단에너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그친다. 대신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와 항공, 조선, 해양 등 미래 혁신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2013년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본격 진출한 이후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지에서 태양광 발전소의 개발·운영·매각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글로벌 태양광 발전소 개발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을 기반으로 한 전력 리테일과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신규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지분을 매각하는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확보한 자금을 증여세 등 세금 납부와 신규 사업 투자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의 행보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번 거래를 통해 8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손에 쥐게 된다. 투자업계는 최근 인수를 결정한 급식업체 아워홈의 추가 지분 확보에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한화 등이 보유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나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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