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로커가 의기투합해
67개팀 서울 마포 일대 공연 기획
8일부터 일주일간 릴레이 무대

“한번 사라지면 되돌리기 힘들다는 게 이 문제의 핵심이죠.”(윤종수)
풍전등화의 무대를 지키기 위해 로커와 변호사가 힘을 합쳤다. 밴드 ‘해리빅버튼’의 리더 이성수 씨, ‘사단법인 코드’의 이사장인 윤종수 변호사가 그들이다.
“영화 ‘미나리’나 ‘기생충’, 그룹 방탄소년단도 한두 명의 천재가 만든 게 아니라 한국의 문화 기반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잖아요. 고사 직전에 놓인 인디 공연장의 실정은 일반 소상공인 문제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윤종수)
로커와 변호사, 언뜻 상상하기 힘든 둘의 인연은 5년 전 지인의 생일잔치에서 만들어졌다. 하드록 팬이던 윤 변호사가 진작 ‘해리빅버튼’의 음악을 흠모하고 있었다. 브이홀, 무브홀 등 인디 공연장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가슴 한편이 내려앉았다.
“하루는 제가 롤링홀 대표를 만나 사정을 들은 뒤 답답한 맘에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어요. 미국에서는 ‘#saveourstages’ 캠페인이 주목을 받으며 결국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1조6000억 원가량의 긴급 구호자금이 공연장들만을 위해 편성된 예가 있죠.”(이성수)
이 글을 본 윤 변호사가 “당장 뭐라도 해보자”고 이 씨에게 연락했다. 섭외 시작 한 달 만에 67개 팀이 뜻을 모았다. 이 씨는 “세어 보니 예년의 지산밸리록페스티벌보다 출연진이 많더라”고 말했다.
한번 불붙은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운동은 삽시간에 퍼졌다. 여러 음악가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공유하고,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는 플래시몹도 열었다. 이 씨는 “클럽하우스 내 플래시몹은 우리가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했다.
2005년부터 저작권 공유 운동에 앞장선 윤 변호사는 이번 행사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수입·지출 내역 등 일체의 공연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한 것.
“투명성 문제 때문에 지자체나 기업이 그간 음악계에 투자나 후원을 주저해 온 면도 있다고 봅니다. 신뢰 회복의 계기도 됐으면 합니다.”(윤종수)
두 사람은 이번 캠페인에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가 모이면 향후 국회나 정부도 설득해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만 공연장이 아닙니다. 인디 공연장은 수십 년간 지켜온 예술가와 전문가의 요람입니다. 팬데믹이 끝난 뒤 다시 살리려 하면 10년, 20년, 30년이 걸릴지도 모르죠.”(이성수)
이번 공연은 생중계 플랫폼 ‘프리젠티드 라이브’에서 볼 수 있다. 관람료(1일권 1만 원, 5일권 5만 원)는 대관료, 인건비, 인디 음악 생태계를 위한 기금으로 전액 사용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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