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기업 자산압류 4일부터 착수 가능… 日 “모든 대응책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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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송달 시한 끝나 집행 단계로… 실제 현금화까지는 수개월 걸릴듯
日내부, 관세-비자 등 보복 거론… 주일 한국기업, 재고확대 등 긴장
韓정부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일본 기업 자산 압류를 위한 한국 법원의 공시송달 시한(4일)을 앞두고 한일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현금화가 실현될 경우 보복이 불가피하다고 연일 언급하고 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최악의 한일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일본이 취할 수 있는 관세 인상 등 여러 보복조치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일 요미우리TV에 출연해 일본제철의 자산이 강제 매각됐을 경우에 대해 “정부는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비자 발급 요건을 엄격하게 하거나,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소환 등이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일본 측의 보복 조치로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과 송금 중단 등 복수 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4일 0시부터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압류한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을 매각하는 절차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바로 자산을 매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한국 법원이 매각명령을 내려야 하고, 매각결정문을 일본제철에 송달해야 한다. 일본제철은 송달 시점으로부터 일주일 이내 한국 법원에 항고할 수 있다. 매각명령이 확정되고 나서야 법원은 집행관을 통해 압류 자산을 매각해 판매 대금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2일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해도 일본제철 자산을 실제로 현금화하기까지 경매 등 절차가 복잡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현금화 전까지는 당장 일본이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올해 말까지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거리를 두고 있다. 다만 일본이 수출 규제 등 한일 관계 협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요 7개국(G7) 확대 정상회의 한국 참여에 반대한 일본과 한 차례 대립각을 세운 가운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대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2월 한중일 정상회담 당시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에 합의했지만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출 규제 협상이 교착된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에 대한 유화 메시지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지만 아직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일 한국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의 일본지사 간부는 “재고를 평소보다 늘렸다. 일본 측이 눈에 보이지 않는 보복 조치를 할 수도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최지선·박상준 기자
#징용기업#자산압류#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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