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정 상법, 기업 손발 묶을 것” 경제6단체 우려 귀 기울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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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 등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6단체가 공동의견서를 제출했다. 투기자본의 경영 위협, 주주의 재산권 침해를 불러올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기업 활동에 지나친 간섭을 불러올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주식 일부만 갖고 있더라도 자회사 임원들에 대해 손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대로 통과되면 기업들은 1년 내내 소송에 시달릴 게 뻔하다. 개정안대로라면 상장사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0.01%만 있으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예컨대 시가총액 약 369조 원인 삼성전자의 경우 369억 원의 주식만 있으면 삼성전자는 물론 자회사 7곳의 임원들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외국계 투기성 펀드가 모회사의 주식 일부를 갖고서 그 계열사들의 경영권까지 흔들어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외부 감사를 일반 이사와 분리해 선임하게 만든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를 제도화하는 것도 과도한 간섭이다.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감사위원을 뽑겠다는 취지지만 일부 펀드들이 연합해 원하는 감사를 뽑아 해당 기업의 모든 정보를 열람하고 뽑아가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게 된다. 거대 공기업의 감사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적 인사들을 낙하산식으로 내려 꽂는 정부 여당이 민간 기업에 대해서는 감사를 뽑는 규정까지 일일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못 박는 것은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태다.

현 정부는 규제혁신을 통해 기업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거듭 공언했지만 실제론 구호와 말에 그친 반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을 포함해 이번 상법 개정안까지 기업 관련 제도들은 기업 활동을 옥죄는 방향으로 강하게 밀어붙여왔다. 아무리 나랏빚을 내서 공공사업에 쏟아붓더라도 기업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 경영 활동 없이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공정경제’라는 목표가 경직된 이념과 대기업에 대한 선입견으로 균형을 잃으면 ‘경제 살리기’라는 더 중요한 목표를 잃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법무부#개정#상법#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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