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페그제 폐지로 中에 보복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금융허브’ 홍콩 위상 지켜준 제도… 중단땐 美기업도 피해입을 우려
트럼프 정부, 티베트 문제도 꺼내
폼페이오 “中 당국자 비자 제한”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한 중국에 대한 보복으로 홍콩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보도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관료는 중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논의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페그제 카드를 제안했다. 홍콩은 1983년 홍콩달러 가치를 미 달러당 7.8달러에 고정하는 페그제를 도입했다. 2005년부터는 7.75∼7.85홍콩달러 범위 내에서의 변동을 허용했다.

페그제를 도입한 덕에 홍콩에 진출한 기업들은 환율변동 우려 없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었다.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후에도 세계 금융허브의 위상을 지킨 것은 페그제 덕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페그제에 손을 대면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 역시 손해를 볼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정말 시행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BBVA은행 홍콩지점의 한 관계자는 페그제 폐지는 핵무기 도입 같은 위험한 결정이며 미국과 중국의 더 큰 대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역린으로 평가받는 티베트 문제도 꺼내 들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티베트에 관여하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 관리들에 대한 미국 비자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법’에도 서명했다.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및 인권 차별을 부각시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FBI가 진행 중인 5000여 건의 방첩 사례 중 절반이 중국과 연관됐다. 약 10시간에 1건꼴로 등장하는 중국의 방첩 행위가 미 지식정보 재산에 대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스파이들이 11월 미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8일 “티베트 문제에 악독한 행동을 하는 미국인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이 서로 굳건히 지지하면서 함께 외부의 간섭에 단호히 반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신아형 abro@donga.com·조종엽 기자
#미국#홍콩 보안법#페그제 폐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