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선정 2014 10대 뉴스]세월호 아픔 - 아베 역주행 분노… 이순신이 부활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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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국내외 주요 뉴스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아픔’이었다. 국민들은 올해 내내 몸과 마음에 생채기를 입었다. 4월 16일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침몰 이후 대한민국은 거대한 눈물바다로 변했다. 군(軍)에서는 폭행과 성추행이 난무했다. 정치도 아픈 국민을 달래주지 못했다. 총리 후보자들은 거듭 중도 낙마했고, 대통령 ‘비선 실세’라는 정윤회 씨와 관련한 청와대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돼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다. 해외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과 우크라이나 내전 등 우울한 뉴스들이 전해졌다. 동아일보가 선정한 국내외 10대 뉴스를 소개한다. 》
거리엔 노란 리본… 유병언 죽음 미스터리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 온 국민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거리는 노란 리본으로 뒤덮였고 추모 분위기 속에 사회 전체가 집단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렸다. 희생자 304명(사망 295명, 실종 9명)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은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검경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적은 떠들썩했지만 결국 유 전 회장은 7월 의문만 남기고 시신으로 발견됐다.
‘종북’ 통합진보당 헌정 사상 첫 정당해산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청구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사건에서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해산을 결정했다. 헌법 재판관 9명 중 8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진당은 강제 해산되고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선고와 동시에 모두 박탈됐다. 이 결정 이후 시대 변화와 자기성찰에 게으른 낡은 진보가 아닌 건강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선실세 의혹 ‘정윤회 문건’ 정국 들썩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으로 ‘비선 실세’ 의혹을 사온 정윤회 씨와 청와대 핵심 비서관 등이 인사와 국정에 개입한다는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이 11월 28일 세계일보에 보도돼 큰 파문이 일었다. 문건 내용은 허위로 판명됐지만 정 씨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간의 권력암투설이 확산됐고, 둘 다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한국 다독여준 교황… ‘8월의 크리스마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선물했다. 산타클로스를 닮은 그의 배낭을 채운 것은 검소함과 겸손, 사랑과 자비였다.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자신을 낮추는 그의 모습에 한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교황이 집전한 서울 광화문 시복식에는 수십만 명이 몰렸다. 사람들이 종교를 넘어 ‘비바, 파파’를 연호한 것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구였다.
총기난사-윤일병 폭행사망-性범죄… 위기의 軍

올해 군은 사건 사고의 연속이었다. 육군 22사단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비롯해 음주 물의를 일으킨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의 전역을 두고 진위 공방이 벌어졌다. 성범죄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17사단장 현역 장성이 사상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육군 중령은 성희롱으로 사상 첫 계급 강등 징계를 받기도 했다.
“내려”… 조현아 前부사장 ‘땅콩회항’ 파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2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항공기에서 간식 제공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승무원에게 폭언을 한 뒤 회항시켜 사무장을 공항에 내려놨다.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도덕성에도 치명상을 입혔다. 조 전 부사장에게는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건희 회장 장기입원… 삼성 ‘이재용 시대’

5월 10일 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곧바로 인근 순천향대병원에서 긴급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덕에 ‘최악의 사태’는 피했으나 이 회장은 25일 현재까지 의식이 완전치 않은 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후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이재용 시대’를 맞게 됐다.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연달아 낙마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연달아 낙마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총리후보 지명 6일 만에,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14일 만에 사퇴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 한 정홍원 총리는 사의 표명 60일 만에 유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세월호 국면을 정면 돌파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은 한동안 인사 참극이란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순신 신드롬… 영화 ‘명량’ 1761만명 관람

7월 개봉한 영화 ‘명량’의 광풍은 거셌다. 1761만 명을 넘겨 2009년 ‘아바타’(1362만 명)를 제치고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8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이달 중국에서 개봉해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사건 등의 충격에 빠져 있던 우리 사회에 리더십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중 FTA 체결… 13억 대륙시장과 손잡아

한국은 11월 10일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전격 체결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3대 시장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과 모두 FTA를 맺은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매년 6조 원의 관세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쌀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 시장을 열지 않은 대신 자동차 관세 철폐 등을 얻어내지 못해 개방도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아베 총선 승리로 장기집권 길 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총선을 통해 장기 집권으로 가는 길을 넓혔다. 엔화 약세를 몰고 온 아베노믹스와 내각이 흔들리자 지난달 중의원 해산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전체 의석 3분의 2를 넘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그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부정하고 평화헌법을 바꿀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한국과 중국은 그의 우경화 행보에 긴장하고 있다.
8000명 사망 육박… 에볼라 공포 확산

에볼라 바이러스에 공인 받은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사이 그 공포가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세계로 확산됐다.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처음 발병한 뒤 2만 명 가까운 감염자, 80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스페인 영국 노르웨이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도 감염됐다. 각국이 공포에 떨었지만 아프리카 밖에서 피해는 크지 않았다.
美-쿠바, 53년만에 국교 정상화 합의

미국과 쿠바가 1961년 이후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에 전격 합의해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양국은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된 비밀협상 결과를 12월 17일 발표했다. 미국은 양국 간 여행 자유화와 송금 한도 확대, 통상 및 정보 교류 등 10여 개의 구체적인 관계 개선안과 함께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푸틴, 크림반도 합병… 美-러 新냉전 속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전격 합병했다. 강대국이 다른 나라 국경을 인위적으로 변경시킨 사건이다. 미국과 유럽은 제재에 착수해 ‘신냉전’으로 불리는 대결 구도가 이어졌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도 반군을 지원해 내전이 격화됐다. 제재 영향으로 루블화 가치 하락에 시달리는 러시아는 국가부도 직전의 위기에까지 몰렸다.
반토막 난 국제유가, 신흥국 위기 불러

국제유가가 폭락했다. 6월 100달러대에서 12월 50달러대로 반 토막이 났다. 미국이 셰일 원유 공급량을 확대하는 가운데 11월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가 실패한 것이 폭락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미국은 내수가 살아나면서 경제성장의 호재를 만났지만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 가치의 동반 폭락과 금융위기에 노출됐다.
‘인질 참수’ IS 득세… 이라크 등 전쟁회오리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올해 초부터 중동 정세를 위협하는 최대 세력으로 떠올랐다. IS의 출발은 알카에다의 이라크 하부 조직이었지만 6월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 신(神)·정(政) 일치의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설립을 선포했다. 8월부터는 미국인 3명 등 인질을 잇달아 참수했고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은 IS에 대대적인 공습을 했다.
시진핑 ‘부패 호랑이’ 사냥… 홍콩 ‘우산혁명’ 소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저우융캉(周永康·전 정치국 상무위원) 링지화(令計劃·중앙통일전선공작부장) 등 거물 정치인을 부패 혐의로 처벌하면서 체제를 탄탄히 다졌다. 중국의 급부상은 G2(주요 2개국)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행정장관의 완전한 직선제를 요구하던 홍콩의 ‘우산혁명’도 시진핑 체제의 장기 방치(放置) 전술에 힘이 빠지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11년만에… 필레, 인류 첫 혜성 ‘터치다운’

11월 13일 오전 1시 인류가 사상 최초로 혜성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유럽우주기구(ESA)의 탐사로봇 필레는 로제타호에 탑재돼 10년 8개월 동안 우주를 비행하다 지구 방향으로 날아오는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의 머리 부분에 착륙했다. 필레는 혜성과 지구의 물이 화학적 구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동면에 들어간 필레는 내년 봄에 가동된다.
여소야대-흑백 갈등 겹친 오바마 ‘레임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 임기 2년차를 맞아 급속한 레임덕(권력누수)을 겪었다. 외교정책 부진 속에 각종 개혁정책이 벽에 부딪히면서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졌다. 11월 4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해 2006년 이후 8년 만에 여소야대가 됐다. 흑인 대통령 집권기에 오히려 흑백 갈등이 격화돼 소요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실종-피격 말레이항공기 잇단 사고

말레이시아항공의 여객기가 두 차례나 추락해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3월 8일 239명을 태우고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MH370편이 이륙한 지 50여 분 만에 갑자기 사라졌다. 10여 개국이 수색에 나섰지만 잔해나 블랙박스가 발견되지 않아 미스터리가 됐다. 7월 17일에는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상공에서 미사일에 격추되면서 탑승자 298명이 모두 숨졌다.
#2014 10대 뉴스#세월호#아베#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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