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김갑식 동아일보 문화부 김갑식 기자 공유하기 dunanworld@donga.com

안녕하세요. 김갑식 기자입니다.

기사 제보
최신 순
커피 내리는 목사? 믿음 전하는 바리스타!23일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 상호는 ‘JESUS COFFEE(지저스 커피)’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반 카페와 다를 바 없지만 한쪽에 한 평(3.3m²) 남짓의 기도실이 있다. 이곳은 카페이자 교회로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예배가 진행된다. 안민호 커피와교회 목사(48)의 노트북 화면에는 ‘必生(필생), 반드시 살아난다’는 문구가 떠 있다. ―필생? 비장하게 느껴진다.(웃음) “개척 교회 설립에 2억∼3억 원이 필요한데 3년 안에 살아남는 것은 10%, 온전하게 성장하는 교회는 1%라고 한다. 2011년 커피와교회를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하면서 가슴에 새긴 문구다.” ―왜 하필 커피였나. “신앙을 가진 청년들이 예배는 빠져도 식사와 모임 등 뒤풀이에는 나오더라. 먼저, 사람이 오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게 결론이었다. 한국에서는 그게 술집 아니면 카페인데 술집을 할 수는 없으니(웃음), 카페였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나중에 땄다.” ―교회 이름을 ‘커피와교회’로 지은 이유는 뭔가. “상호는 지저스 커피, 교단에 등록된 교회명은 커피와교회다. 사실 지저스 커피는 우리말로 옮기면 예수커피인데 그러면 사람들이 오겠나? 지저스도 같은 의미 아니냐고 하겠지만, 손님들은 예상외로 그렇지 않다. 지저스를 ‘제우스’, ‘제수스’라고 무심코 읽는 분들도 적지 않다. 교회 이름도 어떻게 커피가 앞에 나올 수 있냐는 교단 어른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통과됐다.” 커피와교회는 이른바 카페교회의 모범이 됐다. 안 목사는 현재 ‘지저스 처치’라는 연합공동체를 설립해 경기 의정부시 한서중앙병원, 프랜차이즈로 잘 알려진 와플대학 등을 통해 일터에 기반한 사역도 담당하고 있다. ―많은 카페교회가 실패했다. “카페와 음식점 등의 외형을 지닌 일터교회들이 실패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선 수익을 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영세하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만 카페는 손해만 보지 않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 “조금 낯이 익었다고 ‘예수 믿으세요’ 하면 되겠나? 이곳은 커피도 맛있고 직원의 서비스도 훌륭한데 알고 봤더니 예수 믿는 사람이더라, 이렇게 되어야 한다. 커피와교회의 힘은 직장을 일터선교지로 여기는 사역자들과 신자들에게서 나온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지 목사가 아니라는 확실한 선교관도 중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커피와교회는 단순한 카페교회가 아닌 선교적 교회, 새로운 교회들의 개척자로서 100개의 교회 개척 및 개척 인큐베이팅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교회를 한 곳에 높이 세우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커피와교회는 로컬 처치, 와플대학은 일터교회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27 03:00
새에덴교회, 美 워싱턴 ‘추모의 벽’ 준공식 참가새에덴교회가 미국의 6·25전쟁 참전용사를 기리는 ‘추모의 벽’ 준공식에 후원자 자격으로 참가한다. 준공식은 다음 달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새에덴교회 측은 20일 “소강석 담임목사 등 교회 관계자 30여 명이 준공식에 초대받았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의 대사, 한미 보훈처장, 새에덴교회 대표단 등 400여 명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추모의 벽에는 미군 전사자 3만6000여 명과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인 카투사(KATUSA) 7200명의 이름을 새겼다. 이 사업은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참전비와 달리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전사자 명단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새에덴교회는 준공식 전날인 다음 달 26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올해 4월 97세로 별세한 미군 예비역 대령 윌리엄 웨버 등에게 헌화한다. 웨버 대령은 6·25전쟁 당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미국 내 6·25전쟁 참전용사를 초청해 보은행사도 연다. 소강석 담임목사는 “전쟁 중 한 다리와 팔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사랑하는 웨버 대령을 만나면서 그분이 추진한 추모의 벽 건립 후원을 결심하고 신자들과 그 소망을 나눴다”고 말했다. 한편, 2007년부터 올해로 16년째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행사를 열고 있는 새에덴교회는 19일 경기 용인시와 오산시에 거주하는 국군 참전유공자 190여 명과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후손들을 초청해 보은 예배를 개최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21 03:00
‘6·25때 육군병원’ 통도사, 현충시설 지정 기념 호국 위령재“6·25전쟁 중 뒤편 명부전에 부상병을 위한 교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불보사찰(佛寶寺刹·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인 통도사에 말이죠.” 경남 양산시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18일 거행된 ‘현충시설 지정 기념 호국영령 위령재’에서 영축총림 방장이자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성파 스님(사진)은 법어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성파 스님은 준비된 원고가 아닌 즉석 법문에서 “저는 고향 합천에서 전투로 젊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우리나라에 이런 비극이 다시는 없도록 나라 정치를 잘하고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게 위령재를 하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통도사의 현충시설 지정은 주지 현문 스님을 중심으로 3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이뤄졌다. 6·25전쟁 중 많은 부상 군인이 통도사에 머물며 치료를 받았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전쟁 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통도사와 이별한다” “停戰(정전)이 웬 말?” 등의 문구뿐 아니라 탱크와 트럭, 아이 얼굴 등 사찰과 어울리지 않는 대광명전 벽면의 그림들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2019년 용화전 미륵불좌상 복장물(불상 봉안 시 넣는 물건)을 조사하다 6·25전쟁 때 통도사가 육군병원으로 쓰였다는 실마리가 나왔다. 통도사 주지를 지내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돕기도 했던 구하 스님은 친필로 쓴 ‘미륵불좌상조성연기문’에 “1950년 6월 25일 사변 후 국군 상이병(傷痍兵) 3000여 명이 입사(入寺)해 1952년 4월 12일 퇴거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1월 국방부는 통도사가 ‘제31 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으로 사용됐음을 확인하는 내용을 통보했고, 국가보훈처는 그해 11월 통도사를 현충 시설물로 지정했다. 이날 위령재는 불교의식에 이어 현문 스님의 봉행사, 성파 스님의 법어, 조계종 총무부장 삼혜 스님이 대독한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추모사, 군악대와 합창단의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현문 스님은 “긴 시간을 지나 제31 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의 역사가 온전히 드러났다”며 “통도사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아 전쟁 중 산화한 무명의 용사를 위로하고, 이 땅에 희생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주호영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신범철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스님과 불교 신도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위령재에 앞서 연기문이 나온 용화전에서 ‘1000 미륵옥불 점안식’도 거행됐다.양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20 03:00
[책의 향기]그림 속의 꽃, 더 생생하게 즐기기책의 첫 장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꽃피운 거장 중 한 명인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가 문을 연다. 이 작품은 3m가 넘는 크기에 190개의 꽃이 등장하는데 130개는 실제 식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목련’은 꽃을 피우기 전의 상태로 묘사돼 있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목련은 칼로의 위태로웠던 삶과 죽음을 상징한다. 해바라기는 고흐나 고갱, 클림트 등 여러 거장의 작품 소재가 됐다. 책은 제목만큼이나 화려하다. 꽃이 피어 있는 책이다.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매일 한 점씩 꽃 그림을 고른 뒤 흥미로운 미술사와 이야기를 입혔다. 2권으로 출간될 시리즈의 봄, 여름 편에 해당한다. 그는 자신의 미술관을 즐기는 방법으로 “그림을 가장 먼저, 그리고 찬찬히 보시기를 권한다”며 “그림 속에 담긴 꽃, 인물, 풍경 순으로 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정말 꽃을 먼저 보면 익숙한 그림을 다르게 감상하는 새로움이 생긴다. 꽃의 종류를 중심으로 수선화, 목련 등이 등장하는 1부 ‘봄이 온다’와 백합, 양귀비, 해바라기 등이 나오는 2부 ‘여름휴가’로 구성됐다. 고흐, 모네, 조지아 오키프, 데이비드 호크니, 신사임당과 나혜석 등 여러 화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림마다 화가의 이름과 생몰 연도를 표기했다. 미술사적인 흐름을 짚으며 저자의 관점에서 작품을 해설해 에세이처럼 읽는 맛을 살렸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18 03:00
이영훈 목사 “평양심장병원, 남북평화와 통일의 밑거름 되길”“평양 시내에 건립 중인 심장전문병원 공사는 70%정도 진행된 상태입니다. 6개월 뒤 완공식에 참석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의도순복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는 14일 간담회에서 평양에 짓고 있는 심장전문병원과 관련한 상황을 전했다. 이 교회는 2007년 북측과 협의를 거쳐 가칭 ‘조용기 심장전문병원’을 약 2만㎡에 260개 병상을 갖춘 시설로 건립하기로 했으나 남북 관계의 악화로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이 목사에 따르면 이 병원의 건립은 인도주의적 사업으로 분류돼 지난해 10월 UN 대북제재위원회의 면제 승인을 받아 이 서류를 북측에 전달했다. 올해 2월에는 의료장비 지원을 위해 미국 재단 ‘사마리아인의지갑’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북한 측은 병원에 필요한 물품 자료를 보내왔다. 이 목사는 “북한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되면 병원 완공 등 전체 일정이 확정될 것 같다”며 “평양 한 복판에 건립되는 이 병원이 남북평화와 통일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병원 명칭은 북측 사업 파트너가 바뀐 데다 특정인의 이름이 들어간 병원 명칭을 꺼리는 북측 정서를 감안해 지난해 소천한 조용기 원로목사의 이름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 목사는 “원로목사께서 생전 ‘병원 건립에 문제가 된다면 내 이름을 빼도 된다’고 강조했다”며 “오랫동안 지연됐던 병원이 빨리 완공돼 북한 주민들에게 의료혜택을 빨리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퇴직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평양 현지에서 6~12개월 동안 체류하며 진료를 보면서 의료와 장비 사용법 등에 대해 북한 의료진 교육을 담당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북한 측은 260여개 군 지역의 인민병원 건축과 의약품 보급도 요청했다고 한다. 인민병원은 남측의 보건소에 해당한다. 이 목사는 “인민병원 한 곳 건축과 장비, 의약품 보급에 대략 10만 달러(약 1억 29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사업은 순복음교회 뿐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다음 프로젝트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0월 12~14일 세계오순절대회(PWC)를 개최한다. 오순절대회는 세계 개신교계에서 성령강림과 체험의 역사를 강조하는 오순절계 교회들이 3년마다 여는 행사다. 이 행사에는 세계 약 170개국에서 5000명, 국내 2만 5000명 등 3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에는 경기 파주 평화누리공원에서 ‘세계평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도대성회’가 열린다. 이 목사는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남북 대치상황에서 긴장완화, 평화통일, 남북대화 촉구를 주제로 기도회를 연다”며 “평화통일 음악회도 함께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한 달 매출이 300만원 미만이면 세금을 낸 기록이 없어 정부 지원금조차 못 받는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가 있다”며 “이런 분들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순복음교회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약 106억원을 지원했다”며 “올해 추석 전에 약 50억원을 더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14 15:51
인연의 꼬리 문 중견작가들, 백일장에 모인 까닭은…부산 연제구 혜원정사에서는 10일 소설가 김연수 변왕중, 시인 문태준이 아이들의 손때 묻은 원고와 씨름하고 있었다. “야,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하지”라는 감탄사와 더불어 얼굴에 빙그레 웃음이 번지는 걸 보니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일곱 해의 마지막’을 비롯해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로 유명한 김연수 작가는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재주 많은 편집자로 시와 소설로 등단한 변왕중 작가는 부인 박기린, 딸 다인 씨와 함께 활동하는 가족작가. 시집 ‘가재미’ ‘그늘의 발달’ ‘맨발’을 비롯해 최근 에세이 ‘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를 출간한 문태준 시인은 서정적인 시와 산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인연의 부산행 중견 작가들이 초중고교생 대상 백일장을 심사하기 위해 부산의 사찰에 모인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문 인연 때문이다. 이 사찰 주지 원허 스님과 불교계의 대표적 문장가로 백일장 심사위원장을 맡은 성전 스님은 출가 초기 해인사 강원(講院)을 함께 다닌 도반이다. 1997년 시작한 백일장 규모가 커지자 원허 스님은 “제대로 된 심사위원을 모시고 싶다”며 성전 스님을 졸랐다. 2007년 성전 스님에게 발목이 잡힌 이가 불교방송 PD로 불교 집안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던 문 시인이다. 문 시인은 같은 경북 김천 출생의 중고교 동창으로 40년 지기인 김 작가에 이어 포항 출신의 30년 지기 변 작가를 소환했다. 원고에서 잠시 눈을 뗀 이들은 세월과 사연을 더듬다 웃음을 터뜨렸다. “문태준이랑 김연수가 한 공간에서 심사하기는 쉽지 않죠.”(변 작가) “주지 스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그리워 이렇게 모이는 거죠.”(문 시인) “한 사찰에서 30년 가깝게 백일장을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에요.”(김 작가) 원허 스님은 “순수한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해 나쁜 길로 빠지는 아이들이 있어 백일장을 시작하게 됐다”며 “사찰이 기도뿐 아니라 글과 음악, 웃음이 가득한 ‘문화 도량’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25회째를 맞은 혜원 백일장은 운문과 산문을 합쳐 총 636편이 출품돼 11일 시상식이 열렸다.○ “아이들 글 읽다 울컥할 때 많아” 심사 뒤 해운대의 한 식당에서 다시 만난 세 작가는 ‘찐친’이었다. 오랜 세월 알고 지내면 몇 차례 다툴 법도 한데 그런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라고 묻자 김 작가가 문 시인을 향해 “내가 먼저 등단해 삐졌을까?”라고 말했다. 문 시인은 “뭐, 1년 먼저 등단했지만 너는 시가 안돼 소설로 갔잖아. 저기 둘은 시와 소설 모두 등단한 2관왕인데, 나만 금메달이 하나”라며 웃었다. 이들은 “서로 코가 꿰여 시작한 심사이지만 이제는 이 무렵 부산행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제주 불교방송 국장을 맡아 현지에 정착한 문 시인은 제주, 김 작가와 변 작가는 각각 경기 고양시와 강원 강릉시에서 부산으로 향한다. 변 작가는 “젊을 때는 약속하지 않아도 저녁 무렵이면 어느 새 한자리에 있었지만 지금은 어렵다. 그래서 내년, 내후년 부산행이 벌써 기다려진다”고 했다. 심사도 글에 대한 평가에 앞서 배움이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글로는 잘 다듬어지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읽다 보면 울컥할 때가 많아요.”(김 작가) “아이들의 시 자체가 때 묻지 않은 천진불(天眞佛)이죠.”(문 시인)부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13 03:00
인연의 꼬리를 물고…부산서 ‘찐친’ 작가들이 모인 이유는10일 부산 연제구 혜원정사의 한 공간에서는 소설가 김연수 변왕중, 시인 문태준이 아이들의 손때 묻은 원고와 씨름하고 있었다. “야,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하지”라는 감탄사와 이들의 얼굴에 빙그레 웃음이 번지는 걸 보니,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일곱 해의 마지막’의 김연수 작가는 이미 10여 년 전 문단의 내로라하는 상을 휩쓴 중견작가다. 재주 많은 편집자이자 시와 소설로 등단한 변 작가는 부인 박기린, 딸 다인 씨와 함께 활동하는 가족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가재미’ ‘그늘의 발달’ ‘맨발’의 문 시인은 가장 주목 받는 시인 중 한 명으로 최근 에세이 ‘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를 출간했다.● 인연의 부산행문단의 중견작가들이 초중고생 대상의 백일장 심사를 위해 부산의 사찰에 모인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문 인연 때문이다. 이 사찰 주지 원허 스님과 불교계의 대표적 문장가이자 심사위원장을 맡은 성전 스님은 출가 초기 해인사 강원(講院)을 함께 다닌 도반이다. 1997년 시작한 백일장 규모가 커지자 원허 스님은 “제대로 된 심사위원을 모시고 싶다”며 성전 스님을 졸랐다. 2007년 성전 스님에게 발목이 잡힌 이가 불교방송 PD로 불교 집안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던 문 시인이다. 이에 문 시인은 같은 경북 김천 출생의 중고교동창으로 40년 지기인 김 작가, 다시 포항 출신의 30년 지기 변 작가를 소환했다. 원고에서 잠시 눈을 뗀 이들은 세월과 사연을 더듬다 웃음을 터뜨렸다. “문태준이랑 김연수가 한 공간에서 심사하기는 쉽지 않죠.”(변 작가) “주지 스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그리워 이렇게 모이는 거죠.”(문 시인) “한 사찰에서 30년 가깝게 백일장을 하는 것은 놀라운 일.”(김 작가) 원허 스님은 “순수한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해 나쁜 길로 빠지는 아이들이 있어 백일장을 시작하게 됐다”며 “사찰이 기도 뿐 아니라 글과 음악, 웃음이 가득한 문화도량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25회째를 맡은 혜원 백일장은 운문과 산문 부문을 합쳐 636편이 응모됐으며 지난 11일 시상식이 열렸다.● 해운대의 바닷가심사 뒤 해운대의 한 식당에서 다시 만난 세 작가는 여간해서 허점이 잡히지 않는 ‘찐친’이었다. 오랜 세월 알고 지내면 몇 차례 다툴 법도 한 데 그런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라고 묻자 김 작가가 문 시인을 향해 “내가 먼저 등단해 삐졌을까?”라며 했다. 문 시인은 “뭐, 1년 먼저 등단했지만 너는 시가 안돼 소설로 갔잖아”라며 “저기 둘은 시와 소설 모두 등단한 2관왕인데, 나만 금메달이 하나”라며 웃었다. 이들은 “서로 코가 꿰여 시작한 심사이지만 이제는 이 무렵 부산행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제주 불교방송 국장을 맡아 현지에 정착한 문 시인은 제주, 김 작가와 변 작가는 각각 경기 고양시와 강원 강릉시에서 부산으로 향한다. 변 작가는 “젊을 때는 약속하지 않아도 저녁 무렵이면 어느새 한 자리에 있었지만 지금은 어렵다”며 “그래서 내년, 내후년 부산행이 벌써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심사도 글에 대한 평가에 앞서 배움이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이들의 말이다. 김 작가는 “글로는 잘 다듬어지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읽다보면 울컥할 때가 많다”고, 문 시인은 “아이들의 시 자체가 때가 묻지 않은, 천진불(天眞佛)”이라고 했다.부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12 11:50
‘천년고찰’ 통도사, 진신사리가 2곳에 있다는데…부처의 진신사리가 있어 불보사찰(佛寶寺刹)로 불리는 경남 양산의 영축총림 통도사. 이 사찰은 646년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이래 14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켜왔다. 201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최근 출간된 ‘한 권으로 읽는 통도사’(담앤북스·사진)는 천년고찰의 비밀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진신사리는 사찰 내 금강계단뿐 아니라 한 곳에 더 있다. 1992년 복원한 사자목 오층석탑이 그것인데, 여기에는 1000여 년에 걸친 사연이 있다. 삼성각 안에는 인도 스님의 진영(眞影)이 있다. 스님 3명 중 가운데 있는 이는 지공 스님으로 1328년 진신사리와 부처의 가사를 직접 참배하기 위해 인도에서 왔다고 한다. 극락보전과 응진전 옆에는 호혈석(虎血石)이 있다. 호랑이의 혈기를 제압하기 위해 붉은 반석 2개를 마당에 둔 것이다. 옛적에 한 스님을 짝사랑하던 처녀가 죽어 호랑이로 변해서 그 스님을 물어갔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이 책은 창건 기록을 시작으로 통도사의 전각, 불화, 위대한 고승, 영축총림의 일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코너는 미처 알지 못했거나 짚고 넘어가야 할 재미있는 이야기가 정리돼 있다. 각 장마다 배치된 QR코드로 통도사에 접속하면 관련 동영상을 볼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09 03:00
‘노래하는 포교사’→‘시인 스님’… “詩로 ‘내 안의 나’ 위로”충남 서산시 서광사에서 2일 만난 도신 스님(60)은 부처의 옆모습을 닮은 캐릭터를 그리고 글을 써주며 한 권의 시집을 건넸다. ‘노래하는 스님’으로 알려진 그가 올해 5월 출간한 첫 시집 ‘웃는 연습’이다. 그런데 저자의 이름은 도신이 아니라 8세 때 출가한 그의 속명(俗名) 박금성이다.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에는 이런 글이 있다. ‘날개 잃은 매미/앉아 울 수 있는/나무가 되어주신 당신께/목청 돋웁니다.’ ―매미와 나무는 누구인가. “매미는 나다. 나무는 부처님일 수도 있고, 내 이야기와 노래, 시를 들어주는 모든 분들이기도 하다.” ―요즘 노래는 부르지 않나. “1년에 한두 번 여는 산사음악회를 빼면 2012년 6집을 낸 뒤 무대에 서지 않는다. 나이가 있어 소리도 안 나오고, 노래는 아무래도 감정을 많이 넣어야 해서 부담스럽다.” ―시집에 속명과 비슷한 금자, 금순이라는 이름이 여러 번 나온다. “내 밑으로 금자, 마리아, 젖먹이였던 금순까지 세 여동생이 있었다. 살면서 계속 찾았지만 다시 볼 수 없었다.” 차를 따라 주던 그는 과거의 사연을 노래처럼 시처럼 이어갔다. 인천에 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충남 예산군 수덕사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덕숭총림 2대 방장을 지낸 벽초 스님(1899∼1986)을 시봉했고 조계종 제31대 총무원장인 법장 스님(1941∼2005)을 은사로 모셨다. 1979년 ‘걸레 스님’을 자처하며 화가로 활동했던 중광 스님(1934∼2002)을 만나 그림을, ‘울고 싶어라’의 가수 이남이, 신중현에게 노래를 각각 배웠다. ―중광 스님과는 어떻게 만났나. “수덕사 매표소 밑에서 승복을 입은 채 ‘한 오백년’이나 나훈아, 조미미의 노래를 부르고 있던 시절이다. 중광 스님이 다가와 ‘은사가 누구냐? 노래 잘 부른다. 나랑 같이 가자’고 하더라. 이후 먹을 갈아드리며 10년 그림 수발을 했다. 이남이 선생이 중광 스님의 머리 기른 제자, 유발상좌여서 노래도 배웠다.” ―은사인 법장 스님이 흔쾌히 허락했나. “기타가 많이 부서졌다. 하라는 중노릇을 안 배우고, 용돈 주면 기타와 악보를 사고 뒷산에서 노래나 했으니…. 중광 스님과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결국 허락이 떨어졌다.” ―그때 그림과 노래 실력을 쌓은 건가. “그림은 ‘서당 개 3년 풍월’이라고 흉내만 내는 수준이다. 노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노래를 통해 동생들과 어머니를 찾고 싶었는데 아무도 찾지 못했다. 노래도 그만두려고 했는데 듣는 분들이 좋아해 가사만 바꿔 노래하는 포교사 역할을 하려고 했다.” ―이제는 ‘시인 스님’이 됐다. “2018년 시인으로 등단했고 뒤늦게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노래는 리듬 음정 강약뿐 아니라 감성에 묶여 있어 그게 힘들더라. 시는 좀 더 자유로운 편이다. 시를 쓰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니, 내면에 원망과 눈물이 아직도 남아 있더라. 첫 시집을 내면서 ‘내 안의 박금성’을 많이 위로하며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3월 종단의 사법부 격인 초심 호계원장을 맡았다. “은사께서 열반한 뒤 조언해 주는 분이 없는 게 살면서 가장 아쉽더라. 당사자들도 납득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초심 호계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무엇을 하기보다는 안 하는, ‘쉬는 공부’를 배우려고 한다. 모든 인연과 생사 문제와 관련해 괴롭지 않은 내가 되기 위한 마음공부다.”서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06 03:00
“노래보다 자유로운 시…시를 쓰며 어린 시절 원망과 눈물 치유했죠”2일 충남 서산시 서광사에서 만난 도신 스님(60)은 부처의 옆모습을 닮은 캐릭터와 글을 써주며 한 권의 시집을 건넸다. ‘노래하는 스님’으로 알려진 그의 첫 시집 ‘웃는 연습’이다. 그런데 저자의 이름은 도신이 아니라 8세 때 출가한 그의 속명(俗名) 박금성이다.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에는 이런 글이 있다. ‘날개 잃은 매미/앉아 울 수 있는/나무가 되어주신 당신께/목청 돋웁니다.’ ―매미와 나무는 누구인가? “-매미는 나다. 나무는 부처님일 수도 있고, 내 이야기와 노래, 시를 들어주는 모든 분들이기도 하다.” ―요즘 노래는 부르지 않나. “1년 한두 번 여는 산사음악회를 빼면, 2012년 6집을 낸 뒤 무대에 서지 않는다. 나이가 있어 소리도 안 나오고, 노래는 아무래도 감정을 많이 넣어야 해서 부담스럽다.” ―시집에 속명과 비슷한 금자, 금순이라는 이름이 여러 번 나온다. “내 밑으로 금자, 마리아, 젖먹이였던 금순 세 여동생이 있었다. 살면서 계속 찾았지만 다시 볼 수 없었다.” 차를 따라주던 그는 과거의 사연을 노래처럼 시처럼 이어갔다. 인천에 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충남 예산군 수덕사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덕숭총림 2대 방장을 지낸 벽초 스님(1899~1986)을 시봉했고 조계종 제31대 총무원장인 법장 스님(1941~2005)을 은사로 모셨다. 1979년 ‘걸레 스님’을 자처하며 화가로 활동했던 중광 스님(1934~2002)을 만나 그림을 , ‘울고 싶어라’의 가수 이남이, 신중현에게 노래를 배웠다. ―중광 스님과는 어떻게 만났나. “수덕사 매표소 밑에서 승복을 입은 채 ‘한 오백년’이나 나훈아 조미미의 노래를 부르고 있던 시절이다. 중광 스님이 다가와 ‘은사가 누구냐? 노래 잘 부른다. 나랑 같이 가자’고 하더라. 이후 먹을 갈아드리며 10년 그림 수발을 했다. 이남이 선생이 중광 스님의 머리 기른 제자, 유발상좌여서 노래도 배웠다.” ―은사인 법장 스님이 흔쾌히 허락했나. “기타 많이 부서졌다. 하라는 중노릇을 안 배우고, 용돈 주면 기타와 악보를 사고 뒷산에서 노래나 했으니…. 중광 스님과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허락이 떨어졌다.” ―그때 그림과 노래 실력을 쌓은 건가. “그림은 ‘서당개 3년 풍월’이라고 흉내만 내는 수준이다. 노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노래를 통해 동생들과 엄마를 찾고 싶었는데 아무도 찾지 못했다. 노래도 그만 두려고 했는데 듣는 분들이 좋아해 가사만 바꿔 노래하는 포교사 역할을 하려고 했다.” ―이제는 ‘시인 스님’ 됐다. “2018년 시인으로 등단했고 뒤늦게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노래는 리듬 음정 강약 뿐 아니라 감성에 묶여 있어 그게 힘들더라. 시는 좀 더 자유로운 편이다. 시를 쓰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니, 내면에 원망과 눈물이 아직도 남아 있더라. 첫 시집을 내면서 ‘내 안의 박금성’을 많이 위로하며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둑도 아마 5단 수준이라던데…. “어릴 때 노스님들 곁에서 배웠다. 2010년 바둑 템플 스테이를 열어 인기를 끌었고, 김인 국수나 조훈현 유창혁 목진석 양상국 최정 사범 등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 ―지난 3월 종단의 사법부 격인 초심 호계원장을 맡았다. “은사 열반한 뒤 조언해 주는 분이 없는 게 살면서 가장 아쉽더라. 당사자들도 납득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초심 호계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을 하기보다는 안하는, ‘쉬는 공부’를 배우려고 한다. 모든 인연과 생사(生死) 문제와 관련해 괴롭지 않은 내가 되기 위한 마음 심(心) 공부다.”서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05 12:21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나눔과 헌신’ 기리는 행사 줄잇는다‘바보 성자’ ‘우리 시대의 마지막 어른’으로 불렸던 고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 6일(음력 5월 8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1922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 추기경은 한국인 첫 추기경으로 대구대교구에서 사제로 활동한 데 이어 마산교구장과 서울대교구장을 지냈다. 2009년 “서로 사랑하며 살라”는 말을 남긴 채 선종한 김 추기경 빈소에는 조문객 38만여 명이 몰렸다. 평생에 걸친 나눔과 헌신은 물론이고 격동의 현대사에서 신앙과 인권, 민주주의의 수호자였던 김 추기경의 오랜 노고에 대한 국민적 배웅이었다. 서울대교구와 대구대교구는 김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를 거행한다. 서울대교구는 5일 낮 12시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한다. 미사 후에는 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 시비’ 축복식이 진행된다. 시비에는 정호승 시인의 ‘명동성당’ 시를 한글, 영문으로 새겼다. 시비를 만든 자재 대부분은 명동 1단계 공사에서 발굴된 석재를 활용했다. 대구대교구는 6일 오전 11시 대구 성모당에서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같은 날 오후 3시 경북 군위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에서 장신호 주교 주례로 각각 미사를 올린다. 서울대교구 대변인이자 홍보위원회 부위원장인 허영엽 신부는 5월 31일 “김수환 추기경님은 세상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을 선포하며 그 삶을 실제로 증거했던 분”이라며 “우리와 함께하셨던 김 추기경님께 감사드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은 시대와 사상 등 모든 것을 초월해 그분의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며 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교회에서 성성(聖性)이나 순교로 인해 이름 높은 자에게 복자(福者)라는 칭호를 주는 김 추기경 시복(諡福) 청원 운동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올 5월 “올해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22년도 춘계 상임위원회에서 김 추기경에 대한 시복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시복 청원 분위기가 조성되면 한국교회사연구소를 통해 정순택 대주교에게 건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 추기경을 기억하는 문화행사도 이어진다. 서울가톨릭연극협회는 김 추기경의 생애를 담은 연극 ‘추기경 김수환’을 서울 서강대 메리홀(1∼10일)과 대구 범어대성당 드망즈홀(14, 15일)에서 공연한다. ‘탄생 100주년 기념 김수환 추기경 사진전’도 7월 13∼19일 대구 범어대성당 드망즈갤러리, 같은 달 20∼31일 경북 군위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에서 열린다. 이번 사진전은 최근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열린 전시에 이어지는 것으로 미공개 사진 50여 점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서연준 작가가 1984∼1988년 촬영한 사진들로 부활절과 성탄절 미사는 물론이고 1986년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참석한 구국미사, 개별 성당 축성식 장면 등을 한지에 프린트했다. 서 작가는 “교구와 관계없이 추기경님 모습을 담고 싶어 주보에 실린 일정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다”며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살짝 미소 짓거나 한국 교회와 사회를 위해 고민이 많은 듯 오랫동안 이어지던 추기경님의 묵상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01 03:00
“추기경은 승진-영예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추기경이라는 자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승진이나 영예가 아니라 교회를 위해 더 많이 봉사하도록 부름 받은 자리입니다.” 한국인으로 네 번째 추기경에 서임된 유흥식 대주교(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사진)는 지난달 30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의 국제전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유 대주교는 “교황님을 잘 보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교계는 물론 타 종교계의 축하도 이어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나는 세상의 빛이다’라는 추기경님의 사목표어처럼 어려운 지역교회에 빛이 돼주시고,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주시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31일 성명을 통해 축하하며 “종교 간 화합과 인류 평화에 기여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제전화를 통해 “한국인으로서 첫 번째 교황청 장관 출신 추기경이 탄생했다는 점은 한국 천주교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세계 가톨릭교회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유 대주교는 “크로아티아에서 업무를 보던 중 교황청으로부터 추기경 서임 연락을 예고 없이 받았다”며 “순교자의 피로 일군 한국 천주교와 대한민국의 위상 덕분”이라고 화답했다. 신임 추기경 21명의 서임식을 겸한 교황 주재 추기경 회의는 8월 27일 바티칸에서 열릴 예정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6-01 03:00
유흥식 교황청장관, 한국 4번째 추기경유흥식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겸 대주교(71·사진)가 한국의 네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지 약 11개월 만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현지 시간) 바티칸 사도궁에서 유 대주교를 포함한 신임 추기경 21명을 발표했다. 유 대주교는 선종한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 지난해 은퇴한 염수정 추기경에 이은 한국의 네 번째 추기경이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대주교는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후 현지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대전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지냈으며 2003년 주교품을 받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이 지내는 소수의 한국인 성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실제 그는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이끌어냈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6월 전 세계 사제 및 부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발탁돼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가톨릭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유 대주교의 능력과 서구 중심의 가톨릭 인맥에서 벗어나 개혁을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중이 들어간 파격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가는 최고위 성직자로 교황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갖는다. 특히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비밀 교황 선출회의인 콘클라베에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유 대주교뿐 아니라 은퇴한 상태의 염 추기경도 올해 79세로 참석할 수 있다. 유 추기경의 서임식은 8월 27일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다. 유흥식 추기경, 백신기부운동으로 교황 신임… 첫 방한 이끌기도 한국 ‘네 번째 추기경’ 서임작년 김대건 신부 200주년 미사 주례 “교황 방북-남북교류 활기 띨 수도”추기경은 교황 보좌 최고위 성직자80세 미만은 교황 선출-피선거권도… 신자들 “김수환 추기경처럼 됐으면” 한국 가톨릭이 유흥식 대주교(71)의 추기경 임명으로 또 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6월 전 세계 사제들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고 주교들을 지원하는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다. 240년 한국 가톨릭 역사는 물론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첫 사례였다. 염수정 추기경(79)이 지난해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나 은퇴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직으로는 유 대주교가 유일하다. 유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은 시간문제였다.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省) 장관은 관례상 추기경 좌(座)로 분류돼 있어 추기경 서임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종교행사에 대한 우려가 많아 임명이 늦춰졌다는 후문이다. 유 대주교가 교구장을 지낸 대전교구 측은 “교구 사제와 신자들이 전임 교구장님의 추기경 서임을 위해 많은 기도를 올렸다”며 “네 번째 추기경 탄생은 성직자성 장관 임명에 이어 한국 가톨릭의 경사”라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 임명 이후 한국 가톨릭교회와 교황청의 소통은 물론 코로나19 백신 기부 운동을 뒷받침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8월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국 교회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를 주례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대건 신부에게 봉헌되는 미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백신 기부와 관련해 “주교님들께서 아낌없이 보여주신 사랑과 형제애에 저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다”면서 “한국 지역교회의 모든 신자를 품에 안으며, 저의 진심 어린 애정과 영적 친밀감을 전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이끌어낸 이도 유 대주교였다. 당시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요청한 그의 서한을 계기로 교황 방한이 이뤄졌다. 교황 방한을 앞두고 바티칸에서 열린 요한 23세 및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시성식에서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40분간 단독 면담하며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교회법에 따르면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성직자 지위다. 교황을 보필해 교회를 원활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해 교황의 최고위 보좌관으로도 불린다. 전 세계 추기경이 소속된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교황 유고 시 콘클라베(교황 선출 투표)에 참석하며 교황으로 선출되는 피선거권도 있다. 유 추기경뿐 아니라 지난해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나며 은퇴한 염수정 추기경도 80세 미만이어서 참석할 수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측은 “이번 임명을 통해 유흥식 대주교가 성직자성 장관에 어울리는 명실상부한 지위와 명예를 갖게 됐다”며 “유 대주교가 한국 교회는 물론 세계가톨릭 교회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계의 한 신부는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과 남북 교회의 교류에 힘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며 “유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이 다양한 남북 교류 사업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소식이 전해진 29일 오후 9시경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는 이날 마지막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150여 명의 신자가 모였다. 미사를 마친 신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유 대주교의 서임을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백지우 씨(39)는 “갑작스럽게 임명 소식을 들어서 놀랐지만 크게 축하할 일이다. 약자 편에 서는 추기경이 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옥 씨(68)는 “김수환 추기경처럼 검소한 추기경이 되시면 좋겠다. 평화와 사랑 등 추기경이 지녀야 할 가치도 잘 실현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김학렬 씨(50)는 “추기경이 한 분 더 나오신 만큼 우리나라 천주교의 위상이 높아질 것 같다”며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두 분이 추기경 일을 잘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2022-05-30 03:00
[책의 향기]키보드론 쓸 수 없는, 당신만의 글씨“뭐든 손이 닿는 대로 잡고 썼다. 적십자 종이, 호텔에서 제공되는 종이, 선박에 비치된 종이, 주변이 있는 종이에다가, 주로 연필로.”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글쓰기 습관을 묘사한 책의 일부다. 연극 ‘관객모독’으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는 일기장을 늘 가지고 다녔는데, 그는 이것을 저널이라고 불렀다. 이 책은 이제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힘들어진 손글씨를 다뤘다. 저자는 이탈리아 캘리그래퍼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제목 디자인, 이탈리아 토리노 겨울올림픽의 테마 서체 디자인을 맡았다. 그의 소소한 경험은 물론이고 시대적 변화에 따라 달라진 손글씨의 운명을 저자의 쉬운 필체로 접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 시대 손글씨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저자는 손글씨의 역사를 비롯해 손글씨가 신체와 뇌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더 주목받는 효과를 언급하며 그 가치는 여전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인으로부터 산타클로스의 사인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지인의 여섯 살 아들이 세상에 산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증거로 사진이 아닌 사인을 요구한 것이다. 연필을 제대로 쥐는 법도 모르는 아이들이 늘고 있지만 손글씨를 배우는 강좌와 책, 문구용품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손글씨는 ‘나를 온전하게 하는 사소한 행위’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5-28 03:00
새문안교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 개최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담임목사 이상학)는 28, 29일 4층 대예배실에서 제13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 심포지엄은 미국 장로교 선교사였던 언더우드(1859∼1916)의 선교 열정과 헌신을 기념해 매년 열렸으나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다. 이번 행사는 새문안교회를 비롯해 언더우드 선교사가 개척한 21개 교회 연합모임인 ‘언더우드 자매교회 협의회’가 주최한다. 세계적인 기독교 역사학자 존 코클리 미국 뉴브런즈윅신학교 석좌교수(사진)가 심포지엄 주 강사를 맡았다. 그는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와 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교회사 분야의 권위자로, 저서 ‘세계 그리스도교 역사’는 북미 지역 신학대학원들에서 역사신학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새문안교회에 따르면 그는 강연에서 팔레스타인, 유럽, 북미 중심의 기독교 서사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새로운 기독교 역사의 틀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담임목사는 “이번 심포지엄은 현재 한국 기독교의 역사와 흐름, 한국 선교의 방향성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올해 새문안교회 설립 135주년을 맞아 국내 신학교의 석·박사 졸업논문 중 우수논문을 선정해 ‘언더우드 논문상’을 수여할 예정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5-25 03:00
“제주불교 개척 봉려관 스님, 어느 그릇에도 담아낼 물같은 존재”제주 불교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비구니로 근대 제주불교의 개척자이자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에 나선 안봉려관(安蓬廬觀·1865∼1938) 스님이다. 1907년 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유장 스님을 은사로, 청봉 스님을 계사로 출가했다. 1909년 제주 관음사를 창건한 데 이어 법화사, 불탑사, 법정사, 월성사, 백련사를 중창하거나 창건했다. 1918년 ‘법정사 항일운동’에서도 활동가를 양성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봉려관 스님의 유지를 기리는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혜달 스님(59)을 19일 제주 관음정사에서 만났다. 혜달 스님은 경기 수원시 봉녕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대만국립사범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봉려관 스님 이전에 제주 불교의 모습은 어떠했나. “알려진 대로 제주도는 바다와 접하고 한라산이 있어 토속신앙의 영향력이 강했다. 나무로 된 불상은 태우고 철 불상은 바다에 빠뜨렸다고 한다. 육지의 스님들이 왕래하고 신자들은 존재했지만 종교로서의 불교는 유명무실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비구니 스님이 사찰을 창건하는 데 어려움이 컸을 것 같다. “스님이 나오면 집안이 망한다는 분위기였다. 봉려관 스님도 포교를 위해 여러 곳에 움막을 지었지만 불이 나서 한라산으로 몸을 숨겨야 했다. 그런 어려움에도 수행처와 포교 요충지에 여러 사찰을 세웠다.” ―봉려관 스님은 어떤 과정을 통해 항일운동에 나섰나. “1909년 의병들의 참사를 목격한 뒤 항일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1911년 법정사를 창건하는데 그곳은 일반인이 출입하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독립운동가들의 은신처이자 훈련 장소였다. 그곳에 항일 의지가 있는 이들을 보내고 거사에 활동자금을 지원했다는 증언이 있다.” ―같은 여성이자 비구니로서 봉려관 스님의 삶을 어떻게 보나. “수행자이자 독립운동가, 여성운동가…. 그분의 삶은 어느 그릇에도 담아낼 수 있는 물과 같은 것이었다.” ―현재 조계종 출가자 중 절반 이상이 비구니다. 하지만 불교사에서 여성 수행자의 삶은 거의 조명되지 않고 있다. “묘엄 스님(1931∼2011)은 생전 비구니들이 배우고 노력한 만큼 거두지 못한다며 자주 아쉬워했다.” ―묘엄 스님은 청담 스님의 딸로 현대 한국불교 최초의 비구니 강사다. 어떤 인연이 있나. “묘엄 스님이 제가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를 제대로 갚지 못해 항상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다. 근대 제주 불교사를 제대로 정리하는 게 빚을 갚는 길인 것 같다.” ―봉려관 스님과 관련해 향후 어떤 계획이 있나. “그분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 세미나가 올해 3회째 개최됐고, 8월 불교방송 BTN에서 다큐멘터리가 방영된다. 봉려관 스님의 삶은 왜곡하거나 과장할 필요가 없다. 팩트만 그대로 전해도 제주뿐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 알려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제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5-23 03:00
신흥사 향성선원, 무문관으로 재개원대한불교조계종 신흥사(강원 속초시)가 15일 하안거 결제일(여름 수행을 맺는 날)에 맞춰 향성선원(사진)을 무문관(無門關)으로 재개원한다고 밝혔다. 무문관 수행은 독방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최소한의 음식을 제공받으며 용맹 정진하는 혹독한 수행법이다. 앞서 1998년 조실이던 무산 스님(1932∼2018)이 신흥사 말사(末寺)인 백담사에 무문관 무금선원을 개원했다. 무산 스님은 속명이자 필명인 오현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신흥사 회주 우송 스님은 무산 스님의 뜻을 이어 향성선원을 무문관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신흥사는 백담사에 이어 본사에도 무문관을 두는 폐문 수행의 전통을 잇게 됐다. 우송 스님은 3년에 걸친 향성선원 보수불사를 마친 뒤 하안거 3개월 동안 수좌들과 함께 무문관 수행에 들어갔다. 신흥사는 “말사인 양양 진전사는 조계종 종조(宗祖)인 도의 국사의 주석처”라며 “향성선원 무문관은 1300여 년 전 중국 남종선을 한반도에 처음 전한 도의 국사의 설악산문 선맥 전통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우송 스님은 폐문 수행에 앞서 “무문관을 통해 제2, 제3의 도의 국사와 무산 스님이 나올 수 있도록 본사와 말사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5-18 03:00
종교계, ‘코로나 그늘’ 속 활로찾기 잰걸음지난달 30일 서울 도심을 화려하게 수놓은 연등행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뒤 종교계의 일상 복귀를 알리는 상징적 행사였다. 3년 만에 재개된 이 행사에서 스님과 불자들의 행렬은 흥인지문부터 조계사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에 앞서 4월 17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도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인 8000여 명이 참석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종교계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전면해제 조치에 따라 대면 행사를 재개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교계에 남긴 그늘은 심각하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지난달 펴낸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1’에 따르면 지난해 일요일 미사 참여율은 전체 신자 대비 8.8%로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보다 1.5%포인트 감소했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절반에 불과하다. 개신교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과 일부 목회자의 정치적 행보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전후 한국 교회 호감도 변화’에 관한 교계의 한 조사에서 절반 넘는 응답자(52.6%)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매우 나빠졌다’가 35.9%, ‘약간 나빠졌다’가 16.7%였다. ‘좋아졌다’는 3.4%에 불과했다. 불교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기적인 일요법회가 정착되지 않아 신행과 관련한 통계 작성도 쉽지 않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고령의 신도가 많아 온라인 법회에 참여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며 “대부분의 사찰이 코로나19로 사실상 산문(山門) 폐쇄에 가까운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종교계는 성공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온라인 활동에 익숙해진 신자들의 복귀와 젊은층 끌어들이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올라인(all line)’이 관건이다. 수도권 교회의 한 목회자는 “교회 차원에서 ‘집 나간 양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온라인 활동을 시작으로 소모임을 열고 다시 현장 예배에 참석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탈종교 시대 비종교인 비율이 늘고 신자들은 고령화하고 있다”며 “평신도들이 교회 안에서 역할을 수행할 제도적 차원의 배려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포교와 선교의 출발점인 성직자 감소에 대한 대책 마련은 종교계 모두의 과제다. 조계종은 2016년 은퇴 출가제도(50세 미만이었던 출가 연령을 65세로 확대)를 도입한 데 이어 청소년 출가제도로 출가자 모집에 나섰다. 최근 불교계 주요 신문을 통해 출가 안내 광고까지 했고, 유튜브에 출가 채널을 개설해 수행자의 삶을 공개하고 있다. 문화예술법인 쿠무다 이사장인 주석 스님(대한불교조계종 대운사 주지)은 “사회 현상은 변하지만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며 “최근 2030세대의 출가가 늘고 있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5-17 03:00
[책의 향기]코로나19는 우리 뇌에 어떤 흔적을 남겼나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앓았다. 코로나 환자 상당수는 피로감이나 수면장애, 건망증이 생겼고 완치되더라도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책은 코로나19가 우리 뇌와 일상에 미친 변화를 다뤘다. 책 상당 부분이 코로나에 대한 궁금증과 논란을 질문 및 답변 형식으로 다룬다. ‘코로나에 걸리면 뇌가 손상될까’와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코로나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머릿속이 멍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증상은 코로나의 대표적인 후유증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완치자를 대상으로 도형 퍼즐, 기억과 논리추론 등의 테스트를 한 결과 이들은 감염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점수가 낮았다. 이와 관련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일종의 고립은 기억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남극기지에서 14개월간 고립된 채 지낸 극지 탐험가들의 경우 기억력과 관련된 해마의 크기가 약 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 저자는 “많은 연구자가 코로나 팬데믹을 두고 인류를 대상으로 한 ‘사상 최대의 사회적 고립 실험’이라고 표현한다”며 “그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 실험의 현주소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2022-05-14 03:00
기사통계
1,614건 최근 30일 간13건
주요 취재분야레이어보기
  • 종교
    34%
  • 문학/출판
    27%
  • 문화 일반
    23%
  • 인사일반
    7%
  • 역사
    3%
  • 미술
    3%
  • 칼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