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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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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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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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버랜드, 자연농원의 초심을 되새기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는 1976년 4월 17일 용인자연농원에 나무를 심는 것으로 시작됐다. 자연농원에는 밤나무, 사과나무, 복숭아나무 같은 과일나무가 있었고 동물원에는 사슴과 멧돼지를 비롯한 여러 동물이 있었다. 이후 1996년 3월 개장 20주년을 맞아 에버랜드로 이름을 바꿨다.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어트랙션’뿐 아니라 여름에 파도 풀(pool)을 즐길 수 있는 캐리비안베이, 모터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스피드웨이로 영역을 넓혀 나갔다. 2008년에는 목재 롤러코스터인 ‘T익스프레스’가 등장했고 2016년에는 판다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들여오면서 그들의 새끼인 푸바오와 루이바오, 후이바오까지 인기 최고인 ‘판다월드’가 개장했다. 이렇게 많은 볼거리와 놀거리가 있지만 ‘세계 유수의 테마파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에버랜드만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하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에버랜드는 다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 “에버랜드는 놀이동산 측면에서는 디즈니랜드와 경쟁할 수는 없고, 콘텐츠 면에서는 유니버설스튜디오처럼 되긴 힘듭니다. 그러나 이런 테마파크와 달리 에버랜드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유산이 있습니다. 바로 자연농원 시절부터 가꿔온 오래된 정원입니다. 해외에서 온 테마파크 관계자들도 에버랜드의 멋진 숲과 정원을 보고 감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배택영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문 부사장) 에버랜드가 자연농원의 초심을 되돌아보게 된 것은 국내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정원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2019년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자연에서 휴식과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는 ‘숲캉스’가 유행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성인 인구의 78%인 3229만 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숲길을 체험한다. 에버랜드에는 5대 정원이 있다. 1976년 개장 때부터 이어 온 포시즌스가든과 장미원 같은 헤리티지 정원부터 뮤직가든(2016년) 하늘정원길(2019년) 포레스트캠프(2019년) 등 저마다 테마를 가진 정원이다. 에버랜드는 그동안 배경처럼 여겨지던 정원을 별도 주인공으로 키워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달 15일부터 보름여 간 1만여 명이 정원만 관람하는 단독 상품을 이용했다. 5대 정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늘정원길이다. 연면적 약 3만 ㎡(약 9100평) 규모로 에버랜드에서 가장 넓은 하늘정원길은 수도권 최초로 매화를 테마로 하는 정원이다. 총연장 1km 관람로를 따라 만첩홍매, 율곡매, 용유매를 비롯해 13개 품종 700여 그루 매화나무와 수선화, 튤립, 꽃잔디같이 다양한 초화(草花)류를 감상할 수 있다. 에버랜드의 대표적인 쇼(show) 가든인 포시즌스가든은 100여 종, 약 120만 송이 봄꽃과 함께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같은 일본 산리오캐릭터스와 협업한 야외 테마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또 장미원에는 다음 달 17일부터 720개 품종, 약 300만 송이 장미가 피어나는 장미축제가 펼쳐진다. 1985년 시작한 에버랜드 장미 축제는 국내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벤치마킹해 열고 있는 70여 개 꽃 축제의 효시가 됐다. 뮤직가든에서는 클래식 명곡이 흐르는 길이 370m 정원 산책로를 거닐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하모니트리’라는 이름의 160년 된 느티나무를 비롯해 산수유(수령 110년) 팽나무(80년)를 비롯한 고목들이 자태를 뽐낸다. 가을에는 국내에서 가장 긴 ‘은행나무 단풍숲길’을 걸을 수 있는 포레스트캠프가 인기다. 또한 에버랜드 호암미술관의 한국 전통 정원인 ‘희원(熙園)’에는 호암미술관이 수집한 신라시대 석탑과 불상, 장승, 석등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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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버랜드가 ‘용인 자연농원’의 초심을 떠올린 이유[전승훈의 아트로드]

    용인 에버랜드는 1976년 4월17일 용인자연농원에 나무를 심는 것으로 시작됐다. 자연농원에는 밤나무, 사과나무, 복숭아 나무 등의 과일나무가 있었고, 동물원에는 사슴과 멧돼지 등이 있었다. 이후 1996년 3월 개장 20주년을 맞아 에버랜드로 이름을 바꿨다.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어트랙션 뿐 아니라 여름에 파도풀을 즐길 수 있는 캐리비안베이, 모터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스피드웨이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2008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든 롤러코스터인 T익스프레스가 등장했고, 2016년에는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들여오면서 판다를 직접 볼 수 있는 판다월드가 개장했다. 또한 숙박시설인 ‘홈브리지’, 퍼블릭 골프장 ‘글렌로스’가 자리잡고 있고, 호암미술관 삼성교통박물관도 리조트 안에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볼거리와 놀거리가 있지만, 전 세계 테마파크와 경쟁할 수 있는 에버랜드 만의 정체성은 무엇일까하고 꼽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그런데 에버랜드 측은 다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방향에서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 “에버랜드는 놀이동산 측면에서는 디즈니랜드와 경쟁할 순 없고, 콘텐츠 면에서는 유니버설스튜디오처럼 되긴 힘듭니다. 그러나 이런 테마파크와 달리 에버랜드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유산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연농원 시절부터 가꿔온 오래된 정원입니다. 해외에서 온 테마파크 관계자들도 에버랜드의 숲과 정원을 보고 감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배택영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문 부사장) 에버랜드가 다시 ‘자연농원’의 초심을 되돌아보게 된 것은 국내에서 점점 커지는 정원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산림청에서 2012년부터 도심 숲 양성과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2019년 코로나 이후 자연 속에서 건강과 휴식, 힐링을 경험하는 문화가 조명을 받으며 ‘숲캉스’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 중 78%인 3229만 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숲길을 체험한다고 한다. 지난해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는 7개월간 980여만 명이 방문했다. 순천의 성공 이후 전국 각 지자체의 관광정책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정원도시’다. 에버랜드에는 5대 정원이 있다. 1976년 개장 초기부터 이어 온 포시즌스가든, 장미원 등의 헤리티지 정원부터 뮤직가든(2016년), 하늘정원길(2019년), 포레스트캠프(2019년) 등 저마다의 테마를 가진 정원이다. 에버랜드는 그동안 이러한 정원을 놀이기구와 캐리비안베이, 스피드웨이, 판다월드 등 리조트를 구성하는 배경처럼 생각했지만, 이제는 정원을 별도의 주인공으로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젊은이들처럼 짜릿하고 스릴넘치는 놀이기구는 타고 싶지 않지만, 계절마다 끊임없이 피어나는 꽃을 감상하고 싶어하는 중장년층 관람객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놀이기구 리조트 입장권을 끊지 않고, 정원만 감상할 수 있는 티켓도 별도로 마련했더니 관람객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요즘에는 MZ세대 젊은층 커플도 인증샷 사진을 찍기 위해 정원을 많이 찾습니다.”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 실제로 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보름여간 약 1만 명이 정원 관람 단독 상품을 이용했으며, 매화가 절정인 3월말 방문객 중 약 90%가 만족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5대 정원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늘정원길이다. 약 3만㎡ 규모로 에버랜드 내 최대 크기인 하늘정원길은 지난 2019년 오픈한 수도권 최초의 매화 테마정원이다. 약 1km로 이어지는 관람로를 따라 만첩홍매, 율곡매, 용유매 등 13개 품종 700여 그루의 매화나무와 수선화, 튤립, 꽃잔디 등 다양한 초화류를 감상할 수 있다. 해발 210m 높이 전망대는 꽃과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에버랜드 최고의 전망으로 꼽힌다. 하늘정원길의 맨 아래쪽 연못에는 거대한 수양벚나무 2그루의 축 늘어진 가지에서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장관을 보여준다. 4~5월에 가장 화려한 정원은 ‘포시즌스 가든’이다. 계절마다 지속적으로 새롭게 꾸며지는 쇼가든이다. 봄 계절인 현재는 튤립, 수선화 등 100여 종 약 120만 송이의 봄꽃과 함께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등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한 야외 테마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약 1만 ㎡규모의 포시즌스 가든에는 중앙의 분수대를 중심으로 여름에는 바나나, 열대식물, 가을에는 메리골드, 코스모스, 겨울에는 상록수, 억새류 등 각 계절을 대표하는 꽃과 식물들이 가득 채운다. 에버랜드 중앙 지역에 위치한 ‘뮤직가든’은 음악과 식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정원이다. 뮤직가든에서는 하모니트리라는 이름의 160년생 느티나무를 비롯해 산수유(110년), 팽나무(80년) 등 수십 주의 고목들이 자태를 뽐낸다. 세계 클래식 명곡과 에버랜드가 특별 제작한 뮤직가든 테마송 등이 흐르는 370미터의 산책로를 사색할 수 있다. ​​​ 에버랜드 장미원에는 5월 17일부터 720품종 약 300만 송이 장미가 피어나는 장미축제가 펼쳐진다. 1985년 국내 최초의 꽃 축제로 시작한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그 동안 국내 주요 기업,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한 70여 개 꽃 축제의 효시가 된 축제다. 에버랜드 장미원은 지난 2022년 호주에서 열린 세계장미컨벤션에서 세계 최고의 장미 정원에 수여되는 ‘어워드 오브 가든 엑설런스(Award of garden Excellence)’를 국내 최초로 수상했다. 가을에는 국내 최장 은행나무 단풍숲길을 걸을 수 있는 포레스트캠프가 인기다. 또한 에버랜드 호암미술관의 한국 전통정원인 ‘희원’은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정원이다. 희원에는 호암미술관이 수집해온 신라시대의 석탑을 비롯해 석공들이 만들어 낸 불상, 장승, 석등이 뜰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희원 연못의 관음정과 어우러진 연못에는 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리 구슬 작품이 피어있고, 미술관 진입로 부근 호수 앞에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대한 거미 조각이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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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잘 늙은 절 한 채, 꽃비 내린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전북 전주를 둘러싸고 있는 완주는 한적한 농촌 마을이지만 문화도시로 각광받는 곳이다. 완주의 중심지 삼례는 조선 10대 간선도로에 드는 삼남대로에서 호남 해남로와 영남 통영로가 만나는 분기점이었다. 너른 들판에 새겨진 역사 문화의 길과 용과 봉황이 만나는 산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랜드마크 전망대가 곧 문을 여는 완주를 찾아가 보았다.●꽃비 내리는 화암사 완주 불명산 계곡에 숨어 있는 화암사는 비오는 날에 찾아가기 좋은 곳이다. 흐릿한 안개가 낀 계곡 길엔 크고 작은 폭포가 생겨난다. 계곡 길 그늘에는 푸른색 현호색(玄胡索)과 얼룩덜룩한 잎 위로 올라오는 얼레지, 노란색 복수초와 산괴불주머니 같은 야생화가 지천이다. 그중에서 현호색이란 낯선 이름의 야생화가 눈길을 끈다. 꽃 이름을 검색해 보니 라틴어 학명 코리달리스(corydalis)는 종달새라는 뜻이라고 한다. ‘왜 종달새를 닮았다는 거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됐다. 꿀주머니 끝부분이 새의 얼굴이고, 벌어진 꽃잎은 꽁지 부분이라고 생각하니 영락없는 종달새 모양이었다. 어린 새가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 같기도 하고, 봄날 청보리밭 위로 날아다니는 종달새 합창단이 지지배배 노래하고 있는 듯했다. 계곡 끝에 불명산 화암사(佛明山 花巖寺)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우화루(雨花樓)가 나타난다. 강원 고성에 있는 금강산 화암사는 벼 화(禾) 자를 쓴 ‘화암사(禾巖寺)’다. 절 뒷산에 벼를 베어 볏단을 차곡차곡 쌓은 모양의 바위(禾巖)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완주 화암사는 꽃바위(花巖)가 있나 보다. 화암사 정문에 서 있는 우화루는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할 때 하늘에서 흰 연꽃, 붉은 연꽃이 우화(꽃비)처럼 내렸다는 불경 말씀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우화루 2층 누각에는 창문이 나 있는데, 마침 비가 내려 창밖 나무에서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있다. 화암사 극락전에는 새벽에 저절로 울려 스님을 깨운다는 전설의 동종이 있고, 우화루에는 왕방울만 한 눈을 가진 목어가 달려 있다. 우화루 옆 작은 문에 달린 연꽃은 입소문 난 포토존이다. 역광이 들어오는 실루엣을 활용하면 근사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안도현 시인은 ‘화암사 내 사랑’이라는 시에서 ‘잘 늙은 절 한 채’라고 화암사를 표현했다. 적묵당(寂默堂) 마루에 앉아 네모진 마당을 바라보며 이 절이 늙어간 세월을 헤아려 본다. 안 시인은 마지막 구절에서는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로 끝맺었다. 어딘가에 숨겨두고 나 혼자만 가끔 찾아오고 싶은 절이란 뜻이리라.●역사와 문화가 만나는 길 완주 삼례읍에 있는 우석대에는 23층 대학본부 건물이 있다. 도심에서야 별거 아니지만 사방이 평야인데 홀로 우뚝 솟아 있으니 존재감이 대단하다. 25일 이 건물 옥상에 ‘W-SKY 23 문화전망대’가 문을 열 예정이다. 루프톱에 올라가 보니 실제 360도 방향으로 호남평야가 펼쳐진다. 완주 만경강 유역뿐 아니라 전주와 익산 도심 풍경, 정읍 갈재와 부안 내변산, 새만금 일원까지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또한 완주 마한 유적과 익산 왕궁리 유적, 동학 삼례광장 같은 역사 유적지도 펼쳐진다. 지역마다 랜드마크 전망대를 세우는 게 유행이지만 이렇게 시원하게 펼쳐진 지평선 위로 지는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창가에는 경치를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중앙무대 계단식 좌석에서는 100명이 둘러앉아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완주군은 수백억 원을 들여 랜드마크를 짓는 대신 이미 국내 대학 건물로는 최고 높이인 우석대 대학본부 옥상을 전망 시설로 변신시켰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관광을 위해 협력한 좋은 사례다. 전망대에서 봤던 모악산을 찾아가 봤다. 완주 전주 김제의 경계를 이루는 모악산은 봄 풍경이 아름다운 산이다. 정상에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의 바위가 있어 모악(母岳)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모악산 치마폭에 살포시 안겨 있는 전북도립미술관은 앞으로는 드넓은 구이 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현재 이 미술관에서는 세계 예술가들이 지구 환경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Nothing to Waste(버릴 것 없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모악산 자락에 있는 구이면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에서는 한방 진료와 쑥뜸 치료, 24시간 운영되는 황토 한증막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한증막 주변 산책로에는 ‘옛 금광굴’이 있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공기를 유지하기 때문에 특별한 피서지로 꼽힌다. 소양면 오성한옥마을은 50가구 집 23채가 한옥과 고택(古宅)으로 이뤄져 있다. 아원고택과 오성제 저수지 소나무 등은 방탄소년단(BTS)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유명해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주 한옥마을이 지나치게 상업화된 반면, 오성한옥마을은 주변 산세와 돌담, 정원이 잘 어우러져 좀 더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이 마을 한옥들은 대부분 철거 위기에 있는 100∼150년 된 고택을 옮겨 와서 조성했다. 이 마을 소양고택은 전북 고창과 전남 무안, 경북 포항에 있던 180년 된 고택 3채를 해체해 옮겨 지은 한옥이다. 소양고택 플리커책방은 한옥의 고즈넉함이 살아 있는 서점이다. 서점 한 바깥벽에 쓰인 ‘집은 책으로 가득 채우고,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우라’는 글귀가 인상적이다.●레몬꽃 향기 속으로 이탈리아 작곡가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시칠리아 섬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오페라 도입부에는 ‘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라는 합창곡이 나온다. ‘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종달새는 숲속에서 노래한다/오, 빛나는 눈동자의 소녀들아/새들도 짝을 찾아 날아가듯/우리도 그대들에게로 날아간다.’ 오렌지꽃 향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 제주도에서 귤꽃 향기도 맡아보지 못한 도시인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완주 용진읍 하이리(下二里)에 있는 레몬농장 카페 ‘본앤하이리(Born & Hillee)’에 있는 약 1650㎡(약 500평) 규모 레몬 온실에 들어서는 순간, 오렌지는 아니지만 바람에 날리는 레몬꽃 향기를 맡아 버렸다. 아, 이것이 바로 레몬꽃 향기로구나! 달콤하고, 고소하고, 상큼한 향기가 온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본앤하이리는 완주에서 3대째 농사를 짓는 모자(母子)와 지역 청년 5명이 함께 운영하는 농장이다. 하이리에서 나고(Born) 자란 농부가 만든 완주 로컬푸드라는 의미에서 붙인 브랜드. 단호박 농사를 짓다가 5년 전부터 제주에서 들여온 레몬, 한라봉 같은 만감류(晩柑類) 농사를 짓고 있다. 사무장을 맡고 있는 아들 황인재 씨(26)는 레몬 농사와 밀 농사를 지으며 직접 수확한 밀로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빵을 굽고 레몬청을 만든다. 카페에서 빵과 레모네이드를 주문하면 밀밭이 내려다보이는 카페 2층이나 레몬꽃 향기가 물씬한 온실 내부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다. 완주에는 이렇듯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2012년 처음 문을 연 이후 현재 12곳으로 늘었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2층에는 로컬푸드를 활용한 한식 뷔페 식당 ‘황금연못’이 있다. 그날 오전에 딴 삼례딸기, 부드러운 흰살 생선으로 만든 생선가스, 밭에서 금방 따온 싱싱한 야채 쌈으로 먹는 수육, 다채로운 연근 요리까지 정갈하고 싱싱한 음식이 입맛을 돋운다. 완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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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용의 해, 용틀임하는 봄날의 섬 트레킹[전승훈의 아트로드]

    섬은 기본적으로 산이다. 정확히는 물에 빠진 산이다. 그래서 섬 길은 가파르다. 해안선을 따라 굽이굽이 둘레길을 걷다가 능선에 오르면 전망이 기가 막히다. 윤슬이 반짝이는 푸른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 해안 절벽으로 유명한 경남 통영 연화도(蓮花島)와 추도는 섬 트레킹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다. 푸른 용의 해 갑진년, 용틀임하는 섬 트레킹으로 봄 여행을 시작해보자. ●용이 꿈틀대는 연화도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경남 통영여객선터미널 앞 서호시장에서 시락국(시래깃국)을 먹는다. 장어 뼈를 푹 고아서 만든 국물에 시래기를 넣고 끓인 후 제피가루, 청양고추를 넣어서 먹는 통영 별미다. 시락국으로 아침을 먹고 나니 해장이 되면서 힘이 난다. 오전 6시 반 연화도-욕지도행 배를 타니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른다. 통영에서 남쪽으로 24km 떨어져 있는 연화도에 1시간 만에 도착한다. 먼바다에서 바라보면 연꽃 모양을 닮았다고 하는 연화도는 여름에 섬 전체에 피어나는 수국으로 유명한 섬이다. 연화포구에 내려서 마을을 걷다 보면 전교생이 달랑 2명뿐인 원량초등학교 연화분교를 만난다. 학교 옆에는 연화사가 있고, 더 올라가면 해안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보덕암이 있다.바닷가에 있는 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보덕암도 관음성지(觀音聖地)다. 연화도 용머리 해안이 바라보이는 절경에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고 하는 관세음보살상이 서 있다. 강원 양양 낙산사 홍련암, 인천 강화 석모도 낙가산 보문사, 경남 남해 보리암 등 바닷가에 있는 절에는 해수관음상이 모셔져 있다. 관세음보살이 원래 남(南)인도 바닷가에 있는 ‘ 보타락가산(普陀洛迦山)’에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보덕암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길에는 동백꽃이 통째로 떨어져 붉은 주단 길을 만들었다.연화도 트레킹은 최고봉인 연화봉(212m)에서 시작한다. 연화봉에서는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능선을 타고 동쪽에 있는 동두마을로 걸어간다. 연화도 동쪽 기암절벽으로 형성된 해식애(海蝕崖·해안 침식과 풍화 작용으로 생긴 낭떠러지)인 용머리바위 연봉 위를 걷는 길이다. 이 길은 ‘통영 8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천하절경이다. 삐죽삐죽 솟은 봉우리들은 용이 대양을 향해 헤엄쳐 나가는 모습처럼 꿈틀댄다. 섬 일주(一周) 관광버스 기사님 해설에 따르면 봉우리들은 용 목 부분 위에 튀어나온 ‘용의 비늘’이며, 용머리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고 한다. 용이 바다 위로 머리를 들어 올리는 날, 저 바위들이 솟구치면서 파도를 뚫고 하늘로 날아가리라.용머리 해안 트레킹 중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서호시장에서 사온 충무김밥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노지(露地)에서 피어난 야생 갓이 자라고 있었다. 갓잎을 따다가 맛을 보니 알싸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입맛을 돋구는 봄의 맛이다. 용머리 해안으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에는 곳곳에 기암절벽과 해송, 동백 숲이 어우러진다. 근육질 바위들이 해안을 감싸고, 북한산 사모바위 같은 네모난 돌이 절벽 꼭대기에 올라가 있기도 하다. 용머리 해안 끝에 동두마을이 있다. 둥근 해안선에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데, 그 위 네모난 양식장들이 도형미를 선사한다. 용머리 연봉을 이어주는 잘록한 협곡 사이에는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위용을 자랑한다. 용머리 바위 길에서 다시 돌아와 동두마을 해변으로 내려온다. 해변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수요응답형 마을버스’에 전화를 건다. 1000원을 내니 마을버스 운전사가 연화도 항구로 다시 데려다 준다. 이 운전사는 가파른 산길을 능숙한 솜씨로 드라이브하면서 섬 곳곳을 설명해준다. “여름에 수국 꽃이 필 때 섬에 한 번 더 오이소.” ●‘섬 영화제’ 열리는 추도통영 앞바다 한려수도에는 수많은 섬이 있다. 통영항 주변에 숙소를 정해 놓고 매일 아침에 섬 한 곳씩 다녀오는 트레킹 여행객도 있다. 통영항에서 남서쪽으로 14.5km 해상에 있는 추도는 관광객이 북적대는 섬이 아니라 주민들만 살고 있기 때문에 호젓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걸어서 2시간 정도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추도에는 미조, 대항 두 항구 마을에 주민 70~80명이 살고 있다. 미조항 마을에는 통영 명물 ‘추도 후박나무’가 있다. 198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추도 후박나무는 높이 10m, 가슴 높이 줄기 둘레가 3.67m에 이른다. 수령 500년가량의 이 나무는 사방으로 뻗은 가지가 동서 15m, 남북 14m에 이르며 넓은 그늘을 만들어낸다. 미조항에서 출발해서 섬을 일주하는 길을 걷는다. 도로 주변에 있는 키 큰 소나무에 덩굴이 늘어지며 밀림처럼 우거져 있다. 용두암 근처 바다에서 거북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배를 타고 미역을 따는 어르신 모습이 봄을 느끼게 했다.대항마을 방향으로 좀 더 걸어가니 추도의 가장 아름다운 경치로 꼽히는 샛갯끝이 나온다. 샛개란 ‘사이에 있는 바다’라는 뜻. 샛갯끝은 해안으로 삐죽하게 600m가량 튀어나온 곶이다. 솔잎 쌓인 오솔길에는 빠알간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있다. 샛갯끝은 연화도 용머리해안을 걷는 것과 비슷한 해안 절벽 절경을 보여준다. 바위 옆으로 바라보이는 바닷가 물결 위로 햇살이 부서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이다. 낚싯배가 미끄러지듯 달려오면서 물거품 자국으로 원호를 그린다. 샛갯끝 앞에는 ‘개와 늑대의 시간’ ‘라스트 필름’ 등을 찍은 영화감독 전수일(경성대 교수)의 집이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지어진 펜션에는 ‘추도 컬처클럽 리조트’란 간판이 걸려 있다. 전수일 감독은 “4년쯤 전 추도에 처음 와서 한적함과 조용함에 반해 추도에 눌러살게 됐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다른 섬처럼 관광지로 개발이 되지 않고 조용한 것이 추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펜션 앞마당에는 지중해처럼 시퍼런 바닷물을 배경으로 원형 무대가 설치돼 있다. 약 100명까지 앉을 수 있는 객석 앞에서 음악회나 콘서트, 시 낭송회 등이 열린다고 한다. 저녁에 스크린을 걸어놓으면 그대로 야외 영화관이 되는 이곳에서 전 감독은 지난해부터 ‘추도 섬마을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5월 17~19일 열리는 올해 ‘추도 섬마을 영화제’의 주제는 ‘시(詩)와 섬’. 영화감독 3명이 약 1주일간 추도에서 머물면서 시를 모티브로 촬영한 단편영화 3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섬이라 그런지 항구 방파제 곳곳에는 영화 필름 모양으로 새겨진 ‘추도’ 간판과 나무조각 장식이 붙어 있다.전 감독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배우와 감독, 게스트와 문학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시 낭송과 콘서트를 즐기는 섬 영화제는 평생 꿈꿔 오던 축제”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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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틀임하는 섬 길을 걷는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섬은 기본적으로 산이다. 정확히는 물에 빠진 산이다. 그래서 섬 길은 가파르다. 해안선을 따라 굽이굽이 둘레길을 걷다가 능선에 오르면 전망이 기가 막히다. 윤슬이 반짝이는 푸른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 해안 절벽으로 유명한 경남 통영 연화도(蓮花島)와 추도는 섬 트레킹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다. 푸른 용의 해 갑진년, 용틀임하는 섬 트레킹으로 봄 여행을 시작해보자. ● 용이 꿈틀대는 연화도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경남 통영여객선터미널 앞 서호시장에서 시락국(시래깃국)을 먹는다. 장어 뼈를 푹 고아서 만든 국물에 시래기를 넣고 끓인 후 제피(초피)가루, 청양고추를 넣어서 먹는 통영 별미다. 시락국으로 아침을 먹고 나니 해장이 되면서 힘이 난다. 오전 6시 반 연화도-욕지도행 배를 타니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른다. 통영에서 남쪽으로 24km 떨어져 있는 연화도에 1시간 만에 도착한다. 먼바다에서 바라보면 연꽃 모양을 닮았다고 하는 연화도는 여름에 섬 전체에 피어나는 수국으로 유명한 섬이다. 연화포구에 내려서 마을을 걷다 보면 전교생이 달랑 2명뿐인 원량초등학교 연화분교를 만난다. 학교 옆에는 연화사가 있고, 더 올라가면 해안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보덕암이 있다.바닷가에 있는 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보덕암도 관음성지(觀音聖地)다. 연화도 용머리 해안이 바라보이는 절경에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고 하는 관세음보살상이 서 있다. 강원 양양 낙산사 홍련암, 인천 강화 석모도 낙가산 보문사, 경남 남해 보리암 등 바닷가에 있는 절에는 해수관음상이 모셔져 있다. 관세음보살이 원래 남(南)인도 바닷가에 있는 ‘보타락가산(普陀洛迦山)’에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보덕암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길에는 동백꽃이 통째로 떨어져 붉은 주단 길을 만들었다. 연화도 트레킹은 최고봉인 연화봉(212m)에서 시작한다. 연화봉에서는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능선을 타고 동쪽에 있는 동두마을로 걸어간다. 연화도 동쪽 기암절벽으로 형성된 해식애(海蝕崖·해안 침식과 풍화 작용으로 생긴 낭떠러지)인 용머리바위 연봉 위를 걷는 길이다. 이 길은 ‘통영 8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천하절경이다. 삐죽삐죽 솟은 봉우리들은 용이 대양을 향해 헤엄쳐 나가는 모습처럼 꿈틀댄다. 섬 일주(一周) 관광버스 기사님 해설에 따르면 봉우리들은 용 목 부분 위에 튀어나온 ‘용의 비늘’이며, 용머리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고 한다. 용이 바다 위로 머리를 들어 올리는 날, 저 바위들이 솟구치면서 파도를 뚫고 하늘로 날아가리라. 용머리 해안 트레킹 중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서호시장에서 사온 충무김밥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노지(露地)에서 피어난 야생 갓이 자라고 있었다. 갓잎을 따다가 맛을 보니 알싸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입맛을 돋우는 봄의 맛이다. 용머리 해안으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에는 곳곳에 기암절벽과 해송, 동백 숲이 어우러진다. 근육질 바위들이 해안을 감싸고, 북한산 사모바위 같은 네모난 돌이 절벽 꼭대기에 올라가 있기도 하다. 용머리 해안 끝에 동두마을이 있다. 둥근 해안선에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데, 그 위 네모난 양식장들이 도형미를 선사한다. 용머리 연봉을 이어주는 잘록한 협곡 사이에는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위용을 자랑한다. 용머리 바위 길에서 다시 돌아와 동두마을 해변으로 내려온다. 해변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수요응답형 마을버스’에 전화를 건다. 1000원을 내니 마을버스 운전사가 연화도 항구로 다시 데려다 준다. 이 운전사는 가파른 산길을 능숙한 솜씨로 드라이브하면서 섬 곳곳을 설명해준다. “여름에 수국 꽃이 필 때 섬에 한 번 더 오이소.” ● ‘섬 영화제’ 열리는 추도 통영 앞바다 한려수도에는 수많은 섬이 있다. 통영항 주변에 숙소를 정해 놓고 매일 아침에 섬 한 곳씩 다녀오는 트레킹 여행객도 있다. 통영항에서 남서쪽으로 14.5km 해상에 있는 추도는 관광객이 북적대는 섬이 아니라 주민들만 살고 있기 때문에 호젓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걸어서 2시간 정도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추도에는 미조, 대항 두 항구 마을에 주민 70∼80명이 살고 있다. 미조항 마을에는 통영 명물 ‘추도 후박나무’가 있다. 198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추도 후박나무는 높이 10m, 가슴 높이 줄기 둘레가 3.67m에 이른다. 수령 500년가량의 이 나무는 사방으로 뻗은 가지가 동서 15m, 남북 14m에 이르며 넓은 그늘을 만들어낸다. 미조항에서 출발해서 섬을 일주하는 길을 걷는다. 도로 주변에 있는 키 큰 소나무에 덩굴이 늘어지며 밀림처럼 우거져 있다. 용두암 근처 바다에서 거북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배를 타고 미역을 따는 어르신 모습이 봄을 느끼게 했다. 대항마을 방향으로 좀 더 걸어가니 추도의 가장 아름다운 경치로 꼽히는 샛갯끝이 나온다. 샛개란 ‘사이에 있는 바다’라는 뜻. 샛갯끝은 해안으로 삐죽하게 600m가량 튀어나온 곶이다. 솔잎 쌓인 오솔길에는 빠알간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있다. 샛갯끝은 연화도 용머리해안을 걷는 것과 비슷한 해안 절벽 절경을 보여준다. 바위 옆으로 바라보이는 바닷가 물결 위로 햇살이 부서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이다. 낚싯배가 미끄러지듯 달려오면서 물거품 자국으로 원호를 그린다. 샛갯끝 앞에는 ‘개와 늑대의 시간’ ‘라스트 필름’ 등을 찍은 영화감독 전수일(경성대 교수)의 집이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진 펜션에는 ‘추도 컬처클럽 리조트’란 간판이 걸려 있다. 전수일 감독은 “4년쯤 전 추도에 처음 와서 한적함과 조용함에 반해 추도에 눌러살게 됐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다른 섬처럼 관광지로 개발이 되지 않고 조용한 것이 추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펜션 앞마당에는 지중해처럼 시퍼런 바닷물을 배경으로 원형 무대가 설치돼 있다. 약 100명까지 앉을 수 있는 객석 앞에서 음악회나 콘서트, 시 낭송회 등이 열린다고 한다. 저녁에 스크린을 걸어놓으면 그대로 야외 영화관이 되는 이곳에서 전 감독은 지난해부터 ‘추도 섬마을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5월 17∼19일 열리는 올해 ‘추도 섬마을 영화제’의 주제는 ‘시(詩)와 섬’. 영화감독 3명이 약 1주일간 추도에 머물면서 시를 모티브로 촬영한 단편영화 3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섬이라 그런지 항구 방파제 곳곳에는 영화 필름 모양으로 새겨진 ‘추도’ 간판과 나무조각 장식이 붙어 있다. 전 감독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배우와 감독, 게스트와 문학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시 낭송과 콘서트를 즐기는 섬 영화제는 평생 꿈꿔 오던 축제”라고 말했다. 글·사진 통영=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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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 밖의 풍경에서 만난 생명의 우주[전승훈의 아트로드]

    선화가(禪畵家)인 허허당(虛虛堂)은 그림 그리는 스님입니다. 2012년 경북 포항시 죽장면 비학산 자락 산골마을에 있는 그의 암자에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개울 물 앞에 있는 11평짜리 단칸방 암자에는 ‘휴유암(休遊庵)’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쉬면서 노는 암자’라는 뜻입니다. 스님의 선방에는 붓과 먹, 팔레트와 물감 등 그림 도구와 찻잔, 이불이 옹기종기 놓여 있었습니다. 단칸방인 휴유암은 명상을 하면 선방, 그림을 그리면 화실, 누우면 침실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1974년 열여덟의 나이로 해인사에서 출가한 그는 향곡 스님 문하에서 수행하던 선승이었습니다. 1983년 지리산 벽송사 방장선원에서 문득 깨달음을 얻어 본격적으로 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유명 화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텅 빈 마음에 텅 빈 진리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싶어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합니다. 그 뒤 꾸준히 국내 전시회 뿐 아니라 2000년 스위스 취리히, 2010년 하와이, 2017년 벨기에에서 초대전을 가졌으며 영국 사치갤러리 선정 작가이기도 합니다. “도는 결코 찾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더군요. 모든 것을 비워 버리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지요. 그래서 ‘비고 빈 집’이란 뜻의 ‘허허당’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부처님의 8만4000개 법문에 담긴 깨달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 붓을 잡았어요. 그림 실력 부족으로 6, 7년간 엄청나게 방황했지만 지극한 ‘사무침’이 쌓이니 붓이 움직이더군요.”허허당 스님은 자신의 작은 암자에서 선화를 그려왔습니다. 붓을 자유롭게 놀려서 학의 춤을 그린 ‘선무’, 동자승이나 새를 수없이 그려넣어 거대한 화엄세계의 풍경을 묘사하는 수행의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그는 수천수만 동자승을 배경 화면에 가득 채워 그 속에 탑을 세우고, 나무를 심고, 새를 날리고, 꽃을 피우고, 숲을 이루게 했습니다. 작은 동자승이 모여 장엄한 화엄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입니다. 그는 “장엄한 우주는 하나의 큰 ‘생명 덩어리’이자 ‘생명의 꽃’”이라고 말합니다. 학들의 춤을 그린 ‘선무’를 허허당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단박에 깨닫는 ‘돈오돈수’ 선 수행법처럼, 붓을 던지 듯이 그리는 새의 날갯짓은 굉장히 자유롭고 통쾌하다.”허허당의 대표작은 2008년 가로 12m, 세로 2.8m 크기에 100만 명의 동자승을 모자이크처럼 그려 넣은 ‘화엄법계 백만 동자-새벽’입니다. 이 작품을 그릴 때는 1년 2개월 동안 하루 17시간씩 건빵과 생수만 먹으며 작업했다고 합니다. 너무도 간절한 마음으로 생명의 자유와 아름다움을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작품입니다.백만명의 동자승이 한 화폭에 들어가 있고, 그것이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완성됐다는 점, 그리고 백만동자가 거대한 풍경을 이뤄낸다는 점에서 놀라게 됩니다. 무엇보다 한계를 넘어선 그의 집요한 끈기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그가 40년간 그린 화엄법계도의 또다른 대표작인 ‘화엄법계도 십만동자-방광’은 2000년 스위스 취리히 전시회 때 유럽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허허당 스님은 “백만동자는 세계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기원한 작품이며 십만 동자는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통일을 염원한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화엄법계는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일체 생명의 자유와 아름다움을 관(觀)하는 것입니다. 화엄은 어떤 사상적 배경이 아닌 우주는 하나의 큰 생명임을 고함치고 싶은 생명의 몸짓입니다. 그래서 ‘화엄법계도’는 인간이 만들어 낸 사상, 이념,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순수 생명의 활동이지요. 지구촌에 버려진 생명, 인간의 탐욕과 권력에 의해 이유없이 파괴되고 유린당한 생명들을 한 수행자로서 위로하기 위해 참선하며 그리게 됐습니다.”화엄법계도는 해인사와 불일미술관 등 국내뿐 아니라 스위스와 미국 하와이에서도 전시회를 열었습니다.그러나 백만동자를 그린 여파로 허허당 스님은 목디스크와 현기증으로 7년 간 투병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 후유증이 남긴 고통을 마주하고 넘어서는 과정에서 창출한 작품이 ‘겁외풍경’입니다. 겁외풍경“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리기보다는 품는 것입니다. 닭이 알을 품듯 존재의 내밀한 그 무엇을 끊임없이 품고 사는 일입니다. 밤알이 무르익으면 절로 떨어지듯이… 오래 품어야 합니다. ‘겁외풍경’은 제 안에 무려 30년을 품고 있었네요.”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가나아트센터 1층에서는 4월17일부터 29일까지 ‘허허당 초실존화 그림콘서트 겁외풍경’ 전시회가 열립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허허당 스님의 신작이 90여 점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의 그림에서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수천 수만의 동자승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우주의 한 복판인 듯, 화석처럼 태고적 신비를 담은 듯한 색채와 물방울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그는 좁은 암자의 토굴에서 벗어나 마당으로 나아가 캔버스에 물감을 흘리고, 떨어뜨리고, 햇빛과 비바람, 눈과 얼음을 맞게 하며 독창적인 실험으로 그림을 완성해나갔다고 합니다. 생명의 자유와 아름다움을 거침없이 펼쳐 나간 붓의 터치감에서 창작에 대한 작가의 열정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달이나 화성의 표면처럼 보이기도 하고, 세포나 신경체의 연결망처럼 신호가 흘러갑니다. 드론이나 인공위성, 우주선에서 내려다본 지구행성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겁외풍경’은 다양한 철학과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것이 많습니다. 아인슈타인과 니체의 철학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재즈와 블루스에서 느껴지는 생명 에너지의 파장을 명상한 작품도 있습니다. 또한 고흐와 피카소, 램브란트에게 영감을 얻고, 천지창조의 에너지를 주제로 한 작품도 있습니다. 화엄법계도에서 자그마한 동자승이 거대한 화엄세계를 이루었듯이, 겁외풍경에서는 붓으로 물감을 흘려서 떨어뜨린 물방울 하나하나가 춤을 추면서 신비한 우주의 ‘생명’을 노래합니다. 푸르스름하고, 불그스름한 고색창연한 빛이 환상적인 오로라처럼 캔버스에 펼쳐지네요. 열정적이고 신비한 우주 법계를 표현한 다양한 색감에서는 통쾌한 자유로움이 느껴집니다. ‘겁외풍경’은 작가의 40년 화업 중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세월 밖’ 풍경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겁(劫)이란 산스크리트어 ‘kalpa’에서 온 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을 가리키는 불교용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우주가 개벽한 때부터 다음에 개벽할 때까지의 시간을 말한다고 합니다. 힌두교에서는 1칼파는 43억2천만 년이라고 하네요.불교 ‘잡아함경’에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가 1유순(由旬, 약 15km)인 큰 바위를 100년마다 한번 씩 비단 옷자락으로 닦아서 그 바위가 다 닳아 없어져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영겁(永劫)의 세월’이란 영원한 겁의 시간이니 셀 수 없는 무한한 세월입니다. 그런데 ‘겁 바깥의 풍경’이라니요. 작가의 명상과 상상은 끝이 없나봅니다. 겁의 시간을 벗어난 ‘세월 밖의 풍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깊은 사유를 통해 표출된 고요와 떨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명상의 세계로 이끌어갑니다. 허허당은 “추상화는 작가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현대화는 문명의 냄새가 너무 짙어 ‘초실존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간 존재의 실존을 넘어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세계, 생명활동을 회화적으로 묘사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초실존화’라는 장르 이름을 붙였습니다. 생명의 근원에 대한 명상을 통해 미지의 ‘세월 밖의 세계’를 만나고자 하는 수행의 그림입니다. 일체 만물의 생명의 근원을 마주함으로써 우주 법계의 생명활동(원소의 집합체)를 깨닫기 위한 작업이지요.”4월17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빌딩 1층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겁외풍경’ 전시회 오프닝은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가수 이안의 사회로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와 철학박사 최진석 교수가 축사를 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 1세대 재즈뮤지션 김준과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의 공연도 펼쳐집니다. 허허당의 ‘겁외풍경’ 전시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팸플릿입니다. 작가의 대표작이 마치 병풍처럼 앞뒤로 담아있네요. 한쪽은 붉은색 바탕, 다른쪽은 검은색 바탕 위에 우주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겁외풍경 작품이 펼쳐집니다. 굳이 작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이다. 허허당 스님은 “책상이든, 식탁 주변이든 집안 어느 곳에 펼쳐놓으면 우주의 기운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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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썸 킴’의 도시, 샌디에이고로 오세요”

    “김하성 선수가 있는 샌디에이고는 미국 8번째, 캘리포니아 제2의 큰 도시입니다. 연중 온화한 날씨 속에 ‘레이드백 바이브(laid back vibe·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는 휴양 도시이자 미식(美食) 도시 샌디에이고로 오세요.”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경기에 맞춰 줄리 코커 샌디에이고 관광청장(사진)이 방한해 샌디에이고 관광 홍보에 적극 나섰다. “파드리스 홈 구장 펫코파크는 MLB 구장 1위로 평가받을 정도로 시설과 접근성에서 우수하죠. 경기가 없는 날에도 구장 투어객으로 북적입니다. 구장 내에 입점한 ‘팜투테이블(Farm-to-Table) 레스토랑’은 외식과 쇼핑 명소이기도 합니다. 어썸 킴(Awesome Kim·김하성)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함께 파드리스에서 가장 인기 많은 선수여서 이 지역 한국 식당들도 손님이 아주 많습니다.” 코커 청장은 캘리포니아가 새롭게 내건 ‘모두의 놀이터’라는 브랜드 관광 캠페인에 샌디에이고가 가장 어울리는 도시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MBTI로 성격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 유행인 것처럼 사람마다 놀이 스타일도 다릅니다. 그런데 샌디에이고에서는 모든 스타일의 놀이가 가능하죠. 스포츠를 좋아하면 야구와 골프, 해양 레포츠를 즐기고 휴식을 좋아하면 해변에서 요가와 명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미슐랭 5 스타를 받은 식당 ‘에디슨’을 비롯해 캐주얼 다이닝까지 다양한 맛집을 자랑하죠.게다가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여행할 수 있는 안전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코커 청장은 “예술과 문화를 좋아한다면 샌디에이고 도심 발보아(Balboa)파크 주변 밍게이 뮤지엄, 올해 개관 150년을 맞은 역사박물관 등 둘러볼 곳이 많이 있다”고 소개했다. “US미드웨이 박물관에는 미 해군 관련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샌디에이고는 영화 ‘탑건’에 나오는 해군 조종사가 꼭 거쳐야 하는 훈련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해변의 ‘라호야 플레이하우스’나 샌디에이고 심포니 야외 콘서트홀 ‘래디셸(Rady Shell)’도 명소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던 2022년 샌디에이고는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여행지로 선정됐고 호텔 점유율 72.6%로 미 전체 4위를 기록했다. 코커 청장은 관광산업 회복 정책으로 일자리 200만 개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둬 뉴욕 저널에 의해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2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샌디에이고에서는 한꺼번에 2개국을 경험하는 휴가를 보낼 수 있습니다. 국경 너머 멕시코 도시 티후아나, 와이너리와 랍스터로 유명한 바예 데 과달루페도 차로 한두 시간 거리죠. 샌디에이고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 예술에 개방적인 국경도시입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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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썸 킴의 도시, 샌디에이고로 여행오세요.”

    “김하성 선수가 있는 샌디에이고는 미국에서 8번째, 캘리포니아에서는 제2의 큰 도시입니다. 연중 온화한 날씨 속에 ‘레이드백 바이브(laid back vibe,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는 휴양도시이자, 맛있는 미식의 도시인 샌디에이고로 여행오세요.” 지난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다저스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맞아 줄리 코커 샌디에이고 관광청장이 방한했다. 그는 ‘2024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를 계기로 샌디에이고 관광 홍보에 적극 나섰다. ―샌디에이고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다른 도시인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에 비해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어떤 도시인가요. “샌디에이고는 미국에서 8번째로 큰 도시이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제2의 도시입니다. 남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곳이죠. 현대적인 도시의 느낌과 해변 등 자연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아웃도어의 도시죠. 멕시코와 국경을 접해 있기 때문에 여러 인종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맛있고 다양한 미식으로도 유명하고, 문화 예술에서도 다양성이 어우러지는 도시입니다.” ―캘리포니아의 새 브랜드 관광 캠페인 ‘모두의 놀이터’의 의미는 무엇인가. 샌디에이고 여행과 어떻게 부합하는지? “‘모두의 놀이터’라는 캘리포니아주 캠페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마치 샌디에이고를 위해 만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MBTI로 성격 스타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유행인 것으로 아는데, 사람마다 다른 MBTI를 가진 것처럼 놀이스타일도 각각 다릅니다. 재미가 우선인 사람, 휴식이 우선인 사람, 예술감상이나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극한 스포츠, 명상을 즐기는 사람 등 사람마다 각기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요. 샌디에이고에서는 이런 모든 스타일의 놀이가 가능합니다. 스포츠 광은 야구와 서핑, 골프, 럭비를 즐길 수 있고, 휴식이 우선인 사람은 해변에서 요가와 명상. 걷기 등이 가능합니다. 미식을 찾아다니는 플레이스타일은 미쉐린 레스토랑부터 캐주얼 다이닝까지 다양한 맛집을 자랑하는 샌디에이고가 적합하지요. 모든 것이 가능한 모두의 놀이터가 바로 샌디에이고입니다. 게다가 안전하고, 우버나 별도의 차량이 없이도 걷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코커 청장은 “아트와 컬쳐를 좋아하는 사람은 샌디에이고 중심에 위치한 발보아(Balboa)파크 주변에는 밍게이 뮤지엄, 올해 개관 150주년을 맞이한 역사박물관 등 둘러볼 곳이 많이 있다”고 소개했다. “‘US미드웨이 뮤지엄’에는 미국 해군 관련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샌디에이고는 영화 ‘탑건’에 나오는 해군 파일럿이 꼭 거쳐야 하는 해군 훈련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해변에는 ‘라호야 플레이하우스’나, 샌디에이고 심포니의 야외 콘서트홀 ‘레디 셸(Rady Shell)’도 명소입니다.” 코로나가 끝나가던 2022년 샌디에이고는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여행지로 선정됐고, 호텔 점유율이 72.6%를 기록하며 미국 전역에서 4위를 기록했다. 코커 청장은 관광산업 회복 정책으로 일자리 200만개를 새로 창출하는 성과를 거둬 뉴욕 저널에 의해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여성 2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도시라 흥미로운데요. “그렇습니다. 멕시코와 아주 깊은 역사가 있는 도시죠. 샌디에이고에 여행온다면 한꺼번에 2개국을 경험하는 휴가를 보낼 수 있습니다. 멕시코 국경 너머 티후아나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안전하고 빠르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나 있는 도로를 운전해서 멕시코를 오가기에도 매우 좋습니다. 또 티후아나 옆에 있는 바예 데 과달루페라는 곳은 와이너리와 랍스터가 유명합니다. 이러한 미식을 맛볼 수 있는 로컬 레스토랑도 많이 있습니다. 멕시코에 거주하면서 샌디에이고로 출퇴근하는 인구도 꽤 많은 편입니다. 샌디에이고에도 멕시코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나 문화예술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죠.” ―샌디에이고에서 유명한 랜드마크 관광지는 어디인가요. “샌디에이고 중심에 위치한 발보아(Balboa)파크 주변에는 밍게이 뮤지엄을 비롯해 박물관, 갤러리가 많이 있습니다. 올해로 개관 150주년을 맞이한 역사박물관을 비롯해 둘러볼 곳이 많이 있습니다. 또, 샌디에이고는 미국 해군기지로 유명합니다. 영화 ‘탑건’에서 보듯 모든 해군 파일럿은 샌디에이고에서 훈련을 거칠 정도로 시설이 잘 돼 있습니다. US미드웨이 뮤지엄은 해군 함정을 비롯해 여러 해군시설이나 관련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 델모어나 라호야 해변도 추천합니다. 해변을 걷거나 휴식을 취하는 샌디에이고의 ‘레이드백 바이브(Laid back vibe·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친 ‘라호야 플레이하우스’나, 샌디에이고 심포니가 연주홀로 사용하는 야외 콘서트 장인 ‘레디 셸(Rady Shell)’도 가보길 추천합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 펫코파크는 어떤 곳인가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인 펫코파크는 도심 속에 있어서 접근하기 쉽습니다. 미국 내 MLB구장 중 1위로 평가받을 정도로 시설과 접근성 면에서 우수하죠. 펫코파크에는 경기가 있는 날에는 물론, 경기가 없는 날에도 구장 투어객들로 북적입니다. 또한 티켓팅 없이도 굿즈 샵에 방문할 수 있어서 선수들의 저지 등 기념품 쇼핑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구장 내에 농업이 주요 산업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팜투테이블 (Farm-to-table) 레스토랑’이 입점하고 있어 외식과 쇼핑의 명소이기도 합니다. 로컬 식재료로 만든 신선한 음식, 로컬에서 만든 수제 맥주를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크고 작은 상공인들이 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구단입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김하성 선수의 인기는? “하성 킴은 타티스 주니어, 마차도와 함께 파드리스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선수입니다. 그래서 김하성 선수의 유니폼도 가장 많이 팔립니다. ‘어썸 킴(Awesome Kim)’으로 불리는 김하성 선수는 성격도 굉장히 소탈하고 친숙해 샌디에이고 미디어와 시민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김하성 선수는 경기전후로 팬과 소통하며 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샌디에이고에 있는 학교를 방문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등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지역 커뮤니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구단인데, 김하성 선수는 적극 앞장서고 있습니다. 한 예로 얼마전 샌디에이고에 홍수가 났을때, 파드리스 구단 관계자는 물론 선수들도 발벗고 나서서 지역주민을 도왔지요. 하성 킴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콘보이 디스트릭트에 있는 한국 식당들도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샌디에이고의 전략은?“한국에서 캘리포니아로 들어오는 2개의 큰 메인도시가 LA와 샌프란시스코인 만큼, 두 도시와 협력해서 한국 관광객에게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 샌디에이고로 오는 직항은 없지만, 여러 항공사들과 협력하여 직항노선 취항에 힘쓰고 있습니다. 김하성 선수가 파드리스로 옮기면서 한국 팬들이 더 샌디에이고에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 스포츠 관광도 열심히 홍보할 계획입니다. 이번 MLB 서울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 관광청 담당자들이 방한해 한국의 여행사들고 적극 소통했고, 오는 5월에 LA에서 열리는 IPW(미국 최대 여행박람회)에도 한국 여행사나 업계 관계자가 많이 캘리포니아를 방문하기 때문에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샌디에이고 관광을 적극 홍보할 예정입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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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발리카삭섬의 바다거북

    필리핀 보홀의 발리카삭섬은 바다거북이 흔하기로 유명한 섬이다. 지난달 발리카삭섬 수중에서 만난 바다거북의 등에는 빨판상어 2마리가 붙어 있었다. 고래나 상어 등에 붙어 찌꺼기를 받아 먹으며 공생하는 빨판상어가 바다거북과도 함께 살고 있었다. 육지 거북이는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다니지만, 바다거북은 새처럼 날개를 휘저으며 날아간다. 헤엄치며 날아가는 바다거북의 속도를 웬만한 다이버는 따라잡을 수 없다. 그저 손을 흔들어 줄 수밖에는.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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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전승훈의 아트로드]

    매화는 벚꽃보다 일찍 피어나 봄을 알린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추운 겨울부터 꽃을 피워내는 매화를 절개의 상징으로 보고 사랑했다. 국내에는 수많은 매화나무가 있겠지만,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매화는 수령이 수백 년 된 고목(古木)에서 피어난 꽃이다. 전남 구례와 곡성의 봄꽃이 흐드러진 섬진강변으로 매화 향기를 찾아 떠났다. ●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김초희 감독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년)에는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는 대사가 나온다. 주인집 할머니(윤여정 역)가 노년에 한글을 배워 처음 쓴 시다. 이 시를 낮게 읊조리던 주인공 찬실이(강말금 역)는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오열하고 만다.해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꽃이 돌아온다. 죽은 듯이 보였던 나무에 새순이 돋고 꽃망울이 터진다. 계절이 가면 꽃은 시들겠지만, 또 다른 꽃이 피어난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꽃은 돌아온다. 그러나 한번 가버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봄의 첫 꽃 소식이 전해오는 광양 매화축제나 구례 산수유축제에는 사람이 인산인해로 몰려든다. 매화는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수령 200~300년 된 고목에서 피어나는 매화는 더욱 신비스럽다. 겨울에 죽음 같은 추위를 견뎌내고, 수백 년 세월 동안 봄이면 회춘(回春)해 싱싱한 꽃으로 다시 돌아온다니…. 그 변함없는 생명의 힘을 확인하고자 고매(古梅)를 찾는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매화나무는 전국에 4그루 있다. 전남 구례 화엄사 ‘화엄매’와 ‘들매’,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강원 강릉 오죽헌 ‘율곡매’다. 지난주부터 일부 개화하기 시작한 천연기념물 매화들은 이번 주말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매화는 빛깔에 따라 백매, 청매, 홍매로 구분한다. 매화를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하면 바닷속 산호처럼 신비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지난 주말 화엄사 각황전 옆에는 가장 유명한 화엄매인 홍매가 피었다. 일반적인 분홍색이 아니라 진한 검은색 벨벳처럼 고급스러운 빛깔이라 ‘흑매’로 불리기도 한다. 높이 8.2m 화엄매가 만개하면 새벽부터 사진가와 관광객이 몰려든다. 텅 빈 화엄사 경내 마당을 빗자루로 비질하는 스님 위로 고즈넉하게 피어난 홍매를 찍기 위해서다. 화엄매는 대웅전 뒷담으로 돌아가 언덕 위에서 내려 찍어야 제맛이다. 하도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려들다 보니 화엄사 측에서는 사진 촬영 포인트에 계단형 전망대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화엄사에서 홍매만 구경하고 가는 것은 섭섭하다. 대웅전 뒤편 울창한 대밭 숲을 지나면 구층암에 또 다른 천연기념물 ‘들매’(수령 450년 추정)가 피어나기 때문이다. 들매는 들장미, 들국화처럼 들에 핀 매화다. 매화는 중국이 원산지로 집이나 사찰에 심어 가꾸는 대부분은 꽃이 예쁜 품종을 골라 접붙여서 번식시킨다. 그러나 들매는 사람이나 동물이 매실 과육을 먹고 버린 씨앗이 싹이 터서 자란다. 들매는 꽃과 열매가 재배 매화보다 작지만 꽃향기는 오히려 더 강하다고 한다. 화엄사 들매가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었고 올 2월 각황전 홍매도 함께 화엄매로 지정됐다. 노거수(老巨樹) 탐사 전문가 임혁성 씨는 “봄에 화엄사에 수십 번 와 봤지만, 이렇게 들매에 꽃이 많이 달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구층암에서는 요사채 처마를 받치고 있는 울퉁불퉁한 모과나무 기둥을 감상하고, 스님이 만들어주시는 화엄사 죽로야생차(竹露野生茶)를 맛보는 것도 별미다. 대나무 밑에서 이슬을 먹으며 자란 야생 차나무 찻잎을 따서 손으로 직접 만든 녹차다. 특히 세월에 숙성시킨 발효차는 부드러운 향으로 속을 풀어주는 맛이 있다. 순천 선암사 무우전과 팔상전 주변에 담장을 따라 꽃그늘을 드리우는 20그루 매화 중 고목으로 자란 백매와 홍매 2그루는 선암매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고려 때 중건한 선암사 상량문에 매화 관련 기록이 남아 있어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크다. 율곡매는 오죽헌이 들어설 당시인 1400년경에 심어져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직접 가꾸었다고 전한다. 신사임당은 ‘고매도’ ‘묵매도’를 비롯해 많은 매화 그림을 그렸고 맏딸 이름도 매창(梅窓)으로 지을 만큼 매화를 사랑했다. 수령 6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율곡매는 2017년 냉해를 입은 후 피는 꽃 양은 크게 줄었지만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 수령 350년 넘는 백양사 고불매(古佛梅)도 꽃이 비처럼 내린다는 우화루 옆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내장산 국립공원에 있어 매화가 비교적 늦게 피어 이달 말까지 매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섬진강 따라 꽃 여행구례에서 곡성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변은 매화와 산수유 천지다. 곡성군 입면 제월리 함허정(涵虛亭)에서 윤슬이 반짝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간다. 함허(涵虛)는 ‘텅 빈 시간에 젖어 든다’는 뜻이다. 번잡했던 일상의 욕심을 버리고 내 안을 비우다 보면 뭔가 새로움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명승) 함허정은 조선 중종 38년(1543년) 제호정(霽湖亭) 심광형(1510~1550)이 지역 선비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은 정자였다. 함허정 앞 매화밭을 지나면 강변을 약 20분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제법 센 물살이 흐르는 곳에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1992년)에 나오는 플라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리를 건너니 하중도(河中島)인 제월섬이 나온다. 섬에는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고 연노랑 꽃잎이 아름다운 수선화가 활짝 웃고 있다. 제월섬을 통과하고 다리를 건너면 다시 함허정 뒷동산으로 이어진다. 대숲과 솔숲이 우거진 고즈넉한 숲길이다. 곡성의 유서 깊은 사찰 태안사 입구에도 호젓한 계곡 트레킹 길이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지어진 정자 능파각(凌波閣)에서 듣는 물소리가 청명하다. 1737년(영조 13년)에 지어진 능파각을 제대로 보려면 계곡 밑으로 내려가 올려다보는 것이 좋다. 능파(凌波)란 ‘물결 위를 가볍게 걸어 다닌다’는 뜻으로 미인(美人)의 가볍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일컫는다. 계곡 바위 사이로 흘러 내려가는 폭포 위에 지어진 능파각은 허공에 떠서 물결 위를 날아다니는 듯 가벼워 보인다. 옛 선비들은 이런 계곡에 정자를 짓고 물소리, 바람 소리를 들었다. 무릇 풍류(風流)를 즐긴다는 것은 이렇게 좋은 봄날 집에만 있지 않고 자연 속에서 바람(風)과 물(流)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었던가. ● 서울에서 만나는 매화=서울 청계천 하동매실거리에서도 활짝 핀 매화 향기를 맡으며 산책할 수 있다. 2006년 하동군이 기증한 매실나무를 심어 만든 매화 군락지다. 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에 있다. 제2마장교 아래 둔치 길로 내려가면 매화길이 시작된다. 고궁에서도 봄꽃을 즐길 수 있다. 경복궁 아미산 화계, 창덕궁 낙선재 화계, 창경궁 옥천교 어구 일원이 대표적 명소다. 창덕궁에서는 전문 해설과 함께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봄을 품은 낙선재’(3월 21일~4월 6일), 국보 동궐도 속 나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덕궁 나무답사’(4월 19일~5월 6일)가 마련된다. 덕수궁에서는 살구꽃과 함께 주요 전각 내부를 볼 수 있는 ‘전각 내부 특별 관람’(3월 28일~4월 5일)이 운영된다.구례 곡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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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야…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매화는 벚꽃보다 일찍 피어나 봄을 알린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추운 겨울부터 꽃을 피워내는 매화를 절개의 상징으로 보고 사랑했다. 국내에는 수많은 매화나무가 있겠지만,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매화는 수령이 수백 년 된 고목(古木)에서 피어난 꽃이다. 전남 구례와 곡성의 봄꽃이 흐드러진 섬진강변으로 매화 향기를 찾아 떠났다.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 김초희 감독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년)에는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는 대사가 나온다. 주인집 할머니(윤여정 역)가 노년에 한글을 배워 처음 쓴 시다. 이 시를 낮게 읊조리던 주인공 찬실이(강말금 역)는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오열하고 만다. 해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꽃이 돌아온다. 죽은 듯이 보였던 나무에 새순이 돋고 꽃망울이 터진다. 계절이 가면 꽃은 시들겠지만, 또 다른 꽃이 피어난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꽃은 돌아온다. 그러나 한번 가버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 봄의 첫 꽃 소식이 전해오는 광양 매화축제나 구례 산수유축제에는 사람이 인산인해로 몰려든다. 매화는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수령 200∼300년 된 고목에서 피어나는 매화는 더욱 신비스럽다. 겨울에 죽음 같은 추위를 견뎌내고, 수백 년 세월 동안 봄이면 회춘(回春)해 싱싱한 꽃으로 다시 돌아온다니…. 그 변함없는 생명의 힘을 확인하고자 고매(古梅)를 찾는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매화나무는 전국 4곳에 있다. 전남 구례 화엄사 ‘화엄매’와 ‘들매’,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강원 강릉 오죽헌 ‘율곡매’다. 지난주부터 일부 개화하기 시작한 천연기념물 매화들은 이번 주말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매화는 빛깔에 따라 백매, 청매, 홍매로 구분한다. 매화를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하면 바닷속 산호처럼 신비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지난 주말 화엄사 각황전 옆에는 가장 유명한 화엄매인 홍매가 피었다. 일반적인 분홍색이 아니라 진한 검은색 벨벳처럼 고급스러운 빛깔이라 ‘흑매’로 불리기도 한다. 높이 8.2m 화엄매가 만개하면 새벽부터 사진가와 관광객이 몰려든다. 텅 빈 화엄사 경내 마당을 빗자루로 비질하는 스님 위로 고즈넉하게 피어난 홍매를 찍기 위해서다. 화엄매는 대웅전 뒷담으로 돌아가 언덕 위에서 내려 찍어야 제맛이다. 하도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려들다 보니 화엄사 측에서는 사진 촬영 포인트에 계단형 전망대도 만들어 놓았다. ​ 그러나 화엄사에서 홍매만 구경하고 가는 것은 섭섭하다. 대웅전 뒤편 울창한 대밭 숲을 지나면 구층암에 또 다른 천연기념물 ‘들매’(수령 450년 추정)가 피어나기 때문이다. 들매는 들장미, 들국화처럼 들에 핀 매화다. 매화는 중국이 원산지로 집이나 사찰에 심어 가꾸는 대부분은 꽃이 예쁜 품종을 골라 접붙여서 번식시킨다. 그러나 들매는 사람이나 동물이 매실 과육을 먹고 버린 씨앗이 싹이 터서 자란다. 들매는 꽃과 열매가 재배 매화보다 작지만 꽃향기는 오히려 더 강하다고 한다. 화엄사 들매가 먼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었고 올 2월 각황전 홍매도 함께 화엄매로 지정됐다. 노거수(老巨樹) 탐사 전문가 임혁성 씨는 “봄에 화엄사에 수십 번 와 봤지만, 이렇게 들매에 꽃이 많이 달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구층암에서는 요사채 처마를 받치고 있는 울퉁불퉁한 모과나무 기둥을 감상하고, 스님이 만들어주시는 화엄사 죽로야생차(竹露野生茶)를 맛보는 것도 별미다. 대나무 밑에서 이슬을 먹으며 자란 야생 차나무 찻잎을 따서 손으로 직접 만든 녹차다. 특히 세월에 숙성시킨 발효차는 부드러운 향으로 속을 풀어주는 맛이 있다. 순천 선암사 무우전과 팔상전 주변에 담장을 따라 꽃그늘을 드리우는 20그루 매화 중 고목으로 자란 백매와 홍매 2그루는 선암매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고려 때 중건한 선암사 상량문에 매화 관련 기록이 남아 있어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크다. 율곡매는 오죽헌이 들어설 당시인 1400년경에 심어져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직접 가꾸었다고 전한다. 신사임당은 ‘고매도’ ‘묵매도’를 비롯해 많은 매화 그림을 그렸고 맏딸 이름도 매창(梅窓)으로 지을 만큼 매화를 사랑했다. 수령 6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율곡매는 2017년 냉해를 입은 후 피는 꽃 양은 크게 줄었지만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 수령 350년 넘는 백양사 고불매(古佛梅)도 꽃이 비처럼 내린다는 우화루 옆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내장산 국립공원에 있어 매화가 비교적 늦게 피어 이달 말까지 매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섬진강 따라 꽃 여행 구례에서 곡성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변은 매화와 산수유 천지다. 곡성군 입면 제월리 함허정(涵虛亭)에서 윤슬이 반짝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간다. 함허(涵虛)는 ‘텅 빈 시간에 젖어 든다’는 뜻이다. 번잡했던 일상의 욕심을 버리고 내 안을 비우다 보면 뭔가 새로움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명승) 함허정은 조선 중종 38년(1543년) 제호정(霽湖亭) 심광형(1510∼1550)이 지역 선비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은 정자였다. 함허정 앞 매화밭을 지나면 강변을 약 20분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제법 센 물살이 흐르는 곳에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1992년)에 나오는 플라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리를 건너니 하중도(河中島)인 제월섬이 나온다. 섬에는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고 연노랑 꽃잎이 아름다운 수선화가 활짝 웃고 있다. 제월섬을 통과하고 다리를 건너면 다시 함허정 뒷동산으로 이어진다. 대숲과 솔숲이 우거진 고즈넉한 숲길이다. 곡성의 유서 깊은 사찰 태안사 입구에도 호젓한 계곡 트레킹 길이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지어진 정자 능파각(凌波閣)에서 듣는 물소리가 청명하다. 1737년(영조 13년)에 지어진 능파각을 제대로 보려면 계곡 밑으로 내려가 올려다보는 것이 좋다. 능파(凌波)란 ‘물결 위를 가볍게 걸어 다닌다’는 뜻으로 미인(美人)의 가볍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일컫는다. 계곡 바위 사이로 흘러 내려가는 폭포 위에 지어진 능파각은 허공에 떠서 물결 위를 날아다니는 듯 가벼워 보인다. 옛 선비들은 이런 계곡에 정자를 짓고 물소리, 바람 소리를 들었다. 무릇 풍류(風流)를 즐긴다는 것은 이렇게 좋은 봄날 집에만 있지 않고 자연 속에서 바람(風)과 물(流)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었던가. ● 서울에서 만나는 매화 서울 청계천 하동매실거리에서도 활짝 핀 매화 향기를 맡으며 산책할 수 있다. 2006년 하동군이 기증한 매실나무를 심어 만든 매화 군락지다. 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에 있다. 제2마장교 아래 둔치 길로 내려가면 매화길이 시작된다. 고궁에서도 봄꽃을 즐길 수 있다. 경복궁 아미산 화계, 창덕궁 낙선재 화계, 창경궁 옥천교 어구 일원이 대표적 명소다. 창덕궁에서는 전문 해설과 함께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봄을 품은 낙선재’(3월 21일∼4월 6일), 국보 동궐도 속 나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덕궁 나무답사’(4월 19일∼5월 6일)가 마련된다. 덕수궁에서는 살구꽃과 함께 주요 전각 내부를 볼 수 있는 ‘전각 내부 특별 관람’(3월 28일∼4월 5일)이 운영된다.동아일보가 간추린 이 계절 여행 이야기, <여행의 기분>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글·사진 구례·곡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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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B개막 전야 ‘미스터 션샤인’이 주한미대사관저에 초대된 까닭은? [전승훈의 아트로드]

    “LA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이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연중 화창한 날씨로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라고 불립니다. 션샤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엔데, ‘미스터 선샤인’과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스타 이병헌 배우도 오늘 오셨습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20일 서울 고척돔구장에서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개막전을 하루 앞둔 저녁.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저 하비브하우스에서 캘리포니아 관광청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는 리셉션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아담 버크 로스앤젤레스(LA) 관광청장, 줄리 코커 샌디에이고 관광청장, 배우 이병헌, 전 KBO 프로야구 선수 유희관, 홍성흔(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코치)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인사말에서 “여러분과 함께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개막을 축하하고, 캘리포니아주를 장려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레드삭스(RedSox)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고 말했다. 고척돔에서 열리는 개막전은 캘리포니아주 LA와 샌디에이고의 경기이지만, 자신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라는 것을 밝힌 조크였다.골드버그 대사는 “야구는 미국과 한국, 일본에서도 모두 열광하는 스포츠”라며 “박찬호 선수는 한국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고, 홍성흔 선수는 샌디에이고에서 코치로 일하셨고, 김하성선수와 고우석 선수, 다르빗슈 유 선수가 샌디에이고에서, 오타니와 야마모토 같은 선수도 LA다저스에서 맹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벽을 허물게 하는 야구의 힘을 가장 감동적으로 보여준 예는 재키 로빈슨 선수입니다. LA다저스가 자부심을 느끼는 선수인데요. 1947년 로빈슨 선수가 브루클린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로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 악명 높았던 피부 세계의 벽이 무너졌습니다. 그의 용기와 끈기는 이후 전세계의 많은 이들이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현재 MLB에 등록된 선수 중 28%는 미국 외의 지역 출신의 선수들입니다.”골드버그 대사는 “이번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통해 한미 양국간 교류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며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를 본 분들이 미국에 직접 가서,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중에 하나인 야구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고 말했다.골드버그 대사는 마지막으로 이날 행사가 열린 정동 미국대사관저에 대해 설명했다. 한옥스타일로 지어진 미국대사관저 안마당에는 신라시대의 유물인 경주 ‘포석정’을 본뜬 연못도 조성돼 있다.“오늘 행사가 열리는 이 곳은 굉장히 특별한 역사적 장소입니다. 한국식 한옥 스타일로 건축했지만, 미국에서 온 목재를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한미 양국간의 특별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아랫쪽에 1880년대부터 미국이 처음 수교한 이후로 사용했던 주한미국공사관 한옥건물도 남아 있습니다. 서울의 외교의 중심부였던 정동의 역사적인 장소에 와 주신 것을 환영합니다.“주한미국공사관 건물은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쫓기는 노비에서 미국 해병대 대위로 돌아온 ‘유진 초이’(이병헌)가 근무하던 장소였다.캘리포니아주 홍보대사이기도 한 배우 이병헌은 “드넓은 바다와 숨막히는 경관, 아이코닉한 도시, 넘쳐나는 에너지, 한계없는 가능성이 가득찬 캘리포니아는 어쩌면 야구하고도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같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는 “웰컴 투 MLB서울시리즈! 레츠 플레이볼!(Let‘s Play Ball) 레츠 플레이 캘리포니아!(Let’s Play California)”라고 건배사를 했다.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는 MLB개막식이기도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대적인 관광 프로모션을 알리는 이벤트이기도 했다.아담 버크 로스앤젤레스 관광청장은 “LA는 11개의 프로팀과 30개 이상의 우승컵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도시”라며 “2024년 메이저리그 개막은 물론 2026년 MLB올스타, 위민스 오픈 챔피언, 힙합월드컵, 2027년 슈퍼볼, 2028년 LA올림픽까지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수도이자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는 올해 서울에서 ‘LA는 현재 상영중(Now Playing’ 캠페인을 통해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한다”며 “이번 캠페인은 LA 관광청 역사상 한국 시장에 가장 큰 투자를 한 캠페인이며, SM 엔터테인먼트의 신예 케이팝 아이돌 그룹인 ‘라이즈(RIIZE)’와 함께 진행되는 특별한 오프라이징 캠페인이라는 점에 더욱 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한국은 로스앤젤레스 관광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4대 시장으로 진입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로스앤젤스에는 5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이했고, 한국은 이 중 33만 명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2024년에는 100% 이상 회복된 한국 관광객 33만 6천 명 이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와 부산은 자매결연 도시로 더욱 깊은 뜻을 갖고 있습니다.”줄리 코커 샌디에이고 관광청장은 “샌디에이고는 70마일의 해변가를 즐길 수 있고, 골프코스와 레고랜드, 사막과 쇼핑센터까지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며 “그 중에서도 김하성 선수가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홈구장인 ‘펫코파크’는 미국에서 제일 최고시설의 야구 스타디움으로 뽑힌 아름다운 구장”이라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아담 버크 LA관광청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한 말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20, 21일 MLB 서울시리즈 경기를 하죠. 야구에서는 LA든, 샌디에이고든 반드시 지는 팀은 있을 겁니다. 그러나 누구나 샌디에이고나 LA를 방문하시면, 절대로 지는 일은 없고 항상 위너가 되실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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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세잔의 아틀리에 사과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에는 폴 세잔(1839∼1906)의 아틀리에가 있다. 세잔은 1902년부터 1906년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이곳에서 사과를 그렸다. 작업실에는 세잔이 쓰던 붓과 물감, 팔레트, 편지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가운데 테이블 흰 보자기 위에는 매일 싱싱한 사과도 새로 갖다 놓는다.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열었던 세잔의 사과는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사과’처럼 인류의 역사를 바꾼 사과로 불린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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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합 리조트 ‘인스파이어’에서 영감을 떠올리다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미국 복합 리조트(IR) 전문 기업 모히건의 인스파이어(INSPIRE) 리조트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길이 150m에 이르는 로비 통행로 벽면과 천장을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으로 수놓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거리 오로라(Aurora)는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관광객들이 몰려 인증샷을 찍는 명소가 되고 있다. 매시 정각과 30분에 펼쳐지는, 대형 고래가 천장을 헤엄치는 영상쇼가 압권이다. 5일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치른 인스파이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캐나다 온타리오 등 북미에서 7개 복합리조트 사업을 하는 모히건이 아시아에 처음으로 만든 리조트다. 총투자금액만 6조 원에 이르는 인스파이어는 모히건이 30년간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 카지노·리조트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이날 그랜드 오프닝은 인스파이어 아레나 입구에 있는 다목적 원형홀 로툰다에서 열렸다. 로툰다 천장에 달린 지름 30m, 높이 20m 규모 키네틱 샹들리에는 여러 개의 작은 LED 패널이 제각각 움직이며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이날 행사에는 북미 인디언 부족 출신 모히건사 경영진과 부족장 등도 참석해 북을 두드리며 노래하고 화이트 세이지 허브를 태워 향을 피우며 인디언 기도를 올리는 등 모히건 부족 전통 의식도 선보였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도 참석했다. 유 장관은 “인스파이어는 K컬처를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가 되고 한국 문화관광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16억 달러 규모가 투자되는 인스파이어 리조트로 일자리가 3000개 이상 생겨나 한국에 새로운 경제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히건이 2015년경 아시아 첫 진출지로 선택한 곳이 영종도였다. 동북아 허브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데다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한류, 2600만 명 수도권 인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다. 인스파이어가 이번에 정식 개장한 것은 3개 타워로 구성된 1275실 규모 5성급 호텔과 1만5000석을 갖춘 국내 최초 공연 전문 공간 아레나, 그리고 마이스(MICE) 시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실내 유리 돔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 등이다. 특히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국내에서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설립 허가가 났다. 문체부는 인스파이어 개장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연간 300만 명 추가로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스파이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역시 아레나다. 이달 2일에는 싸이와 태양이 공연했고 8, 9일에는 세계적 팝스타 밴드 머룬파이브 단독 공연이 열렸다. 16일에는 에픽하이 콘서트가 열리고 27∼31일에는 세계 유명 탁구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WTT 챔피언스 인천이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개장한 인스파이어 리조트 면적은 약 46만1661㎡(약 14만 평)로 축구장 64면을 펼쳐놓은 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전체 사업 규모 10% 정도인 1A 단계 완성에 불과하다. 모히건은 올 상반기에 1B 단계인 복합쇼핑몰, 1000석 규모 푸드코트, 야외 엔터테인먼트 공간 ‘디스커버리 파크’ 등을 추가 개장할 계획이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조성 사업은 2046년까지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스파이어의 생산 유발 효과는 5조8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인스파이어가 직간접적으로 창출하는 일자리도 2만8000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스파이어 측은 “현재까지 약 2조 원이 투자됐는데 추가로 4조 원을 투입해 싱가포르, 마카오에 맞먹는 아시아 대표 관광지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영종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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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국립세계문자박물관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 있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사진)은 흰색 두루마리를 펼쳐놓은 듯 우아한 외관으로 주목을 끈다. 인류의 기록 매체인 종이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페이지스(Pages)’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원전 2000년 고대 서아시아 쐐기문자가 적혀 있는 원형 배 점토판,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진 카노푸스 단지, 구텐베르크 42행 성서, 북한산 진흥왕순수비 등 문자를 통해 소통해 온 인류 역사의 흐름을 다양한 유물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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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정동 주한 영국대사관

    서울 덕수궁 옆 정동에 있는 영국대사관저는 1892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개화기 대사관 중에서 현재까지 원형 그대로 사용되는 유일한 외교공관이다. 대사관 후원의 빅토리아풍의 빨간 벽돌 건물은 대사 부부가 살고 있는 대사관저다. 테라스가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한 건축 양식이다. 관저는 한국과 영국의 전통공예품과 현대미술품으로 꾸며져 있는데,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경북 안동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도 전시돼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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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와산 계곡에서 자연과 하나 됐네… 별유천지비인간[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계곡물에 둥둥 떠내려가다 보니 울창한 밀림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런 하늘을 감상하는 경험을 상상이나 했을까. 자연에 파묻혀 하나 된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 게다.》 필리핀 세부와 보홀은 리조트에서 휴양하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던 섬이다. 그러나 휴양지였던 섬들이 청정 자연을 탐험하고 아찔한 액티비티(활동)를 즐기는 체험 관광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수백 년 된 나무들로 이뤄진 울창한 숲이 아마존처럼 펼쳐진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고 바다에서 고래상어, 거북이와 함께 헤엄치며 영상을 남기는 여행이다.● 영화 ‘아바타’ 폭포와 계곡 다이빙 세부섬은 필리핀의 대표적인 리조트 휴양지이자 제2의 도시다. 또한 세부는 세계사에 중요한 자취를 남긴 섬이기도 하다. 1519년 역사적인 첫 세계일주를 통해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입증한 마젤란이 스페인에서 출발해 남미와 태평양을 거쳐 3년 만에 도착해 숨진 곳이 바로 세부섬이다. 그가 1521년 세부의 추장과 부하 800여 명을 기독교도로 개종시켜 치른 세례식 장면은 세부시청 앞 팔각당 내부 천장 벽화로 남아 있다. 팔각당에는 ‘마젤란 십자가’도 세워져 있다. 마젤란은 막탄섬에서 원주민과 전투하다 목숨을 잃었다. 세부시청이 있는 세부시티는 유럽과 아시아가 절묘하게 혼합된 필리핀 문화의 배경임을 알려주는 스페인 점령기 유산을 볼 수 있는 역사도시다. 마젤란이 선물했던 산토니뇨상(像·어린 예수 그리스도상)이 있는 성 어거스틴 교회, 스페인 침략자에 맞서 싸운 라푸라푸 추장 동상, 스페인 총독이 세운 산페드로 요새 같은 유물과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2월.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겨울 휴가를 떠났다. 필리핀은 성수기인 여름보다 겨울과 봄이 여행하기에 좋다. 날씨도 좋고 비교적 한가하며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가족여행 테마는 자연을 탐험하는 익스트림 레포츠였다. 특히 세부 남부에는 할리우드 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영화 ‘아바타’(2009년)를 만들 때 영감을 받은 울창한 숲과 폭포가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투말로그 폭포다. 입구에서 현지인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타고 약 10분을 달리면 절벽에서 계단을 이루며 떨어지는 웅장한 폭포를 만난다. 요즘 세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액티비티는 카와산 캐니어링(Kawasan Canyoneering)이다. 세부 남부 바디안에 있는 카와산 폭포 상류 계곡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레포츠다. 석회 성분이 있어 뿌옇다는 계곡물은 초록색 숲과 만나 신비한 터키색 혹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난다. 이 계곡에서 수중 미끄럼틀을 탄다. 절벽 바위에서 몸을 한 바퀴 빙글 돌며 다이빙을 한다. 높은 나무 줄기에 매달아 놓은 줄을 잡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유튜브 영상에서나 봄 직한 장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이다. 탐험은 계곡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헬멧과 구명조끼, 아쿠아슈즈 같은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집라인(zipline)으로 계곡을 건너간다. 익스트림 레포츠다 보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 예방. 관광객 1인당 현지인 가이드 한 사람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손을 잡아 준다. 점프 요령을 가르쳐 준다. 물속에서 끌어주며 인도해 준다. 어린이나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큰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가이드들은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운 “상남자네요!” “대박!” 같은 서툰 한국말로 환호를 보내고 수중 액션카메라로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준다. 가이드들의 응원 속에 어느새 3시간가량 걸리는 계곡 코스를 완주한다. 계곡물에 둥둥 떠내려가다 보니 울창한 밀림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런 각도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상상이나 했을까. 그야말로 자연에 파묻혀 하나 된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 게다.● 고래상어와 헤엄을가족과 함께 해외에서 다이빙을 해보는 것이 내 오랜 버킷리스트였다. 아내가 2020년 제주 해녀학교에서 물질과 다이빙을 배운 이후 온 가족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동해와 남해, 제주 바닷속을 구경했다. 세부 막탄섬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숍이 많다. 호핑투어(hopping tour)나 스쿠버다이빙을 신청하면 인근 연안에 있는 올랑고섬, 힐루퉁안섬 등의 포인트에 가서 열대어들을 구경할 수 있다. 말미잘 속에 살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의 주인공 물고기와 미동도 없이 빙글빙글 도는 거대한 잭피시 떼, 마리곤돈 동굴 입구로 비치던 신비스러운 푸른빛과 공기방울은 몽환적인 느낌이다. 막탄섬 인투더블루(In2theblue) 다이빙숍 조항태 강사는 “막탄 앞바다에 아름답게 보존된 산호 정원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라고 말했다. 세부섬 남쪽 해변마을 오슬로브에는 고래상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동틀 무렵인 오전 6시. 벌써부터 관광객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동트기 시작할 때부터 정오까지 고래상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가 떠오르자 해변에서 배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구명조끼를 입은 관광객들을 태우고 해변에서 약 100m 떨어진 바다로 나아간다. 자세히 보니 마을 주민들이 고래상어에게 밥을 주고 있다. 먼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사는 고래상어는 아침마다 규칙적으로 밥을 먹으러 해변 가까이로 몰려든다. 고래상어는 커다란 입을 벌려 배 위에서 주민이 주는 새우 뭉치를 말 그대로 흡입한다. 고래상어가 식사를 하고 배 주위를 한 바퀴 돌 때마다 옆에 있는 배에 매달려 있던 사람들이 함께 헤엄친다. 가까이에서 본 거대한 고래상어는 감동적이었다. 바닷물을 통과한 찬란한 빛이 고래상어 등 그물무늬 속 흰 점들에 일렁이는 물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상냥한 거인으로 불리는 고래상어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데다 아름다운 자태 때문에 인기가 높다. 케냐에서는 ‘신이 고래상어 등에 실링 동전을 뿌려 놓은 것 같다’는 의미에서 파파실링기라고 부른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등에 별이 가득 찬 듯 보인다’는 뜻에서 마로킨타나(많은 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슬로브 고래상어는 아침에 밥을 먹은 뒤 하루 종일 큰 바다에 나가서 놀다가 다음 날 아침이면 되돌아온다. 고래상어 덕분에 유명 관광지가 돼 먹고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가장 소중한 가족처럼 돌본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보홀세부에서 배로 2시간 거리인 보홀섬은 필리핀에서 10번째로 큰 섬이다. 면적이 제주도 2배 크기로 부속 섬이 70여 개 딸려 있다. 이 중 보홀 남서쪽 팡라오섬이 대표적 관광지다. 보홀국제공항도 팡라오섬에 있다. 이 섬의 가장 넓은 해변인 알로나 비치에는 길게 늘어선 야자수 아래 밤마다 테이블이 놓이고 망고주스와 해산물 요리를 먹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알로나 비치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면 돌고래 떼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돌핀 워칭과 호핑투어, 다이빙 같은 해양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팡라오섬 알로나 비치 인근에 있는 ‘고투다이브(Go2dive)’에서 배로 30여 분 거리 떨어져 있는 발리카사그섬은 보홀을 대표하는 최고의 다이빙 명소다. 발리카사그섬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거북이를 만났다. 아내는 “아들의 태몽이 거북이 꿈이었다”며 신기한 듯 거북이의 얼굴을 한참을 들여다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 수천 마리 정어리 떼와 고등어 떼가 온몸을 감싸고 고래상어가 눈앞을 지나가는 행운도 만날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보홀은 아찔한 자연경관에서 다양한 모험과 치유의 느낌을 즐길 수 있다. 보홀의 ‘초콜릿힐’은 200만 년 전 광활한 평원에 원뿔형 언덕 1200여 개가 키세스 초콜릿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에서는 공중에 매달린 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초콜릿힐의 웅장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몸집 10cm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로 알려진 타시어 안경원숭이 보호구역도 있다. 커다란 눈 때문에 영화 ‘스타워즈’ 요다와 ‘그렘린’ 기즈모의 모티브가 된 안경원숭이를 만날 수 있다. 글·사진 세부·보홀=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일부 사진 필리핀 관광부 제공}

    • 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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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모항 ‘생각하는 사람 바위’

    전북 부안군 변산 격포항에서 남쪽으로 6.5km 떨어진 곳에는 모항이 있다. 해변의 숲길을 걷다 보면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외계인 같기도 하고,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는 바위가 나온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부안의 19개 지질 명소 중 하나다. 바위는 해질 녘 턱을 괴고 있는 손 주위로 붉은 해가 걸린 사진을 찍을 때 진면모를 드러낸다. 기회가 닿으면 꼭 한번 노을 질 때 다시 찾고 싶은 바위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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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추럴 와인은 ‘3無’ 와인입니다”

    “해마다 방문하는 유럽 와인 생산자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오래된 사찰 템플스테이’ ‘발효 장인과의 만남’ 등을 했어요. 올해는 강원 평창에서 전통 발효식품 김치와 막걸리 제조 장인을 방문할 예정입니다.”(최영선 비노필 대표) 유럽 5개국, 25개 와이너리에서 온 와인 제조가 35명이 참가하는 ‘2024 살롱오(Salon O)’가 24, 25일 부산과 서울에서 열린다. 살롱오는 최신 유행의 내추럴 와인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스탠딩 파티 형식의 시음회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에서 온 와인 메이커가 자신이 직접 만든 내추럴 와인을 소개한다. 2017년 처음 개최된 살롱오는 유럽에서 트렌드를 이끌던 내추럴 와인을 국내에 본격 소개하면서 인기를 끌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다시 열려 내추럴 와인 애호가 1200여 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살롱오를 주최하는 재불(在佛) 와인 에이전시 최영선 비노필 대표는 “내추럴 와인은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양조 과정에서도 화학적 첨가제 없이 발효시켜 만든 와인”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살롱오에 참가하는 이탈리아 라미디아의 다비드 젠틸, 마르코 줄리아니 씨는 내추럴 와인에 대해 화학비료, 화학첨가물, 결점이 없는 ‘3무(Three Zero)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내추럴 와인의 기본은 살아 있는, 건강한 포도입니다. 올바른 발효와 숙성을 위해서는 화학비료가 없는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해야 하지요. 양조 과정에서 화학첨가물없이 100% 포도즙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럴 경우 일반 와인에 비해 신맛이 세거나, 산화가 빨리 일어날 수 있는데 박테리아 및 산화 방지를 위해 매 순간 섬세하게 관리해 ‘무결점’ 와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일 슈미트 와이너리의 비앙카 슈미트 씨도 이메일 인터뷰에서 “두 번째 한국 방문”이라며 “자연적인 농법과 제조 과정의 중요성을 알고, 안목이 높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같은 나라”라고 한국에 오는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 와인 메이커 장미셸 스테팡 씨는 “와인은 음식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음료이기 때문에 자연과 농부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소비자가 아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며 “프랑스에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내추럴 와인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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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문화역서울284

    옛 서울역은 80년 동안 서울의 관문으로 교통과 교류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2004년 KTX 신역사가 생기며 문을 닫았던 서울역은 2년여의 공사 끝에 2011년 ‘문화역서울284’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284는 옛 서울역의 사적 번호라고 한다. 내부 천장에는 태극 문양을 중심으로 강강술래를 형상화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1층에 8개, 2층에 6개의 전시 공간이 있고 건물 오른편에는 RTO 공연장도 마련돼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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