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핏자국에 간장 뿌렸지만… 국과수는 못속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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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털다 혈흔 남긴 50대 구속

한옥 대문의 열쇠고리는 허술했다. 소형 드라이버만 있으면 10초 안에 문을 열고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전에도 한옥에 몰래 들어가 귀금속 등을 훔친 경험이 있었다. 경찰에 잡혀 총 18년간 옥살이를 했지만, 이번엔 잘할 자신이 있었다. 절도 전과 11범 고모 씨(54)는 베테랑 ‘한옥 털이’를 자신했다.

올해 7월 말 그는 서울 종로구의 한옥으로 향했다. 집안을 둘러보니 인기척이 없었다. 드라이버로 별채 창문을 뜯기 시작했다. 유리가 깨지면서 손이 베여 피가 흘렀다. 수건으로 지혈을 하면서 노트북컴퓨터와 외장하드를 훔쳤고, 핏자국을 깨끗이 닦았다. 혹시나 혈흔이 남아 덜미를 잡힐까봐 방에 있던 500mL짜리 간장을 방안에 마구 뿌렸다. 부엌칼로 방 안의 이불을 찢고, 칼을 베개에 꽂아두기도 했다. 방 주인에게 ‘신고할 생각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현장을 유심히 관찰했다. 간장 자국 사이로 희미한 혈흔이 남아 있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고 씨로 판명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북촌한옥마을 등 종로구와 성북구 일대의 한옥과 단독주택을 털어온 고 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빈집털이#절도#핏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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