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눈 안에 호랑이는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매킬로이, 브리티시오픈 17언더 정상… 25세 나이에 메이저 3개 대회 석권
“2015년 마스터스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우즈, 역대 메이저 출전 최하위 69위

남자 골프에서 4대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모두 따낸 사람은 역대로 5명밖에 없다. 진 사라젠, 벤 호건(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만이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의 트로피를 모두 수집했다.

이르면 내년 4월 마스터스에서 6번째 주인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6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근접한 선수는 ‘돌아온 젊은 황제’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다.

매킬로이는 21일 영국 호일레이크의 로열리버풀GC(파72·7312야드)에서 끝난 제143회 브리티시오픈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2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리키 파울러(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클라레 저그(이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은으로 만든 술 주전자)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97만5000파운드(약 17억 원).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매킬로이는 이로써 메이저대회에서 3승째를 따냈다. 25세의 나이에 벌써 3개의 서로 다른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것이다. 그보다 어린 나이에 3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니클라우스(당시 23세)와 우즈(당시 24세)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유지하며 우승한 매킬로이는 세계랭킹도 2위로 뛰어올랐다.

이번 우승이 매킬로이에게 더욱 특별한 것은 갖은 풍파를 헤치고 이뤄낸 우승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클럽을 교체하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5월에는 미녀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와 파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듯 시련 속에서 그는 더욱 강해졌다. 예전에는 한순간에 쉽게 무너지곤 했지만 이날은 가르시아에게 2타 차로 쫓기는 와중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버디를 잡아내는 등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였다.

매킬로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골프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건 밤에 잠자러 갈 때건 골프를 생각한다.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골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당장 그의 시선은 내년 4월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리는 마스터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는 “내년 마스터스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하고 싶다. 오거스타에서 티샷을 하는데 편안했고, 점점 더 편안해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킬로이는 2011년 대회 때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최종일에 4타를 잃어 공동 15위로 미끄러진 적이 있다. 이젠 경험도 충분히 쌓았고 한층 성숙해졌기에 우승 기회를 잡는다면 좀처럼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허리 수술을 받고 올 시즌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골프 황제’ 우즈는 최종합계 6오버파 294타로 69위에 머물렀다. 이는 우즈가 프로로 전향한 후 컷을 통과한 메이저대회에서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다. 종전 기록은 2012년 마스터스와 지난해 PGA챔피언십 때의 공동 40위였다. 메이저대회 우승 14회에서 몇 년째 머물고 있는 그는 “실수가 너무 많았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이제 막 재활을 마친 참이다.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로리 매킬로이#제143회 브리티시오픈#캐럴라인 보즈니아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