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 “음악하는 사람이니 음악 해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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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8일 07시 00분


가수 윤상은 대학생이던 1988년을 잊지 않고 있다. 작곡가 데뷔 25주년을 맞는 올해, 첫 자작곡 ‘여름밤의 꿈’을 추억하고 노래하는 6일 간의 콘서트를 연다. 관객과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 콘서트다. 사진제공|오드뮤직
가수 윤상은 대학생이던 1988년을 잊지 않고 있다. 작곡가 데뷔 25주년을 맞는 올해, 첫 자작곡 ‘여름밤의 꿈’을 추억하고 노래하는 6일 간의 콘서트를 연다. 관객과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 콘서트다. 사진제공|오드뮤직
■ ‘여름밤의 꿈’ 작곡 25주년…소극장서 콘서트 여는 윤상

음악 매진하기 위해 라디오 등 하차
드럼 없이 기타 2대 편성구도 독특
가수들에게 줬던 곡 메들리로 엮어

1988년, 대학생 윤상은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고 싶어 음악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로 했다. 당시 서울 신촌 근처에 살았던 윤상은 신촌블루스를 따라다니며 공연 스태프처럼 활동했다. 작곡가를 꿈꿨던 윤상은 언젠가 자신의 자작곡을 신촌블루스가 부르게 하리란 마음으로 공연장에서 조명 보조일도 하고, 공연 포스터도 붙였다. 어느 정도 안면을 익힌 윤상은 “사실 나도 곡 쓰는 사람”이라 소개하며 자작곡 4곡이 담긴 데모(견본) 테이프를 신촌블루스에 전했다. 어느날 신촌블루스의 보컬 김현식이 4곡 중 1곡을 자신의 앨범에 담겠다고 했다. 1988년 9월 김현식 4집이 발표됐고, 두 번째 트랙으로 담겼다. 제목은 ‘여름밤의 꿈’. 윤상이 작곡가로 처음 세상에 알려진 순간이다.

윤상이 고교 2학년 때 만든 ‘여름밤의 꿈’은 그의 작곡가 데뷔곡이기도 하지만 처음으로 가사까지 붙여 ‘완제품’으로 만든 곡이다. 유복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윤상은 어느 여름 밤, 반지하 방에서 품었던 청춘의 꿈을 노래로 만들었고, 몇 년 후 김현식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13년 여름, 윤상이 다시 ‘여름밤의 꿈’을 노래한다. 12∼14일, 19∼21일 서울 서교동 롯데카드아트센터에서 ‘윤상 소극장 콘서트-여름밤의 꿈’이란 이름을 내건다. 작곡가 데뷔 25주년을 맞아 ‘처음’을 되돌아보자는 의미다.

“그저 감사하다.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니까…. 처음엔 노래를 부른다는 생각은 없었고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게 좋았는데…. ‘여름밤의 꿈’을 생각하면, 그 곡을 만들 때 내 방이 떠오른다. 그 곳이 싫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해 추억이 새롭다.”

‘여름밤의 꿈’은 당시 대중적으로 히트하지 않았지만, 김장훈 유리상자 김건모 조성모 적우 등이 리메이크해 부를 정도로 “은근히” 인기가 좋았다.

윤상은 이번 작곡가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을, 소박하지만 여러 의미를 담아 준비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소극장 공연이고, 6회 장기 공연도 처음이다. 드럼 없이 기타를 2대나 편성한 구성도 독특하다. 소극장 공연이라 평소엔 잘 해보지 않은 곡을 들려주기 위해 다른 가수에게 줬던 걸 메들리로 엮어 들려준다.

“예전 대학로 소극장에서 들국화, 해바라기 공연을 보면서 소극장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큰 무대와 다른 감성, 뭔가 소박하고 무장해제되는 느낌이 좋다. 관객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어 기대가 크다.”

동방신기 보아 소녀시대 아이유 등의 작곡가로도 잘 알려진 윤상은 “음악에만 매진”하기 위해 3년간 진행하던 KBS 2FM ‘윤상의 팝스 팝스’에서 자진 하차했고, 상명대 교수직도 그만뒀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준비했고, 가을엔 3년 만에 자신의 앨범도 낸다.

“사실 나는 브랜드화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어떤 이들에겐 ‘옛날 가수’란 이미지가 있을 테지만, 새로운 곡을 계속 선보이면서 다른 가수에 곡을 주는 작업은 상당히 일이 많다. 학교나 라디오를 하면서는 집중하기 어려웠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 음악을 해야 하지 않겠나.”

윤상은 게임음악을 하기도 했다. ‘아키에이지’란 게임에 참여하면서 작곡도 하고, 여러 팀을 꾸려 지휘하면서 ‘감독’일을 했다. 주위에서는 그를 두고 “게임음악계에 ‘음악감독’이란 직책을 만들어냈다” “게임음악으로 한류를 이끈다”고 평가한다.

윤상은 “그런 거창한 것보다 ‘작곡가이자 레코딩 음악 프로듀서’란 표현이 좋다”며 웃었다. 그는 새로운 25년을 내다보면서 “좋아했던 선배들처럼 ‘열심히 음악하는 사람’, ‘자신의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오랫동안 남고 싶다”면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여름밤의 꿈’이 세상에 나온 지 25년이 지난 지금, 윤상이 새로 꿈꾸는 또 다른 ‘여름밤의 꿈’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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