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형준]독도의 진실에 눈-귀 닫은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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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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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도쿄 특파원
박형준 도쿄 특파원
13일 일본 시마네(島根) 현 마쓰에(松江) 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 자료실’. 시마네 현 3청사 2층에 있는 자료실은 33m²(약 10평) 남짓한 자그마한 곳이다. 그런데도 독도 관련 자료는 방대했다. 일본 자료는 물론이고 조선왕조실록 같은 한국 자료도 적지 않았다.

일본은 1905년 2월 22일 고시 제40호를 통해 독도를 다케시마라 정하고 ‘시마네 현 오키(隱岐) 군 오키노시마(隱岐の島) 정’으로 편입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시마네 현은 2005년 2월 22일을 아예 ‘다케시마의 날’로 정해 이듬해부터 기념식도 갖고 있다.

그림과 함께 쉽고 상세한 설명을 읽다 보니 어린 일본 학생들까지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왜곡된 주장에 동참하는 배경을 알 만했다. 일방적으로 일본에 유리한 자료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어떤 부분이 왜곡됐는지 알 수 있다.

자료실 입구에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1905년 이후 자료는 많다. 하지만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3번이나 명시한 에도(江戶) 막부(1603∼1867) 시절과 메이지 유신(1868년) 전후 자료가 없다. 대표적인 왜곡 사례인 셈이다.

자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1년 9월 8일 일본과 48개 연합국이 맺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제주도, 거문도 등을 한국에 돌려줬지만 독도는 제외됐다’는 점을 독도 영유권 주장의 결정적 증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조치가 독도 영유권이 일본에 있는 것처럼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미국 내부 보고서가 있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시마네 현은 독도 영유권을 체계적으로 왜곡하려고 이 자료실에 각종 사료를 모았다. 자료실은 초중고교에 교육자료 배포 등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는 왜곡된 내용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마쓰에에서 만난 시민 일부는 “1905년 일본 정부가 다케시마를 시마네 현에 편입시켰으니 법적으로 일본 땅”이라고만 되풀이했다.

그런 그들에게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뒤 한반도 침략을 본격화했다. 그런 역사적 배경을 생각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한국의 과거 역사서(1454년 세종실록 등)에 독도가 한국 땅임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고 말하면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일본의 공식 정부문서(1877년 일본의 최고행정기관이었던 태정관·太政官 지령 등)에도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표시됐다”고 설명하면 깜짝 놀라며 몇 번이나 “정말이냐”고 묻기까지 했다. 왜곡된 역사교육을 받고 불편한 진실에 눈과 귀를 닫은 결과였다. 그런 일본이 안쓰럽다. ―마쓰에에서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독도#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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