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인물-의혹 각각 수사 총력전
檢, 광산署-수사팀장 주거지 등 수색… 警, 수사팀장 증거 인멸 가능성 조사
檢, 보완수사권 유지 필요성 부각… 警, 내부유착 의혹 벗어나기 안간힘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4·사진)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7일 검찰과 경찰이 각각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신청에 나섰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은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은 초유의 내부 유착 및 증거 인멸 의혹 등을 검찰이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해소하기 위해 저마다 속도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 검찰은 압수수색, 경찰은 구속영장
이날 광주지검은 장윤기 사건을 담당한 광주 광산경찰서와 수사팀장이었던 박모 경감(58) 등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광산서에서는 형사과장과 주무·지원 수사팀, 여성청소년 수사팀의 사무실이 전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수사팀 소속 경찰관 5명의 주거지도 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미 나흘 전인 3일 이번 의혹에 연루된 경찰관 다수를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이들에 대해 통신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이들은 장윤기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인 장모 경감(56)에게 수사 상황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수사팀이 장 경감에게 “(장윤기가) 경찰 가족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는데 쉬쉬하고 있다. 함구하라고 했다”고 말한 통화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경감은 형법상 친족 특례에 따라 아들 사건 증거인멸 혐의로는 입건되지 않지만, 검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 가능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와 별개로 경찰은 6일 긴급체포한 박 경감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8일 열린다. 앞서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수사대 중심이었던 전담팀에는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등이 합류하며 27명 규모의 특별수사팀으로 확대됐다. 광주에 사무실을 차린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진행 경과에 따라 수사 대상이 추가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은 박 경감을 직위 해제한 데 이어 수사팀원, 장 경감과 광산서 형사과장, 서장을 대기 발령했다. 사실상 광산서 전체를 수사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초동 수사 과정에서 박 경감이 촬영만 하고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은 ‘케이블 타이’에 대해 장윤기는 “집에서 전선을 묶는 용도”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 경감이 고의적으로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 보완수사권 논의 국면 속 검경 총력전
검찰과 경찰이 총력전에 나서면서 검경이 같은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동일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하는 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영장 청구 과정에서 혼선을 빚거나 중복 조사 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간 초동 수사 등은 경찰이 맡고, 사건 송치 이후에는 검찰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검찰은 경찰에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아직 송치 요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사건은 10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불거지면서 검경 모두 총력전에 나서는 양상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여권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천명한 상황에서 여론을 되돌릴 마지막 기회로 보는 기류도 감지된다. 서울북부지검 김호중 검사는 이번 의혹이 불거진 후인 3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보완수사권 없이 성범죄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며 ‘억울한 피의자, 피해자가 양산될 거라 확신한다’는 글을 올렸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거쳐 장윤기의 혐의를 일반 살인에서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해 구속 기소한 상태다.
경찰도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수사 능력은 물론이고 철저한 내부 감찰 역량까지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6일 취임 후 첫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의혹에 대해 “유구무언”이라며 “한 점 의혹 없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을 걷고 있고, 검찰은 검찰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과)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