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는 우라늄 핵분열로 생성된 핵분열 생성물, 우라늄이 중성자를 흡수해 핵변환이 돼 만들어진 우라늄보다 원자량이 큰 핵종인 초우란 원소(초우라늄 원소) 등을 포함한다. 이 방사성 물질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방사성 붕괴를 하며 열과 방사선을 방출한다.
원자로에서 막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용지 내 임시 저장수조에서 냉각된다. 저장수조의 물은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붕괴열을 없애는 냉각수이면서 방사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물은 펌프에 의해 저장수조와 열교환기 사이를 순환한다. 만약 펌프가 멈추면 열이 제거되지 않아 저장수조의 온도가 높아진다. 수온이 끓는점에 다다르면 물이 증발되고 수위가 낮아진다. 최악의 경우 사용후핵연료가 공기 중에 노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용후핵연료 손상이 일어나고 다량의 방사선이 외부로 방출된다.
올해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사고가 바로 이 경우다. 규모 9.0의 지진은 후쿠시마 원전으로 공급되던 전원을 끊었고, 뒤이어 덮친 쓰나미는 비상전원까지 고장 냈다. 원전의 모든 전원이 없어져 결국 저장수조의 펌프가 멈췄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지진으로 저장수조에 틈이 생기면서 물이 빠르게 새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1957년 옛 소련 핵무기제조시설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탱크가 냉각장치 고장으로 폭발했고, 1993년 미국 사우스텍사스 2호기에서는 열교환기 이상으로 저장수조의 수온이 13시간 동안 올라간 적이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태스크포스팀은 후쿠시마 사고 분석 후, 비상상황에서도 저장수조에 냉각수를 보충하고 저장수조 상황 파악에 핵심적인 수위, 수온, 방사선 준위 등을 계속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을 권고했다.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수조에 두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믿을 만한 안전설비가 갖춰져 있고 튼튼한 저장시설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집중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