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엿한 한국인이 됐습니다. 가슴이 벅찹니다.” 20일 부산 사하구 장림2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증을 받은 최춘자 씨(27)는 21일 “날아갈 듯이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인 아닌 한국인 결혼이주여성으로 겪었던 설움이 북받쳐 오르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 씨는 2007년 중국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시에서 부산으로 시집온 억척 한국아줌마. 네 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이중국적도 가능하지만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되기 위해 2월 중국 국적은 포기했다.
지난해부터 사하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매주 월 목요일 2일간 총 4시간 한국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2개월 만에 고급반에 오를 정도로 그의 한글 배움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한국생활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화 금요일에는 컴퓨터 수업을, 토 일요일에는 의료관광통역사 과정을, 수요일엔 한국어능력시험대비 수업을 받고 있다. 7월에 치러지는 한국어능력시험 중급과정에 도전할 계획이다.
최 씨는 최근 한국다문화센터가 주관한 ‘제2회 다문화 이중언어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신뢰’를 주제로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과정을 유창한 한국어로 3분간 발표했다. 한국인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이 마음이 신뢰로 바뀌었고 한국생활도 즐거워졌다는 사실을 잔잔하게 전달했다.
그는 올해 2월 사하경찰서와 신평1동 남영자동차운전전문학원의 도움으로 운전면허증도 땄다. 아들을 데리고 병원이나 어린이집을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운전면허증을 따기로 한 뒤 한 번에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에 합격한 것. 운전면허증을 따면 승용차를 사주겠다던 남편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지만 최 씨는 “경제도 안 좋고, 기름값도 비싸 당분간은 참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됐으니 일자리 하나 구하는 게 꿈입니다.” 최 씨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글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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