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되려 중국국적 포기… “내 이름은 최춘자, 한국사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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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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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양서 4년전 시집와… “주민증 받던 날 눈물쏟아”

20일 오후 부산 사하구 장림2동 주민센터에서 최춘자 씨(왼쪽)가 주민등록증을 받으며 웃고 있다. 장림2동 주민센터 제공
20일 오후 부산 사하구 장림2동 주민센터에서 최춘자 씨(왼쪽)가 주민등록증을 받으며 웃고 있다. 장림2동 주민센터 제공
“이제 어엿한 한국인이 됐습니다. 가슴이 벅찹니다.” 20일 부산 사하구 장림2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증을 받은 최춘자 씨(27)는 21일 “날아갈 듯이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인 아닌 한국인 결혼이주여성으로 겪었던 설움이 북받쳐 오르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 씨는 2007년 중국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시에서 부산으로 시집온 억척 한국아줌마. 네 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이중국적도 가능하지만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되기 위해 2월 중국 국적은 포기했다.

지난해부터 사하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매주 월 목요일 2일간 총 4시간 한국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2개월 만에 고급반에 오를 정도로 그의 한글 배움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한국생활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화 금요일에는 컴퓨터 수업을, 토 일요일에는 의료관광통역사 과정을, 수요일엔 한국어능력시험대비 수업을 받고 있다. 7월에 치러지는 한국어능력시험 중급과정에 도전할 계획이다.

최 씨는 최근 한국다문화센터가 주관한 ‘제2회 다문화 이중언어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신뢰’를 주제로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과정을 유창한 한국어로 3분간 발표했다. 한국인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이 마음이 신뢰로 바뀌었고 한국생활도 즐거워졌다는 사실을 잔잔하게 전달했다.

그는 올해 2월 사하경찰서와 신평1동 남영자동차운전전문학원의 도움으로 운전면허증도 땄다. 아들을 데리고 병원이나 어린이집을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운전면허증을 따기로 한 뒤 한 번에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에 합격한 것. 운전면허증을 따면 승용차를 사주겠다던 남편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지만 최 씨는 “경제도 안 좋고, 기름값도 비싸 당분간은 참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됐으니 일자리 하나 구하는 게 꿈입니다.” 최 씨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글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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