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핵안보정상회의]MB ‘북핵 그랜드 바겐’ 왜 언급 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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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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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회의 北초청 전제로 ‘6자복귀’ 등 조건 제시
“원샷딜 오해 우려 안쓴듯”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4일 밤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성남=안철민 기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14일 밤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성남=안철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한국의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유치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회의에 초청하는 전제조건으로 △6자회담 복귀 △핵 포기 의지 표명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저는 (이 3대 조건이) 그렇게 (실현)될 수 있도록 세계 모든 정상과 함께 북한의 핵을 억제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그동안 이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해 온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그랜드 바겐은 북핵과 관련해 단계적으로 협상하고 보상을 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과거의 방식을 탈피하고 북핵 폐기와 대북 지원을 일괄 타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이 가장 내놓기 싫어하는 것(핵무기)과 가장 원하는 것(체제 보장)을 맞바꾸는 ‘빅딜’을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 대통령은 회의 초청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대신 6자회담 복귀와 핵 포기 의지 표명 등을 내걸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일괄 타결이 아닌 단계적 접근 방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한발 물러선 게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북핵 접근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관계자는 “그랜드 바겐이 모든 것을 한번에 처리하는 ‘원샷딜’로 오인되는 측면이 있어 그랜드 바겐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랜드 바겐 자체도 단계적 접근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랜드 바겐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기 전에는 대북 지원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우선은 핵 포기 의사를 밝히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준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 대통령의 13일 발언은 핵 포기 프로세스를 밟아야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그랜드 바겐의 틀 안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랜드 바겐은 북한이 투명하고 철저하게 핵 포기 프로세스를 밟아가면 그 결과를 보면서 단계적으로 지원한다는 의미”라며 “그런 절차에 합의하자는 게 그랜드 바겐의 요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초 청와대가 그랜드 바겐을 일괄타결이라는 국문으로 풀이했고, 내용 면에서도 과거의 단계론적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던 만큼 대북 메시지에서 일부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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