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핵안보정상회의]美-러 “플루토늄 34t씩 폐기”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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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10년만에 의정서 체결
우크라 이어 멕시코도 핵포기
오바마, 北 6자복귀 재차 강조

미국과 러시아는 13일 핵무기 1만70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인 무기급 플루토늄을 34t씩 없애는 플루토늄 폐기 의정서를 체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민간의 원전시설에 사용될 수 있는 연료로 전환하는 절차를 통해 무기급 플루토늄을 폐기하기로 하는 의정서에 서명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의정서는 두 나라가 각각의 국방프로그램에서 무기급 플루토늄 폐기를 투명하게 진행함으로써 플루토늄을 군사적 목적으로 재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핵무기 감축을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플루토늄 34t을 폐기하기 위해 2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미국도 4억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의정서는 2000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플루토늄 관리 및 폐기 협정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그동안 두 나라는 협정 체결 이후 구체적인 이행 절차에 대한 견해차로 의정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가 고농축우라늄을 2012년까지 전량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멕시코도 무기급 우라늄 전량을 폐기하겠다고 13일 선언했다. 멕시코의 무기급 우라늄 폐기 조치는 미국과 러시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멕시코 간에 맺은 공동선언에 포함돼 있다. 멕시코는 고농축우라늄을 사용 중인 민간 원자력 연구시설을 저농축우라늄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무기급 우라늄을 없애기로 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핵안보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언급하며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을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6자회담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심각한 고립의 길을 선택해왔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제재가 별 효과가 없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제재가 요술지팡이는 아니지만 우리가 북한과 관련해 취한 접근방법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게 하는 것보다는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러 뒤늦게 “내년 회의 개최” 제안 ▼
오바마 “연말께 검토” 유보
2012년 한국개최 변동 없을듯


한국이 2012년에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열기로 한 가운데 러시아가 뒤늦게 자국에서 내년에 정상회의를 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2차 세션에서 내년에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매우 중요한 회의인데 굳이 2년에 한 번 열 필요가 있겠느냐. 내년에 우선 러시아에서 회의를 한 번 연 뒤 2012년에 한국에서 또 열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이탈리아 등 1, 2개 국가의 정상이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회의를 주재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12월 각국의 사전교섭대표(셰르파) 회의에서 논의해보자”는 선에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번 1차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차기 정상회의를 2012년 한국에서 개최한다고 못 박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말 셰르파 회의에서 러시아 개최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예상치 않은 복병을 만난 게 사실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러시아의 때늦은 제안은 핵안보정상회의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틀간의 방미 일정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전용기편으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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