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성현]부실한 통계론 선진국 못 간다

  • 입력 2008년 6월 28일 02시 58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동안 국가통계포털(KOSIS) 이용자를 대상으로 ‘오류 찾기 대회’를 연 결과 18건의 오류가 발견돼 수정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371개 기관이 국가승인통계를 작성하고 있으며, 통계청은 이용자들이 각 기관을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하여 지난해 7월부터 각 기관의 통계를 포털에 담아 한곳에서 서비스하는 이 포털 사업을 시작했다.

정책 신뢰 떨어져 손실 눈덩이

이 18건의 오류 중에는 국가정책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국가채무 통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통계 등이 들어 있다. 일반 이용자가 찾아낸 오류가 이 정도라면 실제로는 더 많은 오류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작년 7월에 감사원은 ‘국가 주요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 통계 작성 기관의 자료 수집, 표본 추출, 모집단 추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났으며, 부적정한 통계 사례가 60건으로 국가통계가 주먹구구식이고 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총체적으로 국가통계가 부실하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국가통계는 한 나라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말해주는 기본 자료로, 국가를 올바로 운영하고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필수 정보다. 그만큼 국가통계는 국가 운영의 핵심적 요소이며, 국가통계가 잘못 작성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국가적 손실은 엄청나다. 그러면 왜 이렇게 부실한 통계가 작성되고 있는가?

우선 통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371개 통계 작성 기관 중에서 통계 담당자를 두고 있는 기관은 54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있는 기관도 평균 1.8명뿐이다. 통계 작성 기관에 통계 기획·분석 인력이 절대 부족한 것도 통계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이유이다. 인구 100만 명당 통계 기획·분석 인력은 한국이 9명뿐이나 호주는 87명, 캐나다는 139명 등으로 선진국은 한국의 10배 수준이다. 결국 사람이 없으면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 번째로 통계 전문 인력에 대한 국가적 배려가 없어 통계인들의 사기가 저하돼 있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통계를 잘 모르는 기획재정부 관리가 줄곧 통계청장을 맡아 오면서 통계전문인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고, 통계 작성 기관에서는 통계 담당자의 전문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계직은 피하는 자리 중의 하나로 홀대받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통계가 부실한 것도 문제지만,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새 통계 개발이 저조한 것도 큰 문제다. 사회는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사회통계 보건통계 지역통계 과학기술통계 등의 개발이 저조해 향후 국가 운영에도 어려움이 나타날 것이다. 올해 2월 초순에 발표한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 보도자료’에서 192개의 국정과제가 발표됐는데, 유감스럽게도 국가통계의 선진화에 대한 과제가 잡히지 않았다. 새 정부도 국가통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통계 전문인력-예산 대폭 늘려야

현 정부는 북한에 대한 기본방침으로 ‘비핵·개방3000’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와 대외 개방을 하면 10년 내에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개방의 첫 단추로 북한에 통계 개방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은 경제 사회 과학기술 문화 등에 대한 국가통계를 대외에 전혀 발표하고 있지 않아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돕고자 하는 경협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남북경협의 시작은 북한의 통계 개방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국가통계의 정확성, 시의성 등은 국가 선진화 계획 수립과 집행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통계의 선진화 없이 국가 선진화는 불가능하다.

박성현 서울대 교수·통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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