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승일]한글문화관 세워 체험학습의 場으로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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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 창제한 한글은 과학성과 합리성, 독창성에서 세계에 내놓을 첫 번째 문화유산이다.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우리 겨레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류사적으로 고유한 문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역사상 가장 빠르게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쉽게 배우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한글 때문이었다.

최근 한글은 정보기술(IT)에 적합한 문자로 판명 나고 있다. 컴퓨터 자판과 휴대전화에서의 글자 입력 속도는 한글이 중국어 한자, 일본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심지어 영어 알파벳보다 빠르다.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현대 사회에서는 정보의 입력 및 전송 속도가 개인과 조직, 나아가서는 국가경쟁력과 직결한다. 또 한글은 풍부한 소리 표현 능력(8800자)과 ‘일자일음 일음일자’ 원리로 인해 현존하는 문자 중 음성 인식 면에서 가장 유리하다. 쉽게 말해 기계가 가장 인식하기 쉬운 언어란 것이다. 따라서 한글은 유비쿼터스 시대에 정보기기, 가전, 로봇 등의 음성작동 기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입력 및 전송 속도와 음성 인식 능력 면에서 한글이 한자,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는 말할 것도 없고 알파벳보다도 앞선다는 사실은 지식정보화 시대에 한국의 경쟁력이 한글의 본질적 특성 덕에 더 가속될 것을 전망케 한다.

게다가 한글은 ‘디자인혁명’을 일으킬 소재로도 손색이 없다. 한글은 현대적이고 기하학적 조형미를 갖추고 있어 디자인 소재로 훌륭하다. 수직선 수평선 사선 동그라미와 네모로 이루어진 24자소는 글꼴 크기 방향 두께 기울기 색상과 조합을 통해 수조 개에 달하는 디자인 패턴을 만들어 낸다. 또한 1만 자가 넘는 조합형 글자 수는 디자인 소재를 풍부하게 해 준다. 21세기 들어 품질과 가격만으로 차별화할 수 없게 된 기업으로서는 디자인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기관과 지자체는 공공 디자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훌륭한 디자인은 미감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공공건물에 적용돼 관광 유발 효과도 크다.

그런데 우리는 세계가 넘보지 못할 디자인 영역을 최근 발견하기 시작했다. 바로 한글디자인이다. 한글디자인은 의상뿐 아니라 넥타이 직물 팬시 문구류 액세서리를 비롯해 생활용품, 예술작품, 산업과 가전제품, 조형물과 건축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한글의 디자인 조형미를 활용해 펼쳐 나갈 산업화의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다. 우리가 창의성과 상상력을 가미하면 한글디자인 분야는 점차 그 영역이 넓어질 것이다. 이것이 한글디자인이 열어 갈 블루오션이며 신성장동력이다.

한글의 위대함과 저력이 진가를 발휘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일부터 착수해야 한다. 세종의 생가 터를 복원하고 경복궁 부근에 한글문화관을 건립해 한글의 창제정신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의식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한글문화관은 한글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고 자료를 축적하며, 세계의 문자와 비교 체험하도록 한다. 한글 창제정신을 교육하는 연수관도 짓고, 한글 디자인과 문화상품을 전시 판매하는 관광코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정보기술과 미디어아트를 활용해 즐겁고 유익한 체험학습장으로 꾸미면 학생들과 외국인도 찾아올 것이다. 또 ‘한글 오벨리스크’ 같은 문자 탑을 세워 기념비적 상징물로 세계에 알려야 한다.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해는 1948년이다. 건국 60주년과 궤를 같이하는 한글의 위상을 내외에 알리고 겨레의 얼을 바로 세우는 정책은 국민의 갈채를 받는 현 정부의 업적이 될 것이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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