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부부 재산계약

  • 입력 2006년 7월 4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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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에게 패배한 존 케리(민주당) 상원의원 부부는 모두 재산가(財産家)이다. 부인 테레사 하인즈 씨의 첫 남편은 하인즈 케첩으로 알려진 하인즈식품의 상속자로 상원의원이었다. 그녀는 첫 남편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았다. 그녀의 재산 평가액은 시기에 따라 7억5000만∼32억 달러를 오르내린다. 케리 의원도 어머니에게서 만만찮은 재산을 상속했다.

▷하인즈 씨는 재혼할 때 재산계약을 체결해 케리 의원이 자신의 재혼 전 재산에 손대지 못하도록 했다. 공화당은 대선 때 이를 거론하며 ‘부인도 못 믿는 사람한테 나라를 맡길 수 있느냐’고 빈정댔다. 이혼과 결혼이 잦은 할리우드의 스타들도 흔히 부부 재산계약을 체결한다. 부부 재산계약을 꼭 야박스럽다거나 신뢰의 부족이라고 볼 것만은 아니다. 법적으로 재산 명세서를 분명히 해놓으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법무부가 마련한 민법 개정시안(試案)에 따르면 배우자 상속지분이 자녀의 1.5배에서 전체 상속재산의 50%로 바뀐다. 자녀가 2명 이상인 가정이라면 배우자의 상속지분이 늘어나게 된다. 새로운 제도로 후처(後妻)가 재산을 절반이나 뚝 떼어가는 사태를 걱정해 ‘황혼 재혼’의 행복을 보류하는 홀아비가 생길 수도 있다. 상속 지분을 걱정하는 자녀들의 부모 재혼 반대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부부 재산계약 제도를 활용하면 이런 난제(難題)가 해결된다.

▷재산 형성에 공이 큰 조강지처는 전업주부일지라도 이혼 때 재판을 통해 30∼40%의 재산분할권을 인정받았다. 배우자의 상속 지분이 50%로 바뀌면 전업주부의 재산분할권이 50%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백년해로(百年偕老)하는 부부 중에도 ‘딴 주머니’를 차거나 ‘비자금 통장’ 하나쯤 갖고 있는 일은 흔하다. 부부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주례사를 듣고 결혼한 부부가 재산은 까다롭게 별도로 관리하다 보면 함께 외식을 하고도 더치페이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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